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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바닷가 앞에 근사하게 지어진 서연의 집이 나온다. 커다란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잔디밭이 있는 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영화의 결말과는 상관없이 ‘서연의 집’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서연의 집은 영화 세트장이라 없어진 줄 알았는데 지금도 제주도에 남아있었다.


서연의 집은 현재 카페로 탈바꿈했다. 위치는 제주도 서귀포에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았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첫사랑의 추억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크게 흥행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카페는 영화에서 봤던 것보다 조금 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작은 마당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을 추억했다면 서연의 집은 영화를 추억하는 장소이다. 실제 사람이 사는 집은 아니지만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카페 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놨다. 일단 카페 이름도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이름인 서연의 집이지 않은가.


카페 입구에는 영화에서 쓰였던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대학생 승민이 서연을 위해 설계한 집과 전람회 1집 시디와 시디플레이어도 있었다. 사소하지만 영화의 소품을 전시해 구경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엄태웅과 한가인의 사인이 있는 <건축학개론> 영화 포스터가 있다.


휴지에도 카페 서연의 집이라고 쓰여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우리 십 년 뒤에 뭐하고 있을까?’라는 글자와 함께 대학생 승민과 서연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십 년 전에 난 뭐 했지?


그리고 영화에서 아주 특별하게 보였던 2층 테라스로도 갈 수 있다. 승민과 서연이 잔디가 깔린 테라스에서 누웠던 장면을 보며 그 둘이 다시 시작하나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처럼 잔디밭이 깔리거나 누워서 있을 수 있는 곳은 아니고 의자에 앉아 주변 경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영화에서는 굉장히 넓어 보였는데 실제로는 사람 몇 명 있으면 좁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대부분 사람들이 건물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와서 더 그런 것 같다.


카페 서연의 집에는 나무로 된 작은 의자가 있는데 처음에는 앉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밖에서 따스한 햇살을 맞으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1층은 일반 카페와 달리 앞쪽 커다란 창문을 열 수 있어 한결 시원해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가 쪽을 바라보거나 어른이 된 서연 한가인처럼 창가에 걸터 앉아 사진을 찍곤 했다.


카페 서연의 집은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제주도 여행할 때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것 같다. 영화 촬영지라는 것만이 아닌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카페는 한 번쯤 방문해 봐도 좋으니까. 아마 영화 <건축학개론>을 다시 보고 싶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