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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여행자

category 928일 세계일주/실시간 여행기 2014. 10. 29. 18:30

기분이 안 좋은 날이었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뭐든 안 되고, 뭐든 꼬이는 그런 날 말이다. 여행을 할 때는 절대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사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정말 별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 아마 예레반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난 며칠 간 이란 비자를 받기 위해 몇 차례 시도를 해봤으나 결국 체류 기간 내에 비자 받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르메니아 비자를 연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이란을 갈 이유는 사실 없었다.

문제는 이란 비자만이 아니었다. 살짝 늘어진 이곳의 생활이 여행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나보다. 어제는 카우치서퍼로부터 처음으로 거부 메시지를 받았는데, 내가 한국인이라 싫다는 거다. 예전에 한국인과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엄청나게 싫었던 모양이다. 분명 난 그 사람과는 다른 한국인이지만, 아무튼 하나가 꼬이니 다 꼬인다는 생각에 우울한 감정이 밀려왔다.


머리를 쥐어짜다가 결국 이란을 포기하기로 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도 아니었으니, 나중에 터키를 통해서 가면 된다고 쉽게 생각을 정리했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래, 이란은 다음에 가자. 다시 조지아로 돌아가 배를 타자.'


여행을 떠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니 실로 한심하기까지 하다. 혼자 여행을 하는 게 처음도 아닌데, 어쩌면 누구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기만 해도 좋았던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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