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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본(Bonn)은 카니발 시즌이다. 카니발이 대체 뭔지 감도 안 잡혔던 나는 사람들의 복장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웃음이 절로 터지는 것부터 완성도 높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한 코스튬을 한 사람들이 본의 거리를 가득 메웠다. 아무렇지도 않게 슈퍼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입고 다닐 수 있는 날, 어쩌면 평범한 복장을 한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는 날이 바로 카니발이다.


외국인의 눈에는 왜 이상한 복장을 하고 밤새 술 마시는 게 카니발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카를로스가 정확하게 설명해줬다. 카니발은 바로 서양 문화의 핵심인 기독교에서 나온 것인데 절기상 금욕을 해야 하는 시기 바로 직전에 앞으로 술도 못 마시고, 적게 먹어야 하니 그 전에라도 반쯤 미쳐서 밤새도록 술 마시고 놀자는 의미다. 그러니까 반쯤 미치자는 것도,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 되겠다는 게 코스튬으로 발전한 것이다.


2시인데도 본의 중심가는 독특한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미 직장인들은 조기퇴근 후 너도나도 이상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카니발에는 남녀노소가 없다. 어린 아이도, 할머니도 저마다 코스튬을 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수도사가 되기도 하고, 중동의 어느 아랍 부자가 되기도 한다.


범죄자도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닐 수 있다.


대낮부터 술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제는 유난히 인디언들이 참 많이 보였다.


천막으로 세워진 클럽이라고 해야 하나. 이 앞에는 개성이 강한 코스튬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단체 사진을 찍거나 술을 마시는 건 아주 흔한 광경이다.


그에 반해 나와 카를로스는 아주 평범했다. 카를로스는 집에 있는 토끼 옷을 입고 나왔고, 나는 아무 복장도 하지 않았다가 카를로스 친구 집에 들러 펭귄 옷을 집었다. 이것도 그녀가 고등학교 때 만든 옷이라고.


입장료 20유로를 내고 들어간 천막 클럽은 정말 정신없었다. 사람들로 가득해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엄청나게 시끄러운 음악이 쉬지 않고 내 가슴을 때렸다. 서로 정신없이 춤추고, 껴안고, 즐기는 게 어쩌면 카니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천막 클럽을 나와 집으로 가기 직전에도 맥주를 마셨다. 이날은 그냥 마시고, 또 마셨다.


카를로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동물과 히어로들이 가득했다.


우린 굉장히 이른 시각에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자마자 난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고 마시다가 왔을 때는 와인과 브랜디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이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진득하게 취해버렸고, 덕분에 12시가 되기 전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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