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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에서 마시다와 카를로스 집에서 일주일간 지낸 후 네덜란드로 넘어갔다. 정말 독일에 오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체류 기간을 세보니 무려 28일이나 지냈다. 어쩌다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본에서도 히치하이킹을 할 생각이었으나 단호한 결의와는 달리 히치하이킹은 실패로 돌아갔다. 1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히치는 커녕 단 한 대의 차도 멈추질 않았다. 도로가 복잡하고, 적당히 히치하이킹을 할 만한 곳이 없어 인터넷에서도 대체적으로 어렵다는 평이 많았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암스테르담을 가냐는 것이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물어보니 기차로 가면 무려 75유로나 든다고 했고, 그나마 저렴한 40유로는 4번이나 갈아타야 하는데다가 7시간 걸리는 최악의 이동이었다. 결국 유일하게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했던 스타벅스로 가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방법을 모색했다.


검색을 해보니 기차는 그 가격 주고는 절대 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버스도 없었다. 남은 건 유럽에서 활성화된 카풀 서비스인 '블라블라카'였다.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드라이버에게 연락했고, 한참 후에 답장을 받았다. 여러모로 아쉽긴 하지만 15유로에 암스테르담까지 갈 수 있는 건 다행이라 생각했다. 단, 저녁 8시에 출발해 암스테르담에는 10시 반에 도착했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다음날 오전부터 암스테르담 시내를 돌아봤다. 암스테르담에 처음 왔음에도 I am sterdam이 표어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사람들이 글자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데 이 광경이 무척 재밌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다름 아닌 자전거다. 네덜란드는 자전거와 보행자 도로가 더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운하가 흐르는 도시 암스테르담은 오랜만에 관광지에 온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부다페스트나 프라하 못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에서 밀고 있는 아이엠스테르담. 도시 이름인 암스테르담에 I만 붙였을 뿐인데 뭔가 재밌어졌다.


중앙역으로 뻗어 있는 도로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특히 이곳에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가게나 특별한 박물관 등이 많이 보였다.


중앙역으로 가는 길목은 무척 복잡했다. 길 위에는 트램이 다니고, 많은 사람은 좁은 인도 위에 서있고, 그 사이로 자전거가 지나다닌다.


암스테르담의 첫 이미지는 상당히 좋았다. 굉장히 관광지화 된 도시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적당한 운치와 더불어 사람들이 만들어 낸 북적거림도 괜찮았다.


트램 1일권은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24시간 기준이기 때문에 언제 처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음날 이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댐 광장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은 다시 시작된다.


왜 유명한지 모르겠지만 감자튀김 집이 정말 많았다. 궁금하긴 했지만 별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단 한 번도 사먹질 않았다.


중앙역으로 가는 길에는 여행자의 호기심을 끌만한 몇 개의 소규모 박물관이 있는데 섹스 뮤지엄도 마찬가지였다. 4유로의 저렴한 입장료를 확인했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다른 나라 중앙역과는 달리 바닷가 바로 앞에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마침 날씨까지 좋아서 제법 괜찮은 풍경이 연출됐다.


여기서는 자전거가 오토바이보다 훨씬 많았다.


암스테르담에서는 그냥 이렇게 걸어다녔다. 유명한 박물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 한 군데도 가지 않았다. 애초에 배낭여행자가 박물관을 가는 건 사치이기도 했지만 사실 딱히 관심도 없었다.


암스테르담을 한참 걷다가 갑자기 떠오른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홍등가였다. 얼핏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그 어떤 곳보다도 굉장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홍등가는 으슥하지만 남자들이 기웃거리는 그런 장소로 인식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왜 홍등가가 관광명소 목록에 올라왔는지 궁금했다. 실제로 찾아간 홍등가는 일반 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엔 성인용품 가게가 늘어서 있고, 살짝 낯뜨거울 정도로 성인전용쇼의 간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골목마다 속옷만 입고 있는 여자들이 안에서 손짓을 하는데 이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왜냐하면 여긴 그냥 거리다. 무수히 많은 관광객, 심지어 어린 아이도 있는데 여기선 아무렇지도 않은, 그냥 조금 특별한 동네일 뿐이다.


또 하나, 홍등가 근처엔 괜찮아 보이는 카페와 펍이 많다. 오히려 이쪽에서 맥주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는 걸 추천할 정도로 말이다.


홍등가(Red Light District)의 밤이 찾아오면 더 많은 관광객이 붐빈다.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여기는 여느 다른 거리와 다름 없이 관광객으로 가득찬다. 정말 내 입장에선, 아니 다른 모든 여행자가 마찬가지였겠지만 무지하게 신기한 풍경이었다.


저녁에는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아니를 만났다. 약 3달 전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다가 오지에서 극적으로 아니를 비롯해 독일인 프란츠, 아르메니아인 데이브를 만나 함께 여행했었다. 그 중 아니는 아르메니아 사람이지만 국적은 사실 네덜란드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만난 아니는 정말 반가워했고, 저녁도 사줬다.


그러고보면 최근엔 여행지에서 만났다가 내가 그 친구네 나라에 가서 다시 만난 경우가 꽤 있다. 여행을 계속 하다보니 이런 재미난 경험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니는 네덜란드에 오래 머문다면 주말에 자기 부모님 집에 놀러가자고 했지만 난 주말에 파리로 가야했다. 시간이 너무 없어 짧게만 만난 건 나 역시 매우 아쉬웠다.


암스테르담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로 향했다. 어떻게 이동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배낭여행자를 위한 저가 교통수단인 메가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브뤼셀에는 저녁 7시 반에 도착했고, 호스텔에 체크인하니 밤 9시가 넘었다. 호스텔이 중심가에 있어 늦은 밤에도 여유롭게 그랑플라스의 야경을 구경했고, 굶주린 배를 근처 식당에 들어가 채웠다.


여기는 관광객을 위한 식당은 많은데 어째 메뉴는 다 똑같다.


다음날에는 워킹투어에 참가했다. 브뤼셀에 오래 머물지 못하니 아무래도 워킹투어에 참여해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이런 워킹투어는 무료이지만 대게 팁이란 명목으로 얼마의 돈을 낸다.


만화로 유명한 벨기에 답게 건물 한쪽 벽면에 틴틴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벨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오줌싸개 동상이다. 근데 실제로 보니 정말 작았다. 이렇게 작은 게 벨기에 최대 명소라니 어이가 없을 정도인데 워킹투어 가이드의 말로는 자기도 왜 유명해진지 모르겠단다. 정말로.


오줌싸개 동상은 특정한 날이 되면 옷을 입기도 하는데 마침 바로 다음날이 옷을 입는 날이었다.


식당가 주변엔 오줌싸개 여자동상도 있다. 가이드가 이 동상이 생겨난 이유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원래 이 동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식당 주인이 어줌싸개 동상을 보고 오줌싸개 여자동상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오고, 그 관광객들이 자기 식당으로 오지 않을까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결과는 대성공. 그러나 현재는 그 식당이 없어졌고, 그 옆에는 펍이 자리잡고 있다.


오줌싸개 여자동상 바로 맞은 편에 있던 펍인데 밤이 되면 사람들로 가득했다.


워킹투어는 2시간 동안 이어졌고, 우리는 성당을 지나 벨기에 궁전까지 갔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문화가 뒤섞인 곳이고, 특히 여기 브뤼셀은 그 두 문화가 절반씩 혼재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거리엔 네덜란드식 건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다른 거리엔 프랑스식 건물이 있다.


벨기에 왕궁은 가볍게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그랑플라스가 보이는 시티센터 전경을 보는 것으로 워킹투어는 마무리됐다. 난 워킹투어 중에 만났던 미국인 어샤일러스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고, 우리는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지나다니면서 항상 궁금했던 벨기에식 홍합요리를 먹었다. 맛은 홍합이니 그리 특별하진 않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갑자기 너무 피곤해져서 숙소로 돌아와 그대로 뻗어버렸다. 고작 2시간 걸었을 뿐인데 피로가 몰려온 것인지 정신 없이 낮잠을 잤다.


브뤼셀에서 얻을 수 있는 무료 지도인데 정말 유용하다. 굉장히 자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고, 특히 현지인이 전하는 팁까지 있어 이 지도 하나만 있어도 브뤼셀은 정복이 가능하다.


저녁 7시에는 어샤일러스와 델리리움 맥주집에서 다시 만났다. 유명하다는 이곳의 맥주를 한 번 마셔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곳의 맥주는 도수가 꽤 높은 편이다.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맥주 주문하기도 쉽지 않았다. 처음엔 델리리움 기본 맥주를 마셨는데 별로였고, 핑크킬러나 체리향이 들어간 델리리움 레드는 괜찮았다. 근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가격이 비싸니 여러 파인트가 아닌 잔으로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마신 순간부터 하루 3만원 여행은 물건너 갔다.


체코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어샤일러스와 1차로 델리리움에서 맥주를 마셨다.


싼 맥주집으로 가자고 해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거리에서 와플을 보고 하나 사먹었다. 워킹투어 가이드가 벨기에 사람은 와플에 토핑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샤일러스가 주문한 건 토핑이 가득한 와플로 무려 5유로였다. 그걸 보고 내가 나눠먹자고 해서 2.5유로만 냈다.


자리를 옮긴 곳은 스포츠 바로 맥주 가격이 저렴했다. 그리고 덜 시끄러워서 오히려 괜찮았다. 우린 여기서 맥주 한 잔을 더 마시고 헤어졌다.


다음날 다시 오줌싸개 동상으로 가보니 정말 옷을 입고 있었다. 드라큐라 복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우스꽝스러웠다.


오줌싸개 동상 바로 옆에 있던 와플가게는 항상 만원이었다. 나도 여기서 와플을 하나 먹어봐야겠다고 들어갔다.


밀려드는 주문에 계속해서 와플을 굽고 또 구웠다.


이번엔 가이드 말대로 토핑이 없는 1유로짜리 와플을 먹어봤다. 근데 토핑이 있는 것보다 더 맛있었다. 확실히 벨기에에서 와플을 먹을 때는 토핑을 빼고 먹는 게 나은 것 같다.


와플과 더불어 유명한 쵸콜렛. 아주 작은 거라도 선물로 주고 싶어서 기웃거렸는데 다 너무 비쌌다. 기념품 가게에는 5~6상자에 9.9유로짜리 파격적인 가격의 쵸콜렛도 팔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썩 내키지 않았다.


점심 이후에는 유럽연합의 건물이 있는 거리를 걸었다. 생각보다 볼만한 게 없었다.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는데 처음에는 비가 부슬부슬 오더니 이내 폭우가 쏟아졌다. 난 이런 비를 맞으며 무려 3시간 동안 걸어다녔다.


이제 리투아니아도 유로화를 사용하나 보다.


일단 여기까지는 왔는데 더이상 뭘 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비는 너무 많이 내려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브뤼셀은 뭔가 충분히 돌아보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쉽긴 했다. 물론 물가가 비싼 이유도 있지만 다음날 파리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브뤼셀 여행은 이렇게 접어야했다. 세차게 내린 비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늦은 밤에는 전날 만났던 한국인 동생과 맥주 한 잔 하러 스포츠 바에 다시 갔다. 나도 가난한 여행자이지만 더 가난한 유학생에게 맥주 한 잔을 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외국인 무리와 사진도 찍었다.


12시가 넘어가니 작은 공연도 했다. 지켜보는 관객도 흥에 겨워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무척 즐거워했다. 파리로 가야 해서 일찍 자야 하는데 꼭 떠나기 전날에 이렇더라.


다음날 예약한 메가버스를 타려고 출발했다. 아침에 일어나 어둠 속에서 짐을 싸고 정신 없이 나왔는데 그 덕분에 버스 타는 곳을 버스 타는 곳을 구글지도로만 본 게 화근이었다. 버스 타는 장소를 잘못 알았던 거다. 그곳에서도 기다리는 한국 사람들이 있었는데 서로 맞는지 아닌지 얘기하다가 결국 우리는 버스를 놓쳤다. 물론 나는 여기가 아닐 거라는 의심을 하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버스는 놓친 거다. 원래는 9시에 파리로 가려던 계획은 버스 예약부터 다시 해야했다.


결국 예정보다 훨씬 늦은 2시 반에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저는 지금 세계여행 중에 있습니다. 이 글이 마음에 든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 및 응원(클릭)을 해주실 수 있습니다. 작은 도움이 현지에서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배낭여행자에게 커피 한 잔 사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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