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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대국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사실 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에 푸미폰 국왕이 서거했다는 소식에 왜 많은 사람들이 태국의 왕정폐지를 이야기 하는지 그리고 왜 태국인들이 슬픔에 빠져있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자세히 알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식을 듣고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입헌군주국의 국왕이 서거한 것이 아닌 과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쿠데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혼돈이 올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태국에서 절대적으로 존경을 받는 푸미폰 국왕이기 때문.

 

태국을 여행한 사람은 잘 알겠지만 거리에도, 식당에도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 깃발이나 태국 국왕과 왕비의 사진이 어디에나 걸려 있다. 심지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도 광고가 끝난 뒤 국왕에 대한 짤막한 영상이 나오는데 이때는 모두 일어나야 국왕의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 절대군주제도 아니고 입헌군주제에서 이런 모습은 이상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가까운 일본에도 왕은 있지만(어차피 일본 역사에서 왕이 힘을 가진 때는 거의 없지만) 어디에도 왕의 사진이 걸려 있지 않는 것을 보면 보면 그야말로 절대자처럼 보인다.

 

사실 푸미폰 국왕이 처음부터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형의 의문스런 죽음 뒤에 재위를 이어받게 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국왕의 권력이 전혀 없는 입헌군주국이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태였다. 어차피 태국은 군부가 계속해서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는 비정상적인 나라니까.

 

가지고 있던 것은 돈 밖에 없던 푸미폰 국왕은 '로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태국 전역을 돌며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가령 산간지역의 수로를 개선한다거나 아편을 재배하는 곳을 커피로 바꾸는 등 여러 가지 일을 국왕이 직접 나서서 했다. 당시 푸미폰 국왕은 항상 카메라와 지도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국왕 사진 중 유독 카메라를 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국왕의 대한 인기가 올라가고, 더 나아가 태국 국민들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게 된 것이다.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스스로 권력을 만들어간 경우라고 해야 할까.

 

이 권력이 어느 정도냐면 입헌군주국이라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다. 일단 태국은 선거를 통해 총리가 선출되면 국왕을 만나 예를 표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예를 들면 영국) 먼저 국왕의 사진 앞에 가서 절을 하게 된다. 그게 내각을 구성한 후 처음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또한 과거 수찐다와 군부가 결탁해 쿠데타를 저질렀을 때 무고한 시민이 죽거나 다쳤는데 푸미폰 국왕은 그들을 불러 꾸짖었다. 무릎을 꿇은 채 왕에게 기어간 뒤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전국민에게 TV로 생중계가 되었고, 결국 그들의 쿠데타는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해 태국을 도망치듯 떠나야 했다.

 

태국 내에서 항상 대립하는 세력인 옐로셔츠와 레드셔츠도 결국 국왕의 권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다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존경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서민들에게 지지도가 높은 레드셔츠는 호시탐탐 태국 국왕의 권한은 약화하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왕정을 폐지하자까지는 아니었지만. 그와 반대로 옐로셔츠는 왕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편으로, 어떤 때는 아예 절대왕정처럼 왕이 총리를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몇 년 전에 한참 태국이 양쪽 세력의 다툼으로 시끄러웠을 때(많은 여행자들이 태국을 가지 말아야 하냐고 물었을 그 때)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레드셔츠는 선거를 다시 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옐로셔츠가 받지 않았고, 오히려 선거를 거부했던 것은 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지만 그 다툼을 비집고 들어오는 세력은 군부다. 결국 당시 총리였던 잉락(탁신의 여동생)은 쿠데타로 몰아냈다.

 

물론 푸미폰 국왕이 입헌군주제의 한계로 수많은 쿠데타를 눈감아 주거나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부와 결탁했다는 의심은 피하기 힘드나, 태국 국민의 구심점과도 같은 국왕이 서거는 굉장히 큰 사건이다. 가장 강력한 후계자로 예상되는 왕자는 여러 물의를 일으킨 전례가 있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왕자를 제치고 공주가 될 것이냐,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어떠한 경우라도 신처럼 보였던 푸미폰 국왕만큼 왕실이 힘을 얻지 못할 것은 확실하며, 군부나 다른 세력이 이 약해진 왕실을 이용하려고 기회를 노리지 않을까 싶다.


부디 태국에 평화와 안녕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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