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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그야말로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정말 미칠 듯이 짜증나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벌어졌고 그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상황에서 왜 내가 여행을 계속 이어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 카카오톡

어떻게 된 일인지 그들도 원인을 모르는 듯 하다. 나미비아에서 휴대폰을 새로 구입한 후 로그인을 하려고 하자 탄자니아 번호로 인증번호가 날라가 로그인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정말 어이 없는 건 PC에는 이전 계정으로 로그인이 되어 있는 상태라 서로 연동이 되지 않는다. 약 4개월 간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아 답답함을 넘어 짜증이 밀려왔다. 그럴 때마다 카카오는 말도 안 되는 기계적인 답변, 상황 파악도 못하는 담당자, 어처구니 없는 해결방법, 더 화가 나게 만드는 건 내가 진심으로 왜 문제가 있는지 또한 여러 앱 자체의 여러 문제점(개선점)을 지적할 때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거다. 카카오 담당자를 아는 분이 있다면 어떻게든 연락해 항의하고 싶다. 아니, 진심으로 싸우고 싶다.




2. 하나은행

외국에서 카드를 도난당했다고 하니 카드를 재발급 후 DHL로 칠레까지 배송해주는 건 정말 좋았다. 딱 거기까지. 배송하기 전 칠레 우편번호 없다고 재발급이 중지된 점(칠레는 우편번호가 없다), 덕분에 추석기간 동안 연락할 수 없어 5일 뒤에애 처리가 됐다. 카드는 빨리 왔다. 곧바로 사용자등록도 했다. 그러나 카메라를 구입할 때 이 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하니 안 되서 왔다갔다 택시비만 날렸다. 돌아와서 전화를 해보니 시용자등록을 해준 담당자가 '해외사용 거부'를 풀지 않았던 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볼리비아 ATM에서 인출이 안 돼 이상하다고 여긴 나는 하나은행에 또 전화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매뉴얼 답변을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여긴 나는 며칠간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역시 문제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다 내가 화를 내니, 그제야 알아보겠단다. 결론은 내 이름이 전산에 제대로 등록되지 않아 인출이 안 되었던 것이라고. 진짜 빡치더라.



3. 소매치기

이거야 내가 방심한 잘못이기도 하지만 너무 어처구니 없게 칠레에서 가방을 도둑맞았다. 가뜩이나 짜증나는 일도 많은데 가장 중요한 여권과 카메라를 도둑맞았으니,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기분이 많이 안 좋긴 했지만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거 미련을 버리니 조금 나아지긴 했다.



4. 포토프린터

남아공에 놓고 온 포토프린터를 일본 친구가 택배로 보내 현재 아르헨티나에 있다. 그러니까 아르헨티나인이 가지고 있는데 도대체 보낼 생각을 안 한다. 솔직히 짜증난다. 아무리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바빠서 보낼 수 없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여행 중에 필요한 거라 칠레나 볼리비아에서 받고 싶었는데 이제는 돌려 받을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5. 렌즈

에티오피아에서 렌즈가 고장나 케냐에서 비싼 돈 내고 받은 그 렌즈를 떨어트려 고장냈다. 물론 그건 내 잘못이다. 아무튼 그 때문에 렌즈를 새로 사야 하나, 카메라를 새로 사야 하나, 별의 별 수를 몇 주간 고민하다 마침 남미 여행 온다 하는 전 회사 선배에게 조르고 졸라 렌즈 배달을 부탁했다. 그런데 렌즈뿐만 아니라 카메라까지 전부 도둑맞았으니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6. 여권과 비자

여권을 잃어버렸으니 대사관에 가서 재발급 신청을 해야 했고, 볼리비아 비자도 새로 받아야 했다.



7. 외장하드

갑자기 외장하드 인식이 되지 않아 미칠 것 같았다. 물론 외장하드 하나를 이미 한국으로 보내긴 했지만 남미 사진이 전부 들어 있어 눈이 뒤집히기 일보직전이었다. 며칠간 복구 시도를 한 끝에 외장하드가 짠 하고 등장했다. 물리적 손상이 아니라 논리적인 오류로 보인다. 다만 사진이나 여러 파일을 열어 볼 수 있기는 한데 너무 느리다. 체크디스크를 돌려봐도 복원이 안 된다. 외장하드를 다시 사야 하나. 정말 돌아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