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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로 다음날 방콕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비엔티안에서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밤이 되었다. 그런데 난 몸이 안 좋아서 숙소에서 무작정 누워있었다. 그저 누워있다보면 괜찮아질거라면서 약 하나 먹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원래 잠이 별로 없는 나에게 이른 시간부터 자라고 하는건 고역이다. 겨우 겨우 눈을 붙이고 2시간 정도 자다 일어났다.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런데로 몸은 괜찮아졌다. 슬슬 배가 고프기도 해서 메콩강 부근으로 갔다.


우리는 저녁을 풍성하게 먹고 싶었지만 고기 몇 점에 밥을 시켜먹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나마 구워진 고기는 맛있어서 고기만 있어도 괜찮았다.

비엔티안에 도착하니 우리의 문제는 라오스 화폐였던 킵이 거의 없었다. 사실 그렇게 많은 돈을 환전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루만 있을 비엔티안에서 다시 환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라오스의 화폐는 밖으로 나오면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남은 돈으로 최대한 아끼면서 지내기로 했다. 


우리가 식사를 했던 곳은 이렇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데 바닥은 축축해서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주 고객은 외국인들인 듯 보였는데 그때 직원이 실수로 우리에게 밥을 한 공기를 더 줬다. 나중에 계산서에 밥이 추가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내가 따지자 사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와서 무슨 일인지 물었는데 내 말을 이해하고는 흔쾌히 계산에서 밥 한공기를 빼줬다.


비엔티안의 밤은 무척이나 음산해보였다. 그동안의 라오스의 거리는 워낙 작은 동네라서 음산함을 느낄 거리조차 없었는데 가로등도 별로 없는 비엔티안의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위험할 것 같이 보였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었다.

비엔티안에서의 마지막 밤이자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밤, 우리는 여기가 어딘지 위치감각도 잊어버린채 걸어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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