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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점심은 볶음밥이었다 -_-;


설거지 하는 동안 아이들이 코코넛을 따다줬는데 코코넛이라는 열대과일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무척이나 달콤한 음료일줄 알았는데 무슨 맹맛에 약간 미끌미끌한 비누맛이었다. 그렇다고 시원한 것도 아니니 맛이 더 없었다. 그나마 코코넛을 시원하게하고 그 안에 있는 알맹이를 파먹으면 그나마 좀 괜찮다.

점심을 먹고나서 우리가 간 곳은 바로 올랑고투어때 잠시 지나쳤던 닭싸움장이었다!


닭싸움장은 입장료 20페소만 내면 아무나 들어갈 수 있었다. 20페소를 내고 입장을 하게 되면 입장권인 것처럼 손목에다가 도장을 찍어줬다.


닭싸움이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어떤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무슨 보물상자같은것에 안에 반짝반짝거리는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전부 칼이었다. 이 곳에서 닭싸움 할 때는 그냥 닭끼리 물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닭의 다리에 칼을 착용시키고 싸움을 시킨다. 그러면 닭이 서로 날라다니다가 칼에 베이기도 해서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으~ 끔찍해라.


이렇게 닭의 다리에 칼을 착용시키고 칼집을 씌우면 준비완료다. 상당히 살벌한 느낌이 들었다.

닭싸움장 안으로 들어가니 철창이 가운데 있었고 그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철창안에서는 닭싸움을 준비하는 닭의 주인들이 있었는데 INILOG과 BIYA라고 써있는 두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닭싸움이 시작하기 전에 닭을 열받게 하고 그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INILOG! INILOG!" 또 "BIYA! BIYA!"라고 외쳐댄다. 바로 돈을 걸라는 소리다. 닭싸움을 그냥 하면 재미없지 바로 돈이 걸려야 몰입감이 생기는거다. 저렇게 소리를 지르면 돈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운데 심판과같은 사람이 그 사람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이기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더 주게 된다.


닭싸움하기전 우리는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뭔가 이상하게 손짓하길래 처음에는 부정타니까 사진 찍지 말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정반대였는데 그건 우리가 사진을 찍는다는건 관심이 있는걸로 알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 닭에게 더 많은 돈을 걸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사진을 찍어줬다. 이 아저씨는 닭을 열심히 쓰다듬으면서 귀여워해주고 있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경기에서 지게되면 저 닭은 그냥 식탁에 올라가는 닭일뿐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 닭이 지니까 그냥 다리만 잡고 들고 나가기도 했다.


심판이 닭을 들고 시비도 걸면 닭들은 서서히 열이 받는다. 그리고는 닭을 동시에 땅에 내려놓으면 날개짓하면서 싸움을 시작한다.


정신없이 싸우고 날라다니고 쪼이고 깃털이 마구 날리기 시작한다. 발에 장착된 칼때문에 피가 솟구치는 그런 장면이 연출될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생각만큼 잔인하지는 않았다.


싸움에서 진 닭은 처참하다. 판정은 심판이 살아있으면 계속 싸움을 시키는데 일어서지 못하는 닭이 지게되는 것이다. 이렇게 진 닭은 좀 안 쓰러워보인다. 주인도 그전까지만 해도 애지중지 키웠는데 지는 순간에는 바로 버림받게 되는 것이다.


닭싸움장에서 기분 좋아보이는 우리 친구들


닭싸움을 구경하다가 우리 인솔자였던 형이 INILOG쪽에 돈을 걸어봤다. 결과는 승리! 와~ 삽시간에 우리는 신났다. 그래서 한번 더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INILOG에 걸었는데 또 땄다. 크하하...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오늘은 내가 쏜다하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놀랍게도 올랑고에도 아이스크림이 존재했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보며 너무 신났고, 시원한 스프라이트 한잔에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노래방기계도 있었는데 몇명이 노래를 부르니 완전 새로운 곳에 놀러온 느낌이었다. 신난다 신나. 인솔자 형이 닭싸움장에서 땄던 돈을 들고 그곳에서 한 외침이 무척이나 웃겼다. "그래봤자 5000원도 안돼!"


저 맞은편은 힐튼호텔과 샹그릴라가 훨씬 좋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힐튼호텔은 전혀 부럽지도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스프라이트도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올랑고가 너무 좋아지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약간의 과자를 다 먹고나서 Children Center로 돌아와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페인트 작업을 계속했다. 나는 지붕위에 올라가서 페인트 작업을 했는데 지붕이 단단한 재질이 아니라서 다 찌그러졌다. 지붕을 지탱하는 나무가 있는 위치만 밟고 돌아다녔는데 생각보다 무섭다. 페인트칠 할 때도 자세가 불안하기도 했고 끝에 칠하기가 힘들었다. 지붕의 1/4정도 페인트 작업을 한 후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