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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어두워지자 올드마켓 주변의 거리는 무척 활기가 가득해 보였다. 우리는 더 레드 피아노를 나와 거리를 걸었다. 화려한 불빛이 방콕의 카오산로드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다만 카오산에서는 이 시각이라면 가게에 사람이 붐빌텐데 여기는 한가한 곳이 많았다. 아마 캄보디아에 온 초기에 이곳을 알았다면 밤이면 항상 이쪽으로 와서 수다를 떨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항상 우리는 슈퍼에서 맥주 한 캔씩 사들고 숙소에서 놀았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자주 갔던 스타마트보다 더 큰 슈퍼를 발견했다. 그곳에 가서 우리는 내일의 간식거리로 이것저것 샀다.

우리는 자주 갔던 씨엠립 카페에서 맥주와 안주거리로 감자튀김과 과일을 주문했다. 맥주를 마시다가 승우가 라오스에서 공수해온 라오라오를 꺼내 들었다. 마실 기회가 없어서 마시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이다 보니 이 라오스의 강한 술을 먹기로 했다. 우선 라오스를 가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한잔씩 돌려 마셨는데 너무 쎄다고 그랬다. 


라오라오는 원래 병에 담겨 있었는데 불투명 물통(동남아시아에서 파는 싼 생수는 불투명 플라스틱에 담겨있다)에 옮겨 담은 것이다. 가지고 오면서 뚜껑을 열지 않았지만 마셔보니 라오라오가 많이 약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라오라오는 쎄긴 쎘다. 우리는 이 생수통이 꼭 제초제 같다고 해서 직접 써 넣어봤다.

이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씨엠립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자 캄보디아를 함께 여행했던 자칭 '트랜스포머'와 헤어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헤어지기는 너무나 아쉬웠는데 그만큼 우리는 많은 추억거리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아이와 흥정해서 샀던 엽서로 롤링페이퍼를 쓰자고 말이다. 7명밖에 되지 않았던 우리들인데 롤링페이퍼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각자의 전화번호까지 남기면서 한국에 돌아가서도 꼭 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옆에서 보던 아저씨 가게를 정리하는듯 보여서 혹시 몇시에 끝나냐고 하니까 10시에 끝난다고 했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이미 시간은 10시를 살짝 넘기려고 했기 때문에 곧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롤링페이퍼를 마저 다 쓰고, 아까 슈퍼에서 샀던 과자를 꺼내들었다. 막상 숙소에 오니 잔이 없던 탓에 전날 먹었던 프링글스 과자통을 자르기 시작했다. 과자통으로 술잔을 대신하면서 우리들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이날 우리들의 수다는 새벽 2시까지 계속 되었다. 아마 과거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현재와 미래까지 이야기가 오고갔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참 신기한 인연의 끈이 계속됨을 느꼈다. 근데 항상 북적대다가 다시 나와 승우 둘이서만 여행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어색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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