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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다니는 일은 늘 설레고 흥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자 동시에 새로운 도전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남아 배낭여행을 하면서 넘어다닌 국경은 총 7번이었다. 태국에서 라오스로 갈 때는 작은 보트로 메콩강 넘어가기도 했고,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으로는 기차를 타고 넘어갔고,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비행기 타고 넘어다니면 빠르고 편하긴 하겠지만 애초부터 비행기는 절대 안 타고 넘어다니는 육로 여행이 우리의 컨셉이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돈이 없었다. 다행히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갈 때 서비스 좋았던 캄보디아 버스를 타면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여행했던 시기가 동남아의 우기 시즌이라 비가 자주 왔다.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에도 수시로 비가 왔고, 우리가 떠나는 날에도 비가왔다. 버스 안에서 계속 창밖을 바라봤는데 어두운 하늘 아래 비는 왔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다.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사진 몇 장 찍었는데 물소처럼 보이는 동물도 있었다. 씨엠립의 큰 호텔이나 화려한 불빛을 보다가 이런 곳을 보니 새삼 씨엠립은 관광도시였다는게 느껴졌다. 그만큼 캄보디아는 혼란을 막 벗어난 나라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2~3시간쯤 갔을까? 버스는 식당 근처에서 쉬었다 간다고 했다. 우리는 아침도 안 먹었고, 점심도 안 먹었지만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아서 밥은 먹지 않았다.


식당 바로 앞에는 과일 파는 곳과 벌레튀김을 팔던 곳이 보였다. 벌레야 태국에서도 이미 귀뚜라미를 먹어봐서 거부감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여기는 상당히 큰 벌레였다.


귀뚜라미로 추정되는 친구들이었는데 그래도 이정도라면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메뚜기와 바퀴벌레인지 물방개인지 모르는 애들을 볼 때는 좀 심하게 징그러웠다. 그냥 일반적인 음식은 다 먹었지만 그렇다고 커다란 날개와 다리를 씹어 먹을 정도로 내 비위가 좋은 편은 아니다. 아니지. 내 비위가 나쁜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러 저걸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 커서 부담이 되었는데 아마도 태국에서 먹었던 것 보다는 커서 바삭바삭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 시켜서 마셨다. 커피 한잔에 2000리엘로 씨엠립보다는 조금 더 저렴했는데 그건 내가 연유가 들어가지 않은 커피를 시켜서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조금 쓰다고 생각되었지만 이내 곧 마실만 해졌다.

캄보디아에서는 달러를 내면 캄보디아 화폐인 리엘로 거슬러 줬다. 보통 1달러에 4000리엘이었으니 2000리엘짜리 커피를 마시고 나니 2000리엘의 잔돈을 거슬러 받았다. 남은 2000리엘로 버스 옆에 있던 과일 파는 곳에 가서 파인애플을 샀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맛은 별로 없었다.


또 하염없이 달렸다. 날씨는 흐려졌다 맑아졌다가를 반복했던 변덕스러운 우기 시즌을 버스 위에서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도착했다. 버스는 프놈펜에 도착한 후 다시 호치민으로 향하는 국제버스로 환승해야 했다.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몰려있었던 삐끼 아저씨들이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아저씨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인 호치민으로 향했다. 버스를 갈아타고 이제 호치민으로 달렸다. 아침 9시에 출발해서 점심 때쯤에 프놈펜에 도착했는데 이제 호치민으로 향하는 것을 보니 최소 저녁 때는 되어야 도착할 것 같았다.


프놈펜의 거리는 확실히 수도다워 보였다. 크고 잘 정비된 도로와 수많은 차들, 그리고 도시 곳곳에 보이는 큰 건물이 눈에 띄였다. 프놈펜을 돌아보고 싶기는 했지만 이미 우리는 시간에 쫓기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베트남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특별해 보였던 탑과 사원으로 추정되는 곳이 보이기도 했다.


그냥 버스 안에서 프놈펜의 거리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프놈펜을 벗어나자 잠이 들었는데 한참을 자다 깨도 호치민에 도착하지 않았다. 버스는 거의 비포장 도로와 유사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잠시 어느 길 위에서 버스가 정차했을 때 우리를 보고 아이들이 반가워하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 버스가 외국인만 타는 버스인줄 알았기 때문인지 신기한 구경거리가 된 것 처럼 반가워했다. 괜히 이 아이들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또 다시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잤다. 긴 잠을 잔 것은 아닌데 거북이 걸음을 하는 버스와 주변이 시장처럼 유난히 시끄럽다는 사실을 알고 눈이 떠졌다.


이곳이 국경인지 몰라 밖을 바라봤다. 나는 막 잠에서 깬 까닭에 이 상황이 어리둥절할 정도였는데 밖은 어수선해 보였다. 밖에서 차들이 느리게 달리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이 탄 우리 버스가 주요 타켓이 되었다.

손으로 버스를 두드리기도 하고, 창문에 외치면서 뭐라도 하나 사달라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두드리는 소리는 살짝 공포감이 들 정도였다. 조금 지나자 버스를 쾅쾅 두드리는 소리는 공포스러움에 처절함까지 더해졌다.


물건을 사달라는 사람부터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도 꽤 많았는데 이 아저씨는 눈이 보이지 않는지 어린 아이가 손을 붙잡고 데려오면 계속 버스 앞에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 아이는 팔이 없었다. 없는 팔로 돈을 달라고 움직이면, 옆에 있던 누나가 돈을 받아서 목에 있는 봉투에 돈을 넣었다. 실제로 버스 안에 있던 몇몇 사람은 돈을 주기도 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참 여러가지 기분이 교차하는 것 같다. 화냈다가 만족했다가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가 하면 이렇게 씁쓸한 기분도 느끼게 되었다. 여기가 어떤 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량이 많이 지나가는 까닭에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곳은 국경지역이 아니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기 위한 곳이었는데 그래서 좀 막혔나 보다. 커다란 배에 우리 버스가 올라탔고, 강을 건너갔다.

버스는 다시 열심히 달렸는데 중간에 잠시 쉬어갈 때 너무 배가고파 라면 비슷한 것을 먹었다. 맛은 정말 괜찮았다. 그때 버스 안에는 한국 사람이 몇 분 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은 나이가 있으셨던 아저씨도 만나 뵙게 되었고, 잠깐이나마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는데 혼자 베트남을 여행하려 한다고 했다.


정말 지겹고 힘들다고 말을 하다보니 국경에 도착했다. 역시 내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던 것은 국경에 도착했음을 알려줬던 베트남 국기였다.


베트남에서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서 또 버스에 올라탔다. 베트남에서 입국 심사는 무척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거의 대부분 버스 승무원이 알아서 처리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참을 달린 끝에 드디어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했다. 정말 오래달렸다. 물론 야간버스나 기차로 더 오래 걸린 적도 많았지만 아침부터 잠도 제대로 못자는 낮 시간에 호치민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


호치민에 도착하니 화려한 네온 간판과 함께 익숙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로고가 많이 보였다. 우리를 호치민의 중심부에 내려줬는데 우리는 또 막연하게 이런 생각만 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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