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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새삼 숙소의 위치가 참 묘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온통 건물로 가득차 있는 공간이라 좁은 틈 사이로만 빛이 들어 올 정도였다. 아마 사람들이 진짜 사는 공간인듯 아침이 되자 여기 저기에서 요리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었는데 아침이었음에도 북적대는 모습은 즐거움을 가득 안겨주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수중에 베트남 화폐인 동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우선 환전부터 하러 은행으로 향했다. 베트남은 돈의 단위가 무척 높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쓰는 1000단위부터 10000단위인데 보통 1달러에 16000동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돈 계산하기가 좀 힘들었다. 환전을 하고 나오니 10만동짜리 화폐를 여러장 두둑하게 갖게 되었는데 순간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거리를 걷는데 눈에 익숙한 자동차가 보였다. 한국에서는 경차라고 홀대 받는 마티즈가 여기서는 택시였던 것이었다. 베트남에 처음 도착해서 마티즈가 신기하게 보였지만 사실 베트남에서는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도시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하자면 호치민은 과거 사이공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북베트남이 사이공을 함락하고 난 후 이곳은 호치민이라는 도시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사이공이라고 불렸다. 호치민과 사이공 둘 다 친숙하고 괜찮은 이름 같았다. 호치민은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이었는데 베트남의 어디를 가도 동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참고로 베트남 화폐인 동에는 모두 호치민 아저씨가 웃고 있다.


큰 도로쪽을 지나가는데 뭔가 엄청난 것을 보고야 말았다. 세상에 오늘 무슨 날인가? 이 엄청난 오토바이를 보고서는 정말로 오토바이 경주라도 하는줄 알았다.


도로에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많았는데 베트남에서는 온통 오토바이 천지였던 것이었다. 아저씨, 누나, 아줌마, 형들은 모두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오토바이를 보고 놀랐던 것은 베트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신호를 기다리는 오토바이를 몰던 사람들의 얼굴에서 마치 출발선에 선 레이서들처럼 사뭇 비장함이 보이기까지 했다.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도로에는 항상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데 도로에 오토바이가 워낙 많아 초반에는 길을 건널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아무리 큰 도로라도 건너기는 무척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건너면 자동차가 아니라 오토바이였기 때문에 알아서 다 피해줬다. 처음에는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그냥 오토바이 흐름에 그냥 몸을 맡기면 어느새 반대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