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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달러만 환전을 했을 뿐인데 주머니가 두둑해지는게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10만동짜리도 여러 장 있었는데 여기서 10만동은 베트남 현지에서도 단위가 높아서 조금만 훼손되도 위조 지폐 의심을 사기도 한다. 근데 문제는 베트남에서는 항상 돈을 잘못 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폐에 전부 호치민 아저씨가 있었고, 돈도 전부 지폐밖에 없는데 가끔씩 색깔만 보고 헷갈리기 때문이었다. 특히 1만동이랑 10만동은 색깔도 비슷해서 받는쪽에서 먼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10배로 지불할 뻔한 적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바쁘고 졸립다는 핑계로 아침을 항상 굶었지만 여행하는 도중에는 아침은 꼬박꼬박 잘 챙겨먹었다. 93만원 들고 떠난 여행을 마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잠은 어디서 잤는지와 밥은 제때 잘 먹고 다녔는지였다. 물론 밥은 잘 먹고 다녔고, 심지어 아침과 야식까지 챙겨먹는 여유까지 있었다.


거리를 걷다가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 싶어서 길거리에 파는 허름한 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가격은 5000동이었는데 이정도면 베트남에서도 정말 싸다고 얘기할 수 있었다. 베트남 쌀국수가 유명한건 우리나라 사람도 이미 알고 있었고, 나 역시 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동남아 다른 나라의 쌀국수를 많이 먹어왔다. 그래도 베트남하면 쌀국수, 쌀국수하면 베트남이니 안 먹어 볼 수 없지 않는가.


근데 우리가 먹은 것은 쌀국수가 아니었다. 면은 가늘면서 라면 덜 익은 맛이 났는데 그런대로 맛있게 잘 먹었다. 간장이나 고추를 섞어 간을 맞추면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이곳은 약간 위생 상태도 안 좋아 보였지만 싸고 맛있기만 하다면 우리는 길 한복판에서도 잘 먹을 수 있다.


호치민의 여행자 거리인 데탐거리에는 수많은 PC방과 숙소가 몰려 있었다.

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오픈버스를 이용하면 무척 싸다고 들었다. 원래는 기차를 타고 하노이까지 올라가려고 했으나 오픈버스를 타면 미리 도시를 지정해서 중간중간 내려 그 도시에서 머무를 수도 있고, 원하는 때에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기차에 비해서 가격도 저렴하니 이거야 말로 배낭여행자에게는 딱 어울리는 상품이었다.

가격이 왜 이렇게 저렴한지는 오픈버스 티켓을 사러갈 때 알 수 있었다. 워낙 많은 오픈버스 업체들이 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격이 저렴해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가장 유명한 김카페, 신카페는 조금 비싼편이었지만 그 외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우리의 위치는 사이공(호치민)이었는데 하노이까지 서둘러 올라가야 했다. 베트남은 워낙 길쭉한 나라였기 때문에 쉬지 않고 달려도 2박 3일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여행 일정이 점점 촉박해져 왔고 하노이까지 올라가도 중국비자를 빨리 발급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중국에서는 베이징을 거쳐 텐진까지 올라가야했다. 이제는 완전 시간에 쫓기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몇 군데 돌아다닌 끝에 우리는 한카페에서 오픈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호치민, 나짱, 호이안, 훼, 하노이로 지정한 오픈버스였는데 가격은 불과 16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 도시를 더 추가하면 최대 24달러였지만 많은 도시를 거칠 필요가 없었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주요 도시만 지나가기로 했다. 불과 16달러로 베트남의 주요 도시를 지나가고 또 원하는 때에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점은 정말 너무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베트남에서는 교통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침 먹은 국수가 양이 안 차서 그런지 케밥 하나를 더 사먹었다. 지나가다 보니 너무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케밥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케밥 가격은 12000동이었는데 정말 베트남에서는 싸고 맛있는 음식이 있어서 그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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