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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궁에서 전쟁박물관까지 걸어오면서 구경을 마친후 사이공강 주변으로 움직이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사이공강 주변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정반대쪽에 있었다. 따라서 반대로 걸어가야 했는데 이때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대충 흥정을 하는 아저씨를 물리치고 무조건 미터기를 이용하여 사이공강으로 향했다. 사이공강까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요금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타고 온 택시는 대우자동차의 라노스였다.


굉장히 친절하고 인상좋았던 아저씨였는데 택시에서 내리자 갑자기 차에 붙어있던 택시 글자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웃으면서 자기는 퇴근시간이라고 하며 집에 가야한다고 했다. 정말 재밌었다. 영업중일 때만 택시였고 그 외에는 일반 자동차의 모습이었다. (나중에 접하게 된 이야기로는 이러한 택시는 불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법 택시를 탄 셈인가?)


사이공강에 도착했다. 도로에는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지나다니고 있었고, 반대쪽에는 배가 보이는게 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 주변에 있던 선상 레스토랑도 보였다. 시원하게 뻥 뚫린 강을 생각하고 왔던 나로써는 조금은 더러운 강물에 실망을 하고 말았다. 아마도 메콩강을 따라 온 강물이기에 흙색인 것 같았지만 일단 색깔은 둘째치더라도 온통 쓰레기 천지였다. 강 위에 떠다니는 물체들은 대부분 쓰레기더미들이었다.


반대편에는 한국의 아파트 브랜드였던 자이 간판도 있었고, SK텔레콤도 잇었다. 근데 사실 우리는 강의 건너편을 가려고 사이공강으로 왔던 것인데 막상 오니 반대쪽으로 건너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사이공강 주변의 도로도 역시 오토바이로 인해 복잡했다.


이순신 장군처럼 어떤 장군 모습을 한 동상이 보였지만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숙소가 있었던 데탐거리까지는 그리 멀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걸어 돌아갔는데 지도보다도 거의 감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그 넓은 호치민 걷다보니 데탐거리에 돌아가서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배가 고팠다. 그러다가 우연히 밖에서 고기 냄새가 진동을 하고, 여러 사람들이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발견했다. 일단 호기심에 여기에서 한번 먹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삼겹살 구워먹는 그런 느낌처럼 먹기 전부터 군침이 돌았다.


어떤 고기인지도 모르겠고, 무슨 부위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어서 좋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소스에 찍어먹고 야채와 함께 먹는다는 점이 비슷했는데 고기는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약간 말랑말랑한 맛이라고 해야할까?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고기는 적당하게 먹고 데탐거리에 돌아가서 다른 것을 또 먹자는 생각에 조금만 시켰다. 주변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꽤 많았다.


가게 앞에서 공을 돌리기와 같은 묘기를 보여주며 돈을 요구하던 아이도 볼 수 있었는데 진짜 잘 돌렸다. 나중에는 불쇼도 보여주며 관람료(?)를 달라면서 돈통을 사람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밥까지 시켜서 먹고 계산을 하는데 예상보다 조금 더 나왔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계산서를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밥 먹기 전에 줬던 물티슈도 가격에 포함된 것이었다.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이 물티슈를 받고도 아무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물티슈를 주기 때문에 그냥 공짜인 줄만 알았는데 물티슈도 돈을 받는다는게 조금은 황당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이 쓰는 않는 것을 유심하게 살펴 봤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을 헤매고 다니다가 주변이 컴컴해질 때가 되어서야 데탐거리 주변을 발견했다. 롯데리아도 보이는 골목을 보니 이제 단 하루 만에 주변은 다 파악한 것처럼 느껴졌다. 


KFC가서 한번 우리나라와 가격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들어가봤다. 다른 이유는 없고 단지 심심해서 가격 한번 보려고 들어갔다. 징거버거 세트가 3만 5천동 대충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하면 2천 100원 정도의 가격이었다.

데탐거리에 돌아와서 맥주가 5천동인 것을 발견하고 들어가 보았다. 대부분 베트남 현지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간간히 말을 걸기도 했다. 다 재밌는 아저씨들이었다.


맥주의 형태는 불투명의 병에 담겨져 나왔는데 시중에서 판매하는 그런 제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안주와 함께 시켜도 부담이 전혀 안 되는 가격이어서 우선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시킨 안주는 마치 순대 간에 소금찍어먹는 그런 맛이었다. 하루 종일 베트남 거리를 돌아다녀 피곤할 법도 한데 우리들은 여전히 쌩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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