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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 저차해서 보홀섬에 도착한지 약 15분만에 협상을 타결하고 두말리안 리조트로 향했다. 보홀의 분위기는 시내를 벗어나자마자급격하게 시골 마을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시내라고 해봐야 그리 크지도 않았지만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도로의 양 옆은 초록색뿐이었다. 듬성 듬성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이 보이긴 했다.


두말리안에 도착하니 바로 앞에 바다가 보였고 다들 바다쪽으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나와 동생 한 명은 체크인을 위해서 카운터로갔다. 이래저래 가격을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쎘다. 우리가 모은 돈의 절반 가량이 리조트 비용으로 들어가게 생긴 셈이었다.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서 우선 방 하나만 잡고 깎아달라고 하자 웃으면서 10%정도 깎아줬다.

우리는 체크인하느라고 진땀을 빼고 있었는데, 그 이유인 즉슨 숙소가 너무 비싸서 추가 비용을 안 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수는 5명이라고 하고 계산을 했는데 리조트에서 다른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눈치가없는 아이들 신나서 놀고 있었는데, 결국 직원이 다시 물어봤다. 처음에는 일본인이라고 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10명이나 되는데눈을 피해서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왕 온거 그냥 맘편히 지내는게 낫겠다 싶어서 원칙대로 계산을 했다. 돌이켜보면 차라리더 잘한 일인것 같다. 괜히 돈 조금 아끼겠다고 마음 졸이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니들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우리는 한푼이라도 더 아낄려고 고생했는데 아예 관심도 없었다. 이리 신나게 놀고 있으니 직원들이 당연히 사람 많다는거 바로 알지.


짐을 대강 풀고 해 떨어지기 전에 바로 앞에 있던 바닷가로 나갔다. 해변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영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러명이서 놀러와서 그런지 뭘 해도 신날 수 밖에 없었다.


가볍게 물놀이도 하고, 공놀이도 하면서 해가 질 때까지 놀았다.

다들 아쉬웠는지 이번에는 곧바로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이 리조트 가운데에는 실외 수영장이 있었는데 숙박을 하는 사람에게는 무료였다. 근데 꽤 깊어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렇게 놀다보니 배가 너무 고팠다. 리조트에서의 밥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서 근처에 뭐 없나하고 돌아보는데 바로 앞에 바베큐를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 소리와 냄새때문에 흥분이되서 가격을 물어보니 적당한 수준이었다. 생선은 조금비싼편이어서 생선을 제외하고 돼지고기를 중심적으로 주문을 하고 밥도 주문했다. 맥주는 우리가 세부에서 사온 것을 들고오니 문제될것은 없었다.


고기다 고기다.


사람이 10명이나 되다보니 고기의 양이 살짝 부족한 감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적당히 배가 찰만큼 먹었다. 밥으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뒤에 숙소에서 잔뜩 먹을 것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정도로 먹기로 했다.


시원한 바닷가에서 그냥 흥겨웠는데 어디선가 흘러나온 음악소리 때문에 기분은 한창 무르익었다. 달은 밝게 떠있고, 기분 좋은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함께 온 사람들의 개그에 웃지 않을 수 없는 밤이었다.

우리는 들어가서 술을 마시면서 게임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게임을 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학원 초기이다 보니 영어도 전부 고만고만한 상태였고, 한국 사람만 있었던게 아닌 여자는 전부 일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유명술 탄두아이와 라임주스를 섞고 있던 동생

그런데 정말 재밌었던 것은 우리는 한국말을 해도 지장이 거의 없었다. 같이 온 여자 아이가 사실 한국사람이었던 것이었다.이건 또 무슨소리냐면 한국 사람이었지만 일본에서만 살아서 한국말을 전혀 못 한다. 정말 웃기는 말이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못하는데 들을 줄은 안다. 거의 90%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덕분에 한국말로 말해도 다 통역을 해줬다. '강승연'이라는 자기이름도 제대로 발음 못하는 아이였지만 너무 재밌었던 아이였다.

흡사 게임하러 온 것인지 게임하다 술마시고 다시 게임하고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마피아 게임도 했는데 서로 영어로만말했는데 이게 어찌나 웃겼던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영어가 안 되니 누군가 걸리면 "I'm not 마피아 reallyreally believe me please" 라고 외칠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절실했는지 소리를 질러대는데 한국어로 마피아를 할 때보다 더 웃겼다. 마피아 게임 덕분에 배꼽잡고 웃었던 것 같다.

그냥 즐거웠던 보홀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