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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2006년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2008년에 개인적으로 다시 같은 곳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슈퍼에서 팔던 그린 망고가 신기해서 몇 개를 사가지고 폴네 집으로 갔다. 필리핀에서는 노란 망고보다 더 인기가 있어보였던게 바로 이 그린 망고인데 딱딱한 사과를 먹는 것 같았다. 무척 시큼한 맛이 났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소금에 찍어서 같이 먹는다.


한번 먹어보고 와~ 정말 시다며 눈을 질끈 감자 내 모습을 보고 더 웃긴듯 막 웃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셨다.


땅바닥에 내 이름을 썼던 폴, 정말 똑똑한 아이였다. 갑자기 내가 보고 싶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쓰면 이 사진을 찍어서 한국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 멤버의 별명과 이름을 집 뒷마당에 썼다.

아이들과 놀고 있던 사이에 폴네 어머니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나는 밖에 나가 뭔가를 사오겠다고 했다. 나가보니 마침 꼬치를 팔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 저것 꼬치를 종류별로 사고 돌아오니 폴네 어머니께서는 콜라 한병을 사오셨다.


그러면서 집안에 있던 짜파게티를 보여주셨는데 나는 기겁을 했다. 유통기한이 2007년 12월로 벌써 10개월도 넘은 짜파게티였던 것이었다. 이거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벌써 유통기간이 지났다고 했다.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니 작년에 상협이형이 와서 짜파게티를 선물로 줬는데 어떻게 해먹는지 몰라서 그냥 놔뒀다고 한다. 내가 왔으니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이미 유통기한은 한참 지난 식품이었다.

상협이형은 나와 함께 2006년도에 이 곳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우리 멤버 중 한 명이었는데 2007년도에 이 곳에 왔었다. 그 때 받았던 짜파게티를 받고 아직까지 가지고 있었다는게 더욱 놀라웠다.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나한테만 상을 차려서 주시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혼자 먹을 수는 없다고 하니까 손님이니까 괜찮다고 했다. 나만 이렇게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극구 사양을 했는데 폴네 어머니께서는 상협이형이 왔을 때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며 웃으셨다. 내가 얻어먹는 것도 실례라며 꼭 같이 먹고 싶다고 얘기해서 결국 다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2006년 자원봉사를 하고, 2007년에 방문했던 상협이형, 그리고 2008년에 여기에 왔던 나는 상협이형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밖을 나가보니 열심히 농구 경기를 중계하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농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때 지난 주에 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나를 찾더니 이내 마이 프렌드라며 술 한잔 하자고 꼬득였다.


그래서 작은 골목 사이를 지나 다시 골목으로 들어간 곳에 자리잡은 슈퍼 앞에서 맥주를 마셨다. 제대로된 의자도 없었고 시원한 맥주도 아니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이 곳의 즐거움은 특별함이 아니라 그냥 이 곳에 있다는 것 자체였다.

이 날 나는 폴네 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작은 집에 내가 들어가서 불편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폴네 어머니가 집이 불편해 잠을 제대로 못 잘까봐 계속 걱정해주셨다. 한대 밖에 없는 선풍기도 내쪽으로 돌려주시고, 좁아서 불편해 보일까봐 몇 번이나 괜찮냐고 물어봤다.

물론 집보다는 편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원래 아무데서나 잘 수 있다는 마음 가짐이 있는 녀석이다. 잠을 재워준다는 것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깜깜해진 밤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 했고, 나는 잠이 들었다. 아주 피곤했던 나는 깊은 잠에 푹 빠졌었다. 새벽에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는지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비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지붕을 뚫을 듯한 기세의 소리에 눈이 살짝 떠진 나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아침이 되서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린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평소보다 많은 트래픽에 깜짝 놀랐는데 베스트에 올랐네요. 감사합니다.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긍정의 힘 2009.09.01 19:00 신고

    유통기한 지나간 라면 먹어봤어?ㅋㅋㅋ
    난 놀러갔을 때 먹어봤는데 -_- 그냥 그랬다는;;

    맥주 맛있겠다~캬~ㅋㅋ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01 20:35 신고

      저거는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거라 먹기가 좀 그랬다는능...
      산미구엘 맥주 엄청 유명하지!!!
      나중에 함 먹어봐
      한국에도 있던거 같은데...

  2. BlogIcon 악랄가츠 2009.09.01 19:06 신고

    하앍~! 오늘 짜파게티 포스팅을 했는데 ㅎㅎㅎㅎ
    여기서 짜파게티를 만나니 완전 반가워요!~ ㅎㅎ
    저는.. 한달 안밖으로 지난 거는 그냥 쿨하게 끓여먹는답니다 ㅋㅋ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01 20:36 신고

      그러게요
      저도 봤어요 ㅋㅋㅋ
      저도 왠만하면 저것도 끓여드릴려고 했는데 1년가량 지난 짜파게티라서 좀 힘들더라구요

  3. BlogIcon Deborah 2009.09.01 19:14 신고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이라는걸 알 턱이 없지요. 한글을 모르니 더 그런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 짜파게티를 여기서도 보네요. 가 츠님 블로그 금방 다녀 왔는데, 짜파게티 먹는 이야기 있더라고요. ^^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01 20:37 신고

      네 저도 가츠님 블로그가서 읽었어요 ^^;
      저 짜파게티를 선물로 받았지만 결국 못 먹고 보관만 하고 있다가 한국 사람인 제가 와서야 다시 꺼내본 거였죠 ㅎㅎ
      그래서 다음번에는 요리하기 쉬운 컵라면을 몇 개 사가지고 갔었어요 ^^

  4.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09.09.01 19:15 신고

    이야.. 짜파게티를 저기서도 먹는군요..
    참 여러가지로 많은 즐거움이 있는나라 인것 같아요.. 진짜 필리핀 한번 가야 하는데..ㅠㅠ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01 20:38 신고

      짜파게티를 먹지는 않았어요... ^^;
      저것도 선물로 받은거라 요리를 못하고 있더라구요
      필리핀 여행 이야기도 조만간 올릴께요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가는 까닭에 ^^;;;

  5. BlogIcon Reignman 2009.09.01 22:00 신고

    필리핀에서 짜파게티를 보다니 신기하네요..ㅎㅎ
    바람처럼님. 해외로 자원봉사도 가시고 훌륭하세요. ^-^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01 22:31 신고

      아닙니다 ^^;
      해외자원봉사는 한번 프로그램으로 갔던거라서 제가 대단한건 없어요
      다만 다시 가보고 싶어서 2008년도에 혼자 갔지요

  6. BlogIcon 아이미슈 2009.09.01 22:05 신고

    우리 유통기한 왠만한거 그냥 넘어가 주신다는..ㅎㅎㅎ
    저 그린망고는 채쳐서...무생채같이 무쳐먹어도 맛나다는..ㅎㅎ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01 22:32 신고

      아무래도 짜파게티를 어떻게 요리를 할지 몰라서 방치한듯 보여요 ^^;
      제가 끓여주려고 했으나 유통기한이 너무 지나서 차마... ^^
      홍콩에도 그린망고 많이 드시나요? ^^

  7. BlogIcon 팰콘 2009.09.01 22:12 신고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지는 야심한 밤입니다~!

  8. BlogIcon 둥이 아빠 2009.09.01 22:19 신고

    으으으~~ 짜파게티를 먹고 싶은 저녁입니다.

  9. BlogIcon mark 2009.09.02 00:13 신고

    오래 기억될 여행을 하셨네요. 선물을 남기면서 수수께끼 까지 함께 줬군요.

  10. BlogIcon 보링보링 2009.09.02 01:16 신고

    아~초록색망고~시다는말에 눈이살짝감기고..입안에는 침이...ㅋㅋㅋㅋ먹어보고싶네요~
    ㅋㅋ그런데 짜파게티보니까요..갑자기 김씨표류기생각납니다~ㅎ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02 09:47 신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이 그린망고를 소금에 찍어먹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저는 그린망고를 많이 안 먹어봤네요
      항상 망고스틴이나 망고, 파인애플 등을 더 좋아했던지라...
      김씨표류기는 뭐죠????

  11. BlogIcon boramina 2009.09.02 09:44 신고

    어젯밤 이 포스팅을 보고, 짜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오늘 아침, 예상보다 일찍 눈이 떠지자 바로 짜파게티를 끓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잠재의식의 힘이란...
    찾아보니, 유통기한이 2009년 4월인 모 대형마트 PB 상품이 하나 있기에 바로 만들었어요.

    결국 반 밖에 못 먹긴 했지만 유통기한 지나도 맛은 뭐 괜찮던데요.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02 09:49 신고

      하하하 아침부터 짜파게티라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직 유통기한이 지난 짜파게티는 안 먹어봐서...
      당시에 거의 1년가까이 지난 짜파게티를 보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났어요
      그걸 가지고 계셨던 폴네 엄마도 대단하셨고요
      한국 사람인 제가 왔으니 저걸 끓여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보여줬던거 같더라구요

  12. BlogIcon 바람노래 2009.09.02 15:43 신고

    전...
    유통기한이 표기되지 않은거 같은 중국 라면을 한 몇개 들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산미구엘이 땡기는군요...ㅎㅎ
    생으로도 좋은데 말이죠 +_+

  13. BlogIcon 모과 2009.09.02 16:39 신고

    실제로 보면 [바람처럼]님은 샤프하고 곱상한 외모인데 ...^^
    현지인들과 있으니 그곳 사람같네요.ㅎㅎ
    여행하느라고 얼굴이 타서 그런가요?

  14. BlogIcon vipcs2378 2009.09.03 03:17 신고

    저도 요즘 유통기한 1달정도 지난 짜파게티와 짬뽕라면을 먹었죠. 다행이 별 탈은 없었는데...1년은 좀 많이 지났네요 ㅋㅋ

  15. snowdrop 2010.05.14 04:30 신고

    우연히 네이버에서 이것저것 보다가 들렀다 갑니다. 정말 좋은 인연에, 좋은 경험하시네요.

    부럽습니다..!!! :)

    ps. 왠지 저 10개월 지난 짜파게티 도전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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