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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2006년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2008년에 개인적으로 다시 같은 곳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주말이 되었고, 나는 또 올랑고로 향했다. 이제는 습관처럼 지프니를 타고 만다웨 시티의 졸리비로 간 다음에 다시 힐튼호텔로 향하는 지프니로 갈아탔다. 이쯤이면 외국인에게 익숙치 않은 지프니를 타고 잘 돌아다는거 아닌가?

올랑고에 도착한 후 트라이시클을 타고 갈 때까지도 다음 날이 필리핀의 휴일이었다는 것을 깜빡했다. 왜 휴일이었는지 기억났냐면 바로 내가 올랑고에 몇 번이고 드나들면서 보지 못했던 데비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 동안 코리나와 티나는 여러번 만났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다음 날이 필리핀에서는 멀리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그런 휴일이었기 때문에 유난히 올랑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2006년 당시 해외봉사로 이 곳에 왔을 때 우리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많은 친구들과 함께 했었다. 데비는 공항에서부터 우릴 마중 나와서 만남이 시작되었던 친구였다. 다만 특이한 사실은 이미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었다. 내가 데비를 보자마자 던진 말은 'Do you remember me?' 였다. 데비는 아주 당연하지 않냐며 물론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티나는 데비의 아이를 안고 사진 찍었다. 


내가 데비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 아주 아주 익숙했던 또 다른 친구가 지나갔다. 역시 2006년 당시에 보고, 2008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엘머였다.

엘머와 만나고 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엘머네 집으로 따라갔다. 엘머가 특별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2006년에 나와 문수는 엘머네 집에서 하룻밤을 지냈었기 때문이다. 이미 익숙한 엘머네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도 인사도 하고, 코코넛 밀크도 얻어 마셨다.


내가 딱 하루였지만 홈스테이했던 곳을 다시 가고, 그 가족들이 흐릿한 기억속에 있는 나를 반가워해주니 너무 고마웠다. 엄청난 말썽꾸러기였던 마빈은 여기와 친척관계였다.


엘머는 세부에서 대학을 다녔고, 이번에 엔지니어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자격증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족들이 이런 플랜카드까지 붙여놓은 것을 보면 집안의 큰 경사인 것 같았다. 오랫동안 공부해서 힘들게 딴 엔지니어 자격증이라고 한다.


엘머와 함께 바닷가로 향했다. 아마도 내가 심심해 할까봐 바닷가로 가지 않겠냐고 물어본 것 같다. 긴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소식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는 마을로 돌아왔는데 엘머는 폴네 집으로 갔다. 내가 폴과는 또 무슨 관계라고 하니까 'Cousin'이라고 한다. 대체 여기서는 누가 가족이고, 누가 가족이 아닌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달달한 망고를 먹으면서 TV를 봤다. 물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다. 대체로 TV에서는 많이 어설픈 SF형식의 드라마가 많이 나왔다.



다시 엘머와 함께 마을을 돌았다.


그러다 어떤 한 집에 가게 되었는데 여기도 친척집이라고 했다. 이 곳에서 폴네 어머니께서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워낙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들이라 그런지 낮이고 밤이고 항상 노랫소리가 마을에서 울려퍼진다. 동전 넣고 노래를 부르는 기계가 곳곳에 있고, 이렇게 집에도 마이크까지 있으니 말이다.





저녁이 되어 나는 세부로 돌아가야 했다. 엘머에게는 다음 주에 보자며 작별 인사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부두가로 달렸다. 


이미 많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내가 해외봉사를 했을 때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나서 반가웠던 하루였는데 문뜩 내가 세부를 떠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