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 이야기는 2006년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2008년에 개인적으로 다시 같은 곳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따가운 햇살과 함께 눈이 떠지면 이내 내가 올랑고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부시시하며 겨우 일어나긴 했는데 어디론가 갈 곳이 없다. 11월이면 한국은 무지 쌀쌀해졌을텐데 여기는 눈 뜨기조차 힘들정도로 뜨겁다. 그래도 나는 어디론가 향한다.


이 곳에 있는 동안 내가 한 일은 거의 없다. 그저 마을이나 한 바퀴 돌고, 또 다시 돌고, 그러면서 혼자 생각에 잠기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이야기 좀 나누는게 나의 하루 일과였다.


한편으로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나의 일상이었다.


우리가 2006년에 왔을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그랬는지 항상 시끄러웠는데 평범한 일상 속의 올랑고는 무척 차분했다.


언제나 동네 구석 구석에서 놀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있다.


밤이되면 농구장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그리고는 만난 사람들과 미지근한 맥주에 얼음을 타서 마셨다.


다음 날이 되서도 난 여전히 그저 마을을 돌아다녔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호주에가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시간은 점차 다가왔고, 나는 또 새로운 생활에 적응을 해야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거리를 걸었다.


바닷가로 갔지만 물은 전부 빠져있었다. 바로 맞은 편에 보이는 곳이 바로 막탄섬이다.


이 곳에서 그냥 걷고 있었는데 멀리서부터 뭔가가 계속 움직였다. 조금 걸으니 후다닥 사라지고, 그리고 뒤쪽을 돌아보니 저 멀리서 뭔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게였다. 이녀석들 조그만 구멍에 들어갔다가 내가 다가가면 휙 도망가버렸다.


신기했던 것은 이 쬐끄만한 게들은 구멍에서 나와 집게발을 계속 휘젖는 것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집게발을 돌린다. 수 십마리, 수 백마리가 나와서 집게발을 돌리고 있으니까 무척 웃겼다. 얘네들의 정체는 대체 뭐지?



마을 걸어다니기, 바닷가 가서 바람쐬기, 게들이 집게발 돌리는거 구경하기... 등과 같이 한가한 나의 올랑고 생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