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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피곤한 상태로 늦게 잠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나의 몸은 아침이라고 알려주었다. 몸은 부스스했지만 눈은 저절로 떠졌고, 나는 샤워를 하면서 시드니에 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는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호주하면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 하면 오페라 하우스였으니 바로 달려가리라 마음 먹었다.

한 밤 중에 시드니에 도착한 탓에 지난 밤에는 시드니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백팩 창문을 통해 바라본 거리의 모습은 확실히 대도시의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밖을 나와 곧바로 오페라 하우스 방향으로 걸었다. 지도를 보면서 현 위치를 살펴보니 피트 스트리트 한 가운데 있었고 이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오페라 하우스로 갈 수 있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생각보다 멀다는 것을 느끼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헝그리잭(버거킹)으로 들어갔다. 혼자 우걱 우걱 햄버거를 먹고 난 후 주변을 살펴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여기는 더이상 내가 겪었던 사람들이 귀하던 시골 마을이 아닌 호주의 제 1의 도시 한복판이었다.


피트 스트리트를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는데 정말 많은 한국 사람들이 보였고, 더불어 한 블럭마다 한인 업소가 보였다. 스쳐지나가는 한국 사람이 많았음에도 왜 이렇게 쓸쓸하게 느껴지는지 나는 더 혼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한 20분을 걸었을까? 갑자기 탁 트인 공간이 나왔고 그 주변으로 수 많은 음식점과 카페가 늘어서 있었다.


호주의 원주민인 애버리진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저 손가락은 나를 가리키는 것이었을까?


그래 그래! 저건 어디선가 한번 쯤은 봤던 하버브릿지가 맞았다. 그냥 철골 구조물의 다리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저 다리는 신비롭게 다가왔다.


길게 늘어선 음식점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호주의 분위기는 나를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호주에 도착한지 참 오랜만에 관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야말로 감격스럽다는 표현이 맞았다. 아니 아직 오페라 하우스를 보지 않았으니 조금은 미련을 남겨둬야겠지.


이 곳에서는 유난히 거리 퍼포먼스를 많이 하는 장소였다. 볼링장의 홍보였던 듯 볼링핀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옆의 키큰 아저씨 나중에 내가 시드니를 다시 왔을 때도 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드니가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말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두근 두근 오페라 하우스라는 표지판을 지나 옆의 상점들을 따라 걸으니 불쑥 오페라 하우스가 나타났다. 아~ 그래 저거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얀색 지붕이 겹겹히 쌓여있어 보였던 그 건물 말이다.


한 자리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계속해서 바라봤다. 마치 호주에 온 목적이 오페라 하우스 한번 보러 온 마냥 사진만 계속 찍어댔다.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호주에 정말 오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바로 이 오페라 하우스를 봤을 때였다. 이 때가 내가 호주에서 생활한지 3달째가 되던 시기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진 찍던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단체로 모여들어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까지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오페라 하우스 앞에 몰려 있었다. 어째 나만 혼자 구경하는 듯 보였다. 이거 사진 찍기가 힘들겠는데?


계단을 올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360도 돌아보면서 오페라 하우스도 정말 멋졌지만 그 주변의 풍경도 너무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오페라 하우스의 바로 옆에는 하버브릿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귤 껍질이 겹쳐진 모습을 보고 이 디자인을 떠올렸다는 오페라 하우스, 어떤 사람들은 오페라 하우스를 실제로 봐도 그렇게 감흥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난 너무도 오랫동안 뚫어지도록 바라봤다. 그냥 바다와 오페라 하우스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니 내 마음이 너무도 평안해졌다.


호주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오페라 하우스까지 왔는데 사진 하나 안 남길 수는 없어서 옆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얏호! 나 호주에 오긴 왔네?


너무도 오랫동안 오페라 하우스에 있었다는 생각에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아침에 백팩에서 나와 계속 오페라 하우스에서만 계속 있었으니 말 다했다.


이런 갈매기 녀석... 호주에서는 도시들이 대부분 해안가에 형성되어 있어서 갈매기를 비둘기보다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를 보러 가는 사람들, 그리고 난 오페라 하우스를 보고 난 후 뒤를 돌아본 그 길이었다.


더 록스쪽으로 가니 오페라 하우스의 옆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날 하루는 오페라 하우스만 봤다고 할 정도로 지겹도록 구경했었다. 그래도 꿈만 같은 오페라 하우스를 보니 그만큼 만족감을 느꼈었다. 아마 내가 시드니에 입국했거나 이 곳에서 생활했다면 이런 감흥은 느낄 수가 없었을 거다.


감자칩 하나라도 안 떨어질까 모여든 갈매기들이 꼭 먹이에 굶주린 하이에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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