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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장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일을 너무 못했었다. 뭐든 일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과 피킹만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포도 피킹과는 다르게 사과는 높은 나무에 매달려있기 때문에 사다리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데 이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고된 작업이었다. 또 사다리에 올라 사과를 딴 후 목에 매달은 캥거루백에 집어넣고 난 후 아래로 내려와 커다란 빈에 담는 것인데 이 빈의 크기가 장난 아니었다.  이래서 사과나무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고 하는 거였구나!

초반에는 일을 잘 못해도 그러려니 하면서 일을 하곤 했는데 더 큰 문제는 일이 꾸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농장 규모도 커서 나쁘지 않았고, 임금도 시급으로 하면 18.5불로 상당히 높았지만 주 5일에 3일이나 4일정도만 하니 돈이 되지 않았던 것은 당연했다.


일이나 열심히 하지 무슨 사진을 찍고 놀았냐 할 수 있겠지만 이 날도 역시 동영상 촬영을 위해 캠코더를 가지고 갔던 것이었다. 잠깐 쉬는 시간을 이용해  현석이한테 나 좀 찍어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어차피 동영상 제작을 위해서 찍었던 것이었던 만큼 이후에는 사과 농장에서 사진을 찍을 기회는 없었다. 아니 찍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포도 농장에서 일을 할 때도 그랬지만 사과 농장에 있을 때 느낀건 같은 사과라도 그 종류가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사과만 하더라도 갈라, 레드 딜리셔스, 골드 딜리셔스, 후지 등등 이 농장에서만 8종류 이상은 있었던것 같았다. 물론 일하면서 틈틈히 종류별로 사과를 맛보긴 했다.


사과 농장에서는 나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고나 할까? 다른 사람들은 곧잘 일을 잘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포도 피킹할 때는 아무리 못해도 중간은 간다고 생각했는데 사과는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았다.


후아~ 정말 힘들긴 힘들구나! 저 캥거루백에 가득 담아 수 십번을 날라야 겨우 1개 빈을 채울 수 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끝까지 남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이 농장에서 피킹 시즌이 끝날 때까지 남아 어느 정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여기서 쉽게 떠났다면 아마 이후에 호주 생활이나 태국 여행은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사과 나무가 펼쳐져있었다. 좀 거짓말 보태면 배틀로는 산악지대인데 이 산들의 반이 사과나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정도로 사과 농장이 많았다.

사과 농장은 절대 나무가 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접 일을 해보니 알 것 같았다. 아무리 사과가 많이 매달려 있어도 사다리를 타면 사과 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사다리를 타면 일하는데 균형이 안 잡혀서 불안했다.


일이 끝나고 갑자기 고기가 땡겨서 배틀로로 내려왔다. 어제 캐나다 애들이 먹었던 스테이크가 무척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IGA에 가서 스테이크 2개가 들어있는 묶음을 2개 샀다.


주로 장을 보러 갈 때는 튜뭇을 이용했기 때문에 배틀로에는 안 내려와도 되었지만 주로 전화를 한다거나 간단한 장을 보기 위해서 내려왔다. 그리고 가끔 현석이가 포키하자고 꼬실 때 배틀로에 내려오기도 했다.

농장으로 돌아와 양파와 함께 스테이크를 구웠는데 무척 맛있었다. 농장 생활하면서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삼겹살이나 스테이크같은 고기를 먹었던 것 같다. 물론 베이컨을 고기로 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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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생했는데..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날이 얼마되지 않으니 돈도 안되고...
    아무튼 쉽지 않으셨겠어요..

  2. BlogIcon 보링보링 2009.12.01 22:18 신고

    사과가 더 힘드셨군요...이구이구 저말 속상하셨겠어요...열심히하는데 능률이 오르지 않으면 속상하죠..

  3. BlogIcon Naturis 2009.12.02 01:30 신고

    사과따는 복장이 잘 어울리시는데요 ㅋㅋ 호주는 일사량이 많아서 사과가 왠지 달고 맛있을 것 같은 느낌... 맞나요?

  4. BlogIcon 미자라지 2009.12.02 06:27 신고

    언듯 생각하면 포도보다 사과가 쉬울것 같은데 말이죠...ㅋ
    실제로는 해보질 못해서...ㅋ
    힘드셨겠어요...오르락내리락...ㅋ

    • BlogIcon 바람처럼~ 2009.12.03 00:42 신고

      포도는 박스에 담는 형태고 사과는 빈에 담는 형태인데요
      빈의 크기가 장난 아닙니다 ㅠ_ㅠ
      뭐~ 포도는 상태가 안 좋으면 미치긴 하죠
      워낙 정리정돈을 해야해서...
      서로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전 사과가 힘들었어요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에 있는 걸 따야했으니까요 ㅠ_ㅠ

  5. BlogIcon 하늘엔별 2009.12.02 07:12 신고

    저도 양계장에서 일 한 적이 있는데, 처음엔 정말 힘들더군요.
    그런데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깐 일이 정말 편해지더군요.
    그걸 이겨내셨으니까 워킹홀리데이를 잘 하실 수 있었겠죠. ^^

    • BlogIcon 바람처럼~ 2009.12.03 00:44 신고

      하하하
      결론적으론 전 끝까지 잘 못했어요 ㅎㅎㅎㅎ
      이상하게 사과는 실력이 안 늘더라구요~
      그래도 꾸준히 돈을 모았던게 다행이었어요 ^^

  6. BlogIcon 행복한꼬나 2009.12.02 07:17 신고

    근데 오빠! 농장 가면서도 카메라는 매일매일 가지고 다녔던 거야? 아우..난 놀러갈때 아니면 무거워서 매일 못들고다니겠던데...힝~ ㅠㅠ 이제 나도 맨날 들고다니면서 런던풍경 찍어야하나..

  7. BlogIcon 건강정보 2009.12.02 08:56 신고

    사과도 엄청나군요..
    지난번 포도도 엄청나더니만...
    사과가 더 고된 작업인것같아요...

  8. BlogIcon Zorro 2009.12.02 12:49 신고

    예전에 사과한번 딴적 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ㅠㅠ
    그래도 맛있는 사과를 먹을때면 기분이 좋아지던데^^
    좋은 하루 되세요~

  9. BlogIcon 바람될래 2009.12.02 13:44 신고

    돈주고도 못사는 경험들..
    바람님의 소중한 재산으로 남을듯해요..
    포도에 이어 사과..
    사과농장에서의 추억 잔뜩 풀어놓으실꺼죠..?

  10. BlogIcon boramina 2009.12.02 17:25 신고

    골든 딜리셔스 사과 먹고 싶어요.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 같아요.

    사다리 위에서 캥거루 백 메고 일하는 거, 정말 쉽지 않아 보이네요.

  11. BlogIcon 소나기♪ 2009.12.04 10:55 신고

    목이 엄청 아팠을 것 같습니다.
    어깨도 결리고 .. 여행기가 어찌 보면 늘 고생이시군요.ㅎㅎ

  12. sora 2009.12.05 02:44 신고

    batlow에 계셨나봐요 ㅎㅎ 저도 배틀로에 있었답니다 : ) 동네사진 보니깐 급 그리워지네요..
    sue밑에서 일하셨나요? 저도 sue밑에 있었는데!!! mayday farm 인가요?
    올해 픽킹하신거예요? 올해 픽킹 대박이였다고 들었는데..
    저는 올해 8월부터 11월초까지 프루닝했어요.. 하하하 반갑네요.
    브라이트랑 비치워스 다녀오신거 보니깐 저는 6월달에 그 동네에서
    웨이팅하느라 일주일씩 지냈었는데...
    돌아다녔던 동네들 여기서 보니깐 너무 반가워요!
    자주 놀러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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