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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되자 상민이와 현석이는 또 낚시하러 떠났다. 나와 승이는 낚시가 그렇게 좋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농장에서만 계속있으면 답답하기만 할테니 차라리 나가서 바람쐬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팜스테이 즉 농장에서 제공해주는 숙소에서 머물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팜스테이는 아니었고 공터에 있었던 캐러반(캠핑카)을 이용하는 형태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캐러반은 딱 하나였기 때문에 그 옆에다가 텐트를 치고 생활했던 것이다.


항상 금요일 일이 끝나면 튜뭇에 가서 일주일치 장을 보는게 가장 큰 일과였다. 그리고는 고기와 함께 술을 마시거나 쉬는게 전부였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무언가를 보기는 했지만 영화, 드라마, 심지어 다큐멘터리까지 다 보니 나중에는 볼만한게 남아있지 않았다.

현석이와 상민이가 낚시하러가자  우리는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베이컨에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된장국을 끓였다. 호주에서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요리하는 실력은 점차 늘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호주에서 영어는 안 늘고 요리만 늘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컴퓨터만 하다보면 너무나 지루해져서 밖에 나가보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강아지들이 찾아와있기도 했다. 맥스는 저녁 식사 시간에만 찾아왔지만 비스켓은 평소에도 자주 왔다.


처음 농장에서 일할 때 이녀석이 자꾸 왔다 갔다거리고 나를 감시하길래 이녀석이 혹시 슈퍼바이저인가 라는 생각까지 했다. 슈퍼바이저였던 오니에게 이름을 물어보니까 비스켓이라고 그랬다. 내가 비스켓이라는 이름이 너무 웃기다고 하니까 오니는 비스켓을 한국말로 뭐라고 하냐고 물어봐서 나는 '과자'라고 대답해줬다.

비스켓은 빅보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강아지였다. 빅보스가 항상 저녁 때만 되면 캐러반 부근에서 놀고 있는 자신의 강아지였던 비스켓이나 대쉬를 데리러 오기도 했다. 참 그 광경이 무척이나  웃겼다.


아침 일찍 나갔던 현석이와 상민이는 저녁이 되어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저녁을 먹는 순간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는데 승이는 이들이 걱정이 되었는지 전화를 계속 했다. 하지만 이런 시골에서는 OPTUS 휴대폰은 터지지 않았다.

그 날밤 엄청나게 많은 비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상민이와 현석이가 돌아오지 않아서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나는 어린애들도 아니니까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투닥투닥~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가 우리 캐러반을 내리쳤다. 비가 내리는 날 캐러반이나 텐트 안에 있으면 기분이 참 묘해진다.

다음 날 저녁때가 되어서야 현석이와 상민이가 도착을 했는데 차에 기름이 떨어져서 돌아오지 못했었다고 했다. 결국 그 들은 차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농장에 있는 동안 주말은 참 지루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일을 하는 평일이 더 좋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깊은 산 속에 있다보니 특별한 무언가가 없었다는게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