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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장에서 한달 정도 있었을 무렵 날벼락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앞으로 10일정도 일이 없을 예정이라며 다른 일을 알아보던지 아니면 기다리라는 소리를 했다. 우리로써는 최악의 상황이 온 것이었다. 그 동안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는데 다시 또 어디로 가야하나 아니면 무작정 10일동안 기다려야 할까 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다면 다른 농장을 찾아보자며 아침 일찍 떠났다. 사실 우리가 골드코스트에서부터 잡았던 원래 목표지점은 브라이트 지역의 밤농장이었다. 2월달에 내려올 때 아직 밤시즌이 아니라는 얘기에 배틀로에서 머물게 되었지만, 3월달이되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가까울 것 같았던 브라이트는 생각보다 멀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몇 시간동안 달리게 되었다.


어느 한적한 길가에서 우리는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나갈 수 없게 양떼들이 맞은 편에서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빼곡하게 길 한복판에서 몰려오니 우리는 멈춰서야 했고, 새삼보는 신기한 양떼몰이 모습에 사진을 찍었다.



양떼가 지나가자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우리와 마주치자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우리를 양떼가 지나가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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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채우고 잠시 쉬었다 가기를 5시간정도 우리는 드디어 브라이트에 도착을 했다. 브라이트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방문을 해서 지도를 얻은 뒤 브라이트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아담한게 무엇보다도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마치 늦가을 단풍 한 가운데 들어선 듯한 포근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역시나 마땅히 먹을만한게 없었다. 만만한게 케밥아니면 햄버거였는데 이 날도 케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밥먹은 후에 브라이트 지역의 밤농장을 둘러보았는데 전부 너무 이르다는 소리뿐이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밤이 돈 좀 된다는 소리를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 워낙 많았는데 그 중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 작은 마을에서도 한국 사람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어쨋든 여러 농장을 둘러본 후 우리의 전화번호를 남겨놓고 돌아와야만 했다. 애초에 우리는 브라이트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비치워스로 가서 알아보기로 했기 때문에 곧장 비치워스쪽으로 향했다. 비치워스로 브라이트처럼 밤농장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비치워스는 브라이트보다 훨씬 작은 마을이었고 매우 조용했다. 근처의 농장이란 농장은 다 둘러보았는데 말은 참 연락해주겠다, 기다려달라 이랬지만 사실 먼저 연락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저 암담한 상황이었다. 3주 뒤에나 찾아와라고 했지만 막상 그 시기가 된다고 우리가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나왔는데 저녁 때가 다 되었다. 우리는 둘러볼 곳은 다 가봤다고 생각해서 우선 허기부터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치워스에 차를 세운 뒤 마을을 걸어다녔다. 건물의 분위기가 살짝 독특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무척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었다.

무얼 먹을까 하다가 본 곳은 피쉬앤칩스(Fish and Chips)였다. 피쉬앤칩스는 호주에서 대표적으로 먹는 음식 중 하나인데 그냥 말 그대로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이었다. 호주인들은 이걸 자신들의 음식이라 여길정도인데 이걸 간식으로, 식사대용으로 혹은 안주로 먹곤 한다.


내가 주문한건 맛살과 칩스였다. 게살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게 나올줄 알았는데 그냥 맛살튀김이었다. 가격은 8불정도 했던것 같다.


이게 바로 피쉬앤칩스다. 고작해야 간식이라고 여겨지지만 가격은 10불 가까이 한다.

피쉬앤칩스를 먹으면서 이 곳에서 꽤 오래 쉬었는데 우리는 약간의 허무함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데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가야 한다니 기운이 쫙쫙 빠지는 순간이었다.

차로 돌아가는 도중 커다란 빵집이 보였다. 문득 책에서 비치워스의 50년된 빵집이 너무나 유명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봤던게 떠올라 들어가봤다. 방금전에 칩스를 먹었지만 이 곳의 빵들은 확실히 맛있어 보이긴 했다. 옆에 승이가 점원에게 이 빵집이 그 오래된 빵집이 맞냐고 하니까 오래된 빵집이 맞다고 했다. 50년이냐고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다고 했는데 어쨋든 자신의 빵집은 유명하다고 했다.

여기가 아닌가? 그래도 그냥 가기는 좀 뭐해서 빵 하나를 사보기로 했다. 근데 유독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Zoomer라는 이름을 가진 빵이었다. 무려 거금 2불을 내고 구입했다.


그 Zoomer씨는 이렇게 생겼다. 하하핫. 너무 귀엽게 생긴 나머지 구입했는데 차안에서 먹어보니 옛날 50원짜리 눈깔사탕 맛이었다. 완전 설탕덩어리로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렸다.

배틀로로 돌아가는 길은 완전 힘들었다. 아침부터 싸돌아다닌 까닭에 몸은 지칠대로 지쳤다. Wondanga, Albury라는 큰 도시들을 지나 산 속을 달리게 되었을 때는 이미 날은 어두워져있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우리는 겨우 배틀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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