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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멜번으로 떠나던 날, 나는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가득차있었다. 농장에서만 3개월가량 있으니 답답한 마음뿐이었는데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들떴다.

9시보다 이른 8시에 이미 얼굴은 알고 있었던 한 사람이 와서 나를 튜뭇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왔다. 원래는 보스였던 폴이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역시 폴은 날 별로라고 생각했는지 오지 않았다. 같이 술먹을 때는 분위기가 참 좋은데 말이다. 어쨋든 차를 얻어타고 튜뭇까지 향했다. 내 짐은 상당히 많아서 캐리어 하나에 가방, 그리고 식재료 가방, 카메라 가방까지 무려 4개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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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정도 걸려 튜뭇에 도착한 후 나는 태워다 준 아저씨께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그 분은 행운을 빈다는 말로 대답을 했다.


튜뭇은 작은 마을이라 시내 버스 정류장처럼 보이는 곳이 다른 도시와 마을로 연결시켜주는 곳이었다. 버스 티켓은 미리 일주일전에 예매를 했는데 멜번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아니라 건다가이(Gundagai)라는 마을에서 다시 갈아타는 식이었다. 기차를 타는 방법도 있었지만 기차 역시 다른 마을로 이동한 뒤에 기차로 갈아타야 했다.


튜뭇은 항상 장을 보러 자주 왔었던 곳이다. 마지막으로 보는 튜뭇이라 기분이 참 묘하기도 했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매우 한적해 보였다. 여기에서 계속 기다릴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배고프다는 생각에 할 수 없이 맥도날드로 향했다. 캐리어를 끌면서 양손 가득 짐을 들면서 이동하니 좀 힘들었다. 멜번에 가면 당장 배낭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햄버거만큼은 이제 먹고 싶지 않았는데 낮에도 먹을 곳이 많지 않은 작은 마을이라 맥도날드가 있다는 것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했다. 맥모닝을 먹고 커피 한잔까지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이긴 했지만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는 설레임으로 가득한 때였다.

내가 그렇게 커피를 홀짝 홀짝 마시고 있을 무렵 한 남자가 이 곳에 자리가 있냐고 앉아도 되냐고 물어봤다. 나는 괜찮다고 하니 햄버거를 사가지고 온 남자와 여자는 내 맞은편에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를 바라보면서 궁금해졌는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중이예요? 여행?"
"저 멜번으로 가려고요. 여행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멜번에서는 영어 공부 좀 해보고 싶어요."

사실 내 영어 실력은 바닥이나 다름 없었지만 영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어서 그런지 괜찮은 수준이라는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알고보니 이 둘은 결혼을 한 호주인 부부였고 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왜 있는거예요? 여기도 여행 중이었나 보죠?"
"아니예요. 전 여기서 일을 했었어요. 사과 피킹을 했었어요."
"아! 우리도 여기서 사과 피킹을 한 적이 있었는데... 캥거루백을 메고 일하는거 정말 힘들죠?"


재미있었던 것은 나와 같은 소속의 농장에서 일을 했었다. 그러면서 몇 년전에 이 곳에서 일을 했었다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니 급격하게 이야기의 꼬리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가봤던 태국과 캄보디아 여행이야기를 하니 자신도 가봤다면서 여행이야기를 늘어놨다. 꽤 많은 국가를 여행했다고 했는데 그 중에서 캄보디아가 무척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맥도날드에서 정말 짧게 만났지만 우리는 1시간가량 이야기하면서 보냈다. 너무나 즐거웠다는 생각에 나는 처음봤고 다시는 못 만날 인연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메세지를 달라는 요청을 했다. 나중에 동영상을 만들 계획이라며 메세지를 남겨주면 정말 고맙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응해줬다.



즐거운 여행과 스카이다이빙을 꼭 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G'day는 호주에서만 쓰는 말로 Good day의 약자인데 '그다이'라고 호주식으로 발음되는 인사말이다.


버스 시간이 다 되었다고 나는 가야한다고 말을 한 뒤 아쉬운 마음에 사진 한번 찍자고 했다. 나는 멜번에 가서 사진을 보내준다는 말을 하자 이메일 주소를 적어줬다. 맥도날드에서 만난 아주 짧은 인연이었지만 너무 즐거웠다. 아마 여행의 맛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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