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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멜번 생활은 평범했다. 초기에는 잠이 없어서 그런지 새벽 6시만 되면 일어나곤 했지만 점차 일어나는 시각이 늦어져서 9시나 10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이불을 다 뒤집어쓰고 자는데도 너무 추워서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갈 때가 가장 큰 고통이었다.

왜 호주는 단열재를 쓰지 않고 난방시설도 미비한걸까?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국을 끓여서 밥을 먹었다. 아무래도 농장에서 생활할 때 라면보다는 밥을 먹었던게 습관을 바꿔놓았던것 같다. 밥을 우물우물 먹으면서 '오늘은 뭘 하지?' 라는 생각에 잠긴다. 멜번에서는 일을 했던 것도 아니고, 학원을 다녔던 것도 아닌 생활이라 하루의 일과가 정해진게 하나도 없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1시간이면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에 갑갑함을 못이겨 그냥 나간다. 근데 나가면 항상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 거리를 걷는다. 멜번에서는 그래도 꽤 오래있었다고 생각되었는데도 사진을 들여다보면 전부 도시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으니 정말 특별한 것이 없었긴 했나보다.

멜번에 처음 왔을 때 재준이형한테 얻어먹은게 있었기에 이번에는 내가 산다고 해서 삼겹살집에 갔다. 사실 돈을 벌어서 멜번에 오기는 했지만 방값을 내고, 식비, 그리고 앞으로 여행 계획을 생각하면 돈이 빠듯하긴 했다. 큰 돈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내 머릿속에는 돈계산이 먼저 이루어졌다. 농장에서 항상 마트에 파트 두꺼운 삼겹살을 사다가 먹긴 했지만 오랫만에 먹은듯 너무 맛있게 먹었다.


2차로는 멜번 센트럴의 펍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호주에서는 안주를 따로 먹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그래도 뭔가 심심하기에 칩스를 하나 시켰다.


나의 캠코더는 완전 맛이가서 평상시에는 액정이 아예 안 나오고 LCD를 접으면 화면이 나왔다. 덕분에 제대로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며칠 뒤에는 전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술을 마시면서 나는 너무 심심하다면서 나중에 동물원이나 같이 가자고 했다. 재준이형은 원래 멜번에서 시작했던 생활이라 이미 동물원은 가봤다고 했지만 은호누나는 자기도 안 가봤다면서 꼭 가자고 했다. 그래서 동물원에 놀러갈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호주 동물원에 가면 캥거루랑 코알라가 가득할 것이니 사진 몇 장 찍을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