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호주,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나는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의심반 두려움반으로 떠났던 호주 워킹홀리데이였었다. 혼자 브리즈번에 떨어졌을 때는 호주라는 곳에서 하루 생활 할 수 있는 돈만으로 근근히 버티는 게 너무나 암울했다. 하루 종일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기도 하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도시를 방황하곤 했다.

그러다가 농장으로 가서 일을 하는 것으로 나의 호주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농장 일을 하면서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생활비 충당이 가능했고, 마지막 1달 정도는 일을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서는 호주 생활을 접고 여행이 하고 싶어 케언즈를 들렀다가 동남아로 떠났다.


실제로 겪어보니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나의 생존력을 시험해 볼 수 있었던 좋은 도전이었던 것 같다. 영어는 많이 늘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돈이 거의 남지도 않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살아봤다는 건 무척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그 막막했던 생활을 혼자 힘으로 이겨냈다는 건, 워킹홀리데이가 아니면 경험하기는 힘들 것이다.


남들에 비해서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농장을 찾아 20시간 이동하는 것은 물론 3박 4일동안 차에서 잤던 꼬질꼬질한 시기도 있었고,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텐트에서 몇 달 동안 살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일하고 있던 곳을 그만두고 갔다가 망한 적도 있고, 길바닥에서 라면 뽀글이를 먹었던 적도 있고, 추웠던 멜번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아웃백 한 가운데서 차가 멈춰 미아가 될 뻔했던 적까지 정말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워킹홀리데이를 이야기할 때 '생존게임'이라고 했다. 언어, 문화, 인종이 다른 곳에서 맨 몸으로 시작해서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성공이냐 실패냐의 판가름을 돈이나 영어로 할 때 나는 그것보다 살아남는 과정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맨 몸으로 뛰어든 호주에서 나는 결국 살아남았다. 게다가 애초 목적이었던 돈을 모아 여행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따지자면 동부쪽 도시들은 거의 다 보았고(시드니, 골드코스트, 브리즈번, 케언즈, 캔버라, 멜번 등), 꼭 해보고 싶었던 스카이다이빙까지 했다. 남은 돈은 태국과 캄보디아, 홍콩, 마카오를 여행하는데 썼으니 전혀 아깝지도 않았다.

원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한 번 더 가볼 생각이었으나, 막상 한국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다시 가야겠다는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두 번째 경험은 어찌보면 시간낭비, 돈낭비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의 생존력을 시험해봤던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결코 쉽지도 않았지만 분명 내가 살아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자, 이제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의 몸을 던져 볼까나?

관련글 : 2009/12/03 - 호주 워킹홀리데이? 환상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