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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혼자서 바닷가에 가지 않으리라!'

호주에서 혼자 바닷가에 갔을 때 이런 다짐을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다시 바다로 향했다. 어쩌면 거의 떠밀려나듯이 가게 되었는데 상민이형은 바쁘다고 그랬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같이 캄보디아를 여행하기로 했었는데 나 혼자 떠나게 되었고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쪽 도시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프놈펜 버스 터미널에서 씨하눅빌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캄보디아는 호주처럼 거대한 땅을 가진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다만 오래된 중고버스라든지 혹은 제대로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탓에 힘겨운 이동이었을 뿐이었다. 버스에 올라타서는 거의 대부분인 캄보디아인이었고 나처럼 여행자인 경우는 별로 없어 보였다. 프놈펜의 도심지를 빠져나가면서 급격하게 도시의 모습은 사라져갔다.


3시간쯤 달렸을까? 허허벌판인 이 곳에서 버스는 잠시 정차했다. 내가 타고 갔던 버스는 한국에서 수입해온 대우자동차의 중고 버스였다. 캄보디아나 라오스에서는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버스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버스에 다시 올라타고 나는 물끄러미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포장은 되어있어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도로는 좁고, 울퉁불퉁해서 승차감은 좋지 못했다. 잠시 뒤에 옆에 있던 캄보디아 아줌마가 말을 걸어왔다. 가볍게 어디에서 왔냐부터 어디를 여행가느냐는 그런 일상적인 대화였다. 사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에게 물도 주면서 이것 저것 물어봤던 것 같다. 한국은 어떠냐고 묻기도 하고, 자신은 영어를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씨하눅빌에 도착하기 직전에 그 아줌마와 가족들은 내렸다.

시골길 같았던 도로를 지나 어느덧 건물들이 듬성 듬성 보이는 것을 보이 씨하눅빌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핏 지나가다가 한글로 써있는 가게도 발견할 수 있었다. 5분쯤 더 가더니 씨하눅빌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나는 작은 가방을 메고 내려왔는데 그 때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삐끼 아저씨들로 자신의 모또를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씨하눅빌에서 어디에서 지내야 할지도 정하지 않고 온 것이라서 우선 삐끼 아저씨들을 물리쳤다.


천천히 가격을 물어보면서 흥정에 돌입했다. 우선 1불에 시내까지 가는 것으로 하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시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싱글 룸이 10불이라고 한다. 안에는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겉모습도 보기에는 별로였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단번에 나와버렸다. 그런데 오토바이 아저씨가 나를 기다리면서 다른 곳도 가주겠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는데 돈은 안 줘도 되니 다른 싼 곳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그냥 탔다. 이번에는 해변가로 갔다. 얼핏 생각하면 해변가가 더 비쌀것 같았는데 여기는 4불이었다. 바로 옆에는 한인 식당인지 게스트 하우스인지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체크인을 한 후에 짐만 놓고 밖으로 나갔다. 5분도 걷기도 전에 너무 뜨거운 태양과 거리가 멀다는 느낌에 더이상 가기가 싫었다. 바로 숙소로 되돌아와서는 오토바이를 빌렸다. 오토바이 빌리는 가격은 3불에 헬멧 1불이었고 따로 기름을 채워넣어야 했는데 2불치만 넣었다. 난 씨하눅빌에 오자마자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 사자상은 씨하눅빌에서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사자상을 중심으로 숙소로 돌아가거나 시내쪽으로 가는 것을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토바이를 몰고 시내쪽으로 빠르게 달려나갔다. 오토바이를 거의 타보지는 않았지만 수동타는 법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시내쪽으로 들어와서는 골목 골목을 돌아다녔다.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바깥쪽으로 가서 한참을 돌다가 다시 숙소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숙소에서 반대방향으로 쭉 달리기 시작했다. 씨하눅빌은 캄보디아의 휴양도시로 근처에 해변이 여러 곳이 있었다.


멀리 멀리 돌아서 도착한 이 해변은 의외로 한가하고 조용했다. 군데 군데 쓰레기로 가득차있었고, 여행자를 위한 그런 공간은 아니었던 듯 캄보디아인들이 수영을 즐기는 모습 밖에는 볼 수 없었다. 잠시 이 곳에서 쉬다가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숙소 옆 해변에 도착했다.


이 곳은 대부분 앉아서 쉬거나 책을 보는 보는 서양인들로 가득했다. 해변의 느낌이 살짝 났다.


씨하눅빌의 바다는 생각만큼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 내가 태국의 해변을 가보지 않아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태국 남쪽의 바다의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프놈펜의 혼잡함을 벗어나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기에는 딱 좋아보였다. 나는 해변을 따라 걷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이 해변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내가 있었던 숙소가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서는 스테이크와 콜라를 하나 주문 했다. 콜라의 가격은 0.5불(2000리엘), 스테이크의 가격은 2.5불(10000리엘)이었다. 시원한 콜라를 마시니 완전 살 것 같았다. 역시 이 더운 날에 마시는 콜라는 가장 맛있는 음료였다.


스테이크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틀렸는데 맛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냥 먹을만은 했다.


밥을 먹고난 후 나는 다시 또 오토바이에 올라타고는 달렸다. 마치 기름값 2불이 아까워서 이걸 다 써야한다는 듯 지도도 안 보면서 돌아다녔다. 뒷골목, 옆골목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구경하기도 하고, 가끔은 이렇게 멈춰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실 씨하눅빌에도 볼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단지 해변이 있다는 이유로 휴양도시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도시가 그럴듯 하냐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1시간을 넘게 돌아다닌 끝에 도착한 어느 해변 혹시 여기가 인디펜던스 해변일까?


내가 돌아다니면서 만났던 해변은 한 5개는 되었던 것 같다. 이 해변은 위쪽 해변과 다른 곳이었는데 여기는 제법 외국인도 몇 명 보이긴 했다. 바닷가는 역시 혼자 있으니 심심하게 지루해 죽을것 같았다. 10분정도 해변을 걷다가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리 와버렸었다. 주변에는 공장인지 항구인지 모르는 풍경들이 펼쳐졌고, 씨하눅빌 시내와는 계속해서 반대방향으로 가버렸다.


어찌되었든 나는 기억을 더듬으면서 되돌아갔고, 간간히 보이는 표지판을 보면서 찾아갈 수 있었다. 씨하눅빌 시내에서는 다시 직진을 쭉 하다가 우회전을 하면 아까 그 사자상이 나오는데 그러면 제대로 잘 찾아온 것이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그대로 뻗어서 잠들었다. 방은 싱글이었지만 화장실도 안에 있었고, 더웠지만 선풍기 하나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얼마나 잤을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상당히 어두워져있었다. 거의 저녁 때쯤으로 아직 오토바이를 반납하지 않았던게 생각이 나서 얼른 오토바이를 끌고 또 달려갔다. 하루 오토바이를 빌렸으면 질릴 때까지는 타고 다녀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기막힌 여행자의 습관이 몸에 베인 까닭이다. 그런데 어두운 밤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것도 금방 질렸다. 1시간 정도 달리니까 이제 씨하눅빌은 다 돌아다녀봤다라는 생각에 그냥 반납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맡겨놨던 내 여권을 돌려받았다.

저녁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우선 바로 앞에 있는 해변으로 나갔다. 역시 예상대로 많은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내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이 쪽으로 오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나는 한바퀴 돌아보다가 옆 집보다 유난히 사람이 많았던 곳으로 갔다.


3불밖에 안 한다고 나를 꼬셨던 시푸드 세트는 나쁘지 않았다. 파파야나 파인애플, 수박 등이 담긴 과일을 비롯해서 마늘빵, 후렌치후라이, 새우, 샐러드 등이 나왔다. 근데 주변에서는 여러 사람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놀고 있는데 나 혼자 바다를 보면서 저녁을 먹으니 조금은 쓸쓸했다. 씨하눅빌 자체는 확실히 다른 관광지에 비해 시끌벅적하고 관광객이 많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는 몇 몇 친구들과 함께 온 여행객들이 보이니 이런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역시 배낭여행자 혼자 바다를 오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어두워서 바다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파도 소리만큼은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캄보디아에 와서 비어라오(라오스 맥주)를 마시며 씨하눅빌의 밤을 보냈다. 근데 여기 의자가 좀 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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