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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하눅빌에서는 불과 하루만에 떠나게 되었다. 어차피 내가 원하던 씨하눅빌을 다 돌아본 것도 있고, 새로운 도시인 깜봇을 거쳐 프놈펜으로 돌아가기로 했었던 계획탓도 있었다.


아침이 밝았다. 이른 아침에 숙소 앞에 나와 전날 예약을 했던 깜봇행 미니 밴을 기다렸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쌌는데 좀 더 알아봤다면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을것 같았다. 어쨋든 깜봇으로 가는 것은 버스가 아니라 밴이었다는 점이었다.


밴을 기다리고 있는데 게스트하우스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냐고 어디를 여행하냐고 물어왔는데 나는 처음에 일본인인줄 알았다. 약간의 외모가 일본인과 닮았는데 꽤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덕분에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밴이 도착을 했고, 이 남자는 나에게 저 밴이 맞다고 알려줬다. 나는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면서 밴에 올라탔다.

캄보디아의 도로 사정은 이전에도 익히 알고 있었다. 특히 태국에서 국경을 넘어 이동할 때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 위를 달려 먼지를 들이킨 적이 있었기에 다른 도로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씨하눅빌에서 깜봇까지 가는 도로는 포장은 분명 되어있었지만 거의 1차선과 다름이 없을 정도였다. 쉬지 않고 경적을 울리면서 달려야 했다.


캄보디아의 도로 풍경 중에서 독특했던 것이라면 이동하는 내내 작은 마을이 이어져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마을이 띄엄띄엄 있기 마련인데 캄보디아는 도로 위에 길게 늘어선게 계속 마을이 형성되어있었다. 그래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면 계속해서 건물이라든지 시장이라든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 간혹 황무지와 같은 땅이 나타나기도 했다.


도로 중간 중간마다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난코스를 만나기도 했다. 험한 도로를 지나 조금은 괜찮아진 도로 위를 달리기를 반복했다.

내 생각보다 이른 시각이었던 12시정도 쯤에 건물이 꽤나 많은 도시에 도착했는데 물어보니 여기가 깜봇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묵기를 원하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나는 깜봇에 도착해서 결정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였다. 이 밴은 이미 예정되어있었는지 어느 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는데 가격은 8불로 내 예상치보다 비쌌다. 원래 이런 여행자용 버스나 밴이 오면 삐끼 아저씨들이 달라붙기 마련인데 역시나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한 아저씨가 자신의 게스트 하우스로 오라고 꼬셔댔다.

내 뒤에 있던 여자는 정해진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지 다른 곳으로 가길 원해서 다시 깜봇 시내를 돌았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어느 한 지점에서 내리게 되었는데 나는 여기가 대체 어디인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때 아까 나에게 집요하게 달라붙었던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온 것이었다. 우리 밴을 계속해서 쫓아왔었던 것이다. 이 아저씨 나에게 씨익하고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게스트하우스로 오라고 날 꼬시기 시작했다.


가격은 4불로 나쁘지는 않아서 그냥 아저씨의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갔다. 게스트하우스가 이사를 했다고 하는데 강변쪽에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사실 시설이 좋지는 않았는데 그냥 나무집처럼 생겼고 화장실도 공용이었다. 그냥 알아보러 다니기도 조금 귀찮았고 넓은 침대에 선풍기가 있으니 크게 상관없을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놓자마자 밑으로 내려와 인상이 좋은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체크인을 위한 공책에 내 여권번호나 국적등을 기입했다. 대충 살펴봐도 한국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은 앙코르왓만 구경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우선 볶음밥을 하나 시키면서 아주머니한테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내가 깜봇에 온 이유는 단연 '보꼬 국립공원' 때문이었다. 이 곳을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물어보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현재는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트레킹을 이용해서만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일 아침에 출발해야 하고 가격도 20불이 넘는다고 했다. 내가 깜봇에 온 이유는 오로지 보꼬 국립공원때문이었는데 이걸 갈 수 없다니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격도 너무 비쌌다.


보꼬 국립공원은 바로 알포인트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장소로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더운 캄보디아에서 시원한 산 정상 위에 휴양시설 등을 만든 곳이다. 일본의 침략, 크메르 루즈의 집권 시기 때에 폐허가 되어 당시에 지어졌던 카지노나 호텔, 병원, 교회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유령의 도시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가보고 싶었는데 자력으로 갈 수 없다니 너무 아쉽기만 했다.

아주머니나 아저씨에게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물어봐도 불과 몇 달전만 하더라도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비용도 비싸고 쉽게 갈 수 없다고 했다. 깜봇에 온 이유가 바로 이 곳에 있었는데 못 간다니 그저 허무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