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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 캄보디아에서는 비교적 짧은 6일만 있었는데 씨하눅빌과 깜뽓 등을 여행하고 돌아가니 나쁘지는 않은 일정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난 후 곧바로 시장으로 향했다.


이 곳 시장은 상민이형의 안내에 따라간 곳이라서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어쨋든 외국인들도 간간히 보였다. 그래서인지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캄보디아의 기념품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앙코르왓일 정도였다. 그만큼 캄보디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었다. 사실 실제로도 세계적으로 엄청난 건축물이었으니 이들의 자부심은 당연히 대단할 것이다. 우리는 적당히 몇 가지 기념품을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 때 무척 재미있었다. 상민이형은 크메르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현지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무언가 물어보는데 나는 전혀 못 알아들었다.


우리는 깎아달라고 얘기를 해도 생각만큼 깎아주지 않았다. 아주 단호했다. 다른 상점에도 가면서 몇 차례 협상을 한 결과 앙코르왓이 조각되어진 기념품을 4달러에 살 수 있었다. 아마 처음에는 8불정도 불렀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것 저것 상민이형이 사주었다.


이 시장은 규모가 그래도 꽤 큰 편이어서 옷이나 생활용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물건은 거의 안 보였다. 사실 가격에 비해서 질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상민이형은 짐을 넣을만한 큰 캐리어를 사고 싶어했는데 가격도 생각보다 비쌌고, 무엇보다도 괜찮은 것이 없었다. 몇 군데의 상점을 돌았지만 딱히 만족스러운게 없어서 사지 않았다.


이런 노스페이스 짝퉁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하긴 이런 제품은 말레이시아에서도 본 적이 있었고, 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곳에 있는 가방들은 조금은 조잡해 보였다.

쇼핑이 힘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꽉 막힌 시장 내부때문에 너무나 더웠다. 1시간정도 돌아다닌 후에 시장 내에 있던 한 커피점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먹기로 했다.


상민이형은 이 곳이 그렇게 맛있다면서 동남아에서 제일 맛있다고 극찬을 했다. 동남아 커피답게 연유가 나오긴 했는데 여기는 아예 연유를 통째로 줬다. 동남아 커피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살짝 틀린 시스템이었다.


그리고선 커피의 원액에 가까운 것을 줬다. 그러니까 여기는 얼음과, 커피와 연유를 타서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절해서 먹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양이 많기 때문에 부족하면 더 먹을 수 있었다. 커피를 이렇게 먹는 것도 신기한데 리필의 개념까지 있으니 무척 마음에 들긴 했다. 가격도 1000리엘(약 250원)정도로 기억하는데 무척 저렴했다. 아무튼 동남아 커피들은 연유를 넣어 무척 달달하기 때문에 얼음이 적당히 녹아야지만 맛있다.


커피를 마시고 밖으로 나와 상민이형이 잠시 일이 있어서 어느 곳을 따라갔다. 나는 밖에서 기다리면서 캄보디아의 일상인듯 보이는 풍경을 바라봤다. 줌으로 당겨서 찍으니 아이들 2명을 의자에 앉혀놓고 샤워를 시키고 있는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었다. 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니 그냥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까 전에 시장에서 샀던 자석으로 역시 앙코르왓이 있었다. 사실 기념품은 거의 안 사는 편인데 그냥 이 날은 무언가 몇 개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구입했던 것이다. 물론 받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없던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어디론가 갔는데 역시 한식당이었다. 정말 캄보디아에서는 한식당을 참 많이 갔다. 여기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점심도 역시 가볍게 먹었다. 마지막 점심도 역시 상민이형이 샀다. 상민이형에게 메세지를 달라고 캠코더를 들이댔더니 무척 쑥쓰러워하며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짧게 하나 찍었다. 나를 보러 캄보디아까지 와서 너무 고맙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딱 2년 전에 저 태국에서 샀던 트랜스포머 옷을 입고 앙코르왓을 누비며 다녔었는데 다시 캄보디아에 왔었다는게 무척 신기했다.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긴 뒤에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둘 다 짐이 있었기 때문에 모또를 잡아탔다.


프놈펜의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지하게 복잡한 프놈펜의 도로를 벗어나니 기분은 좋았다.


멀리서 보이는 저 곳은 무엇이었을까?


이 도로를 따라 쭉가면 공항이 나왔다.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이렇게 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이 있었다. 태국은 뚝뚝, 필리핀은 트라이시클, 캄보디아에서는 뭐라고 부를까?


앞에 가던 상민이형이 내 캠코더를 보고 포즈를 취해보였다.


공항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기 때문에 대략 15분정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특히나 우리가 있었던 곳에서는 공항이 더 가까웠다. 프놈펜의 공항은 상당히 아담한 편으로 국제공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작았다. 게이트도 5개정도 밖에 없을정도로 작았지만 수도의 공항이었던 만큼 깨끗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미처 프놈펜의 공항세를 생각 못하고 미달러를 다 써버렸던 것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은 전부 호주달러였기 때문에 무척 난감한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공항에 있던 ATM기에 가서 돈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 때 상민이형이 무슨 일이냐며 물어봤다. 나의 사정을 이야기하니 선뜻 100달러짜리 지폐를 주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큰 돈이라고 하니까 주는거 아니니까 받으라고 했다. 아무래도 캄보디아까지 와서 제대로 못 놀아준게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아무튼 상민이형이 줬던 100달러를 받아들고 공항세 20달러를 냈다.

위로 올라가서 입국신고를 하는데 아저씨가 나의 여권을 유심히 보더니 의심의 눈초리로 캄보디아에 왜 왔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캄보디아 비자 앞에 있는 호주 비자를 보면서 호주도 갔다 왔냐고 물어봤다. 가볍게 Traveling이라고만 대답하니 통과가 되기는 했지만 왜 의심을 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긴 뭐 그들의 일이니깐 그러려니 했다.

게이트 앞으로 가니 태국으로 가려는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태국으로 가는 에어아시아 또 지연 되었다. 홍콩-방콕, 방콕-프놈펜을 에어아시아로 이동했는데 총 4번 중에 3번은 지연이 되었으니 아주 짜증이 났다. 원래 출발시간보다 30분은 늦게 이륙했다. 우리가 출발하려던 시각쯤에 우리가 타려던 비행기가 프놈펜 공항에 도착을 해서 사람들이 내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비행기 티켓을 샀을 때는 가격도 그리 싸지는 않았는데 지연까지 되다니!


한적한 프놈펜 공항의 활주로를 힘차게 날아올랐다. 다시 태국으로 돌아가는데 다시 설레였다. 어쩌면 나의 여행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 옆자리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한 사람은 캐나다인, 다른 한 사람은 영국인이었다. 캐나다인에게 프랑스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봤는데 전혀 할 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여권을 보여줬는데 프랑스어와 영어가 같이 써있다는걸 알려줬다. 그러면서 나보고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아냐고 했다.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을 몇 명 알고 있다면서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캐나다인이 어떻게 아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영국인은 공항에서 구입했다고 하는 삼류신문을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이미 날짜도 며칠 지난 신문이었는데 대부분 가십성이나 사진 몇 장이 실려있었다. 어쨋든 이 친구도 휴가로 캄보디아에 왔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태국으로 가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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