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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짜나부리 투어는 이른 아침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남들이 다 자고 있을 때 나만 조용히 일어나 준비를 했다. 내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는 도미토리형식으로 방 하나에 여러 명이 자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은 아침에 일찍 일어날 때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봐 살짝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거리에는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는 노점에 가서 5밧(약 200원)짜리 불투명 통에 담긴 물병을 하나 집어들었다. 물을 마시면서 내가 전 날에 예약을 했던 여행사 앞에서 기다렸다.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명 기다리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같이 깐짜나부리로 가나보다 했는데 대부분 아니었다. 나름 여행은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투어를 신청해서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 무지 어색하기만 했다. 일반 여행이 아니라 투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나만 혼자서 가는 것 같다는 이상한 이질감이 형성되어 왕따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다.

그 때 한 여자분이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나와 내 옆에 있던 아저씨와 아주머니께 물었다.
"헥헥... 깐짜나부리 투어 가는거 아직 출발 안 했죠? 아싸!"

그 후로 몇 분 뒤에 작은 밴이 도착을 했고 여기서 나를 포함해서 5명정도만 탔고, 그 후에는 카오산로드를 돌면서 몇 명을 더 태웠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DDM이었는데 이 미니밴은 DDM에서도 사람을 태우고 출발했다. 결과적이었지만 나는 괜히 다른 여행사에서 투어를 신청한 셈이었다. 가격도 좀 더 비싸게 했다. 어쨋든 한국 사람 11명을 태운 뒤에 깐짜나부리로 떠났다.

내 생각보다 깐짜나부리는 무지하게 멀었다. 계속해서 달리고 달렸다. 그러는 도중에 내 옆에 계셨던 아주머니와 아저씨와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갈 수 있었다. 휴가차 태국 여행을 오셨다고 했는데 베트남을 거쳐서 오셨다고 했다.

무려 3시간을 넘게 갔던 것 같은데 어쨋든 깐짜나부리에 도착했다고 했다. 여기가 어딘지 설명은 없고 우선 들어가길래 나도 따라 들어갔다.


여기를 보자마자 단번에 묘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공원인줄 알았는데... 하긴 생각해보면 깐짜나부리도 전쟁의 아픔을 품고 있는 장소였다.


연합군의 묘지는 굉장히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일렬로 반듯반듯하게 늘어선 묘지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묘지를 자세히 한번 살펴보니 써있는 문구도 다 틀렸다.


유난히도 맑았던 하늘 그 아래에 있는 묘지도 무척이나 평화롭게 느껴졌다. 그들도 편안히 잠들고 있을거다.


하늘의 구름이 너무도 독특했다.


묘지는 사실 크게 볼 만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깐짜나부리의 상징이라면 전쟁인 만큼 아마도 투어를 할 때 이 곳은 필수로 들리는 장소인 것 같았다. 보통 묘지나 전쟁기념장소에 가면 우울하기 마련인데 이 곳은 너무나 깔끔해서 그런지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묘지를 나와 조금은 뻘쭘해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늦었던 한 여자분이 먼저 혼자 투어 왔냐고 말을 걸어왔다. 나도 혼자라면서 심심하지 않게 다니자고 그랬고, 그 옆에 있던 한 남자도 혼자 왔다고 해서 우리 3명이서 자연스럽게 뭉쳤다. 알고보니 여자분은 나보다 한참이나 누나였고 사업 망하고 여행 떠나왔다고 했고(참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누나였다), 남자는 나보다 어린 동생으로 친구랑 같이 여행을 왔다가 마음이 안 맞아서 혼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나도 혼자 다니면서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아까 전부터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저씨는 껄껄 웃으시면서 재미있으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깐짜나부리 투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패가 3개로 나누어졌다. 부부인듯 보이는 2분, 대학생 새내기처럼 어려보였던 여자 4명, 그리고 나머지가 우리였다. 이제 묘지를 구경 다 했고 다음 장소로는 걸어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