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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는데 다들 상당히 피곤했는지 골아 떨어지는 사람이 꽤나 있었다. 다음 장소는 어느 폭포였는데 유명한 에라완 폭포는 아닌듯 했다. 애초에 깐짜나부리는 '콰이강의 다리'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투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그냥 태워주는데로 이동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투어를 통해 돌아다니면 어디가 어디인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우리의 밴은 어느 길가에 멈춰섰고 구경하다가 이 곳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나와 영국이는 은희누나가 나이가 좀 있어서 이모라고 불렀는데 그 소리를 듣고 옆에 있던 아저씨도 이모라고 해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폭포로 향했다.


폭포는 생각만큼 웅장하거나 멋진 모습은 아니었다. 멀리서 보니 사람의 코 같았다.


폭포의 아래쪽에서는 얕은 웅덩이가 있어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기도 했고, 위쪽에는 폭포가 있었지만 물이 벽을 타고 흐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올라가봐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폭포도 딱히 멋있다거나 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날씨가 점점 흐려져 비까지 왔기 때문이었다. 비는 금세 소나기로 변해버렸다. 우리는 재난에 대피하는 사람들처럼 뛰어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어느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그자리에서 한 20분가량 쉬다가 멀리서 우리의 하얀색 밴이 보이는 것을 보고 뛰어 갔다.


깐짜나부리의 마지막 코스는 기차였다. 기차를 타기 위해 우리는 또 어디론가 이동했다. 가이드는 멀리서 보이는 산이 사람의 얼굴 모습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기차는 깐짜나부리 투어에 포함되지 않고 따로 100밧을 내야했다. 나같은 여행자에겐 100밧도 아까운 돈인데 자꾸 돈을 내야하니 투어에 가격에 포함이 안 되어있는게 너무 이상했다.

어느 간이역으로 보이는 곳에서 내렸고 이 때 다시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져서 얼른 이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처럼 투어 여행자들이었다. 비가 오니까 쌀쌀해진 날씨에 부들부들 떨면서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20분 뒤에 마치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기차가 나타났고 우리는 올라탔다. 기차 내부는 지극히 평범하게 보였지만 고전틱한 느낌이 드는 기차가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기차 내부에서는 간식을 파는 아주머니도 등장했는데 이 때 우리와 투어를 함께했던 아저씨께서 도너츠를 사주셨다. 마침 입이 심심하던 찰나였는데 사주셨으니 우리는 감사히 냠냠 잘 먹었다. 우리 옆에 있던 어린 친구들도 하나씩 집어들면서 도너츠를 먹었는데 잠시 타는 기차였지만 기차여행하는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기차는 숲 속을 달리고 달렸다.


이런 지형에 철도를 놓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을까?


깐짜나부리 투어에서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기차였다. 이런 절벽 위에 기차가 달리니 약간의 스릴과 함께 멋진 경치를 보여주니 사람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대부분이 여행자인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태국 사람들의 미소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갑자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산 위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하고 있었다. 단체로 놀러왔나 보다.

기차타고 방콕까지 가는 것은 아니었고 어느 간이역에 도착했다. 깐짜나부리 투어가 모두 끝나서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밴을 타고 방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실 그냥 여행하는 것도 무척 힘든데 나는 이상하게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는 투어가 훨씬 힘들게 느껴졌다. 그 피로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방콕에 도착할 때 쯤에는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나와 은희누나, 영국이는 샤워부터 하고 다시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샤워하고 돌아왔는데 비는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다. 근데 깐짜나부리 투어할 때 우리와 함께 했던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은희누나의 숙소에 전화를 해서 저녁을 사줄테니 오라고 하셨다. 덕분에 우리는 한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배터지게 먹고 술도 마실 수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난했던 배낭여행자들에게 밥을 사주시다니 완전 행운이었다.

정말 배가 터질정도로 먹은 뒤에 우리는 칼립소쇼(태국의 유명한 트랜스젠더 쇼)를 보러 가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칼립소쇼를 하는 곳으로 안내를 받아 한 호텔까지 갔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서 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 근처에서 돌아다니면서 좀 놀다가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바로 다음 날 베트남을 통해 돌아간다고 하셨다. 여행은 비록 혼자서 했지만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외롭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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