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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은 작은 도시국가이다보니 정책상 깨끗하고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 그래서 싼 숙소가 별로 없었다. 물가도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싼 수준이라서 자칫하면 여행 경비를 홀라당 써버릴 수가 있어 항상 주의가 필요했다.

MRT를 타고 오챠드로드에 내렸는데 화려함을 보고 기가 죽어 버렸다. 바깥의 풍경은 너무나 화려했고, 온통 비싼 명품 매장이 가득 보였던 것이다.  아무리봐도 여기에는 저렴한 숙소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차이나타운이었다. 싱가폴은 70%이상이 중국계인데 신기하게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었다. 차이나타운에 도착한 뒤 다시 여기에서 1시간정도 헤매다가 찾은 곳이 바로 호텔이라고 적혀있던 도미토리였다. 상당히 늦은 시각이었고, 더 늦으면 자칫 첫 날부터 길바닥에서 잘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이곳에 체크인을 했다.

열쇠를 받을 것도 없이 곧바로 올라가면 그냥 넓은 공간에 2층 침대만 10개정도 놓여져 있었고 선풍기 여러 대만 돌아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근데 도미토리에서 주무시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드신 아저씨들이었는데 여행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그냥 추측이었지만 여행자가 아니라 거기에서 생활하는 노동자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화려한 싱가폴의 이미지와는 전혀 반대의 허름한 도미토리였지만 그걸 따질 생각도 전혀 없었다.


밤에도 엄청나게 더운 날씨였고, 우리는 돌아다니느라 땀에 쩔어 있어서 얼른 씻고 나갔다.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차이나타운의 화려한 불빛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음식거리가 있었는데 이곳은 싸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팔았다. 무슨 음식인지 전혀 모르지만 줄을 많이 선 곳에 가면 맛있는게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줄을 섰다.


주인아저씨가 땀을 흘리면서 족발(S$ 4)을 팔고 있었다. 얼른 족발을 사고, 테이블에 앉아 타이커맥주 한잔했다. 그 시원했던 맥주 한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상쾌한 맛이었다. 하루 동안 인천공항부터 싱가폴로 이동, 그리고 하루 종일 싱가폴에서 헤매다가 도착했는데 너무 더워 찝찝했던 기분이 작은 족발 하나로 행복해졌다. 여행의 기쁨은 아주 사소한 곳에 있었다.
'아... 드디어 내가 꿈꾸던 여행을 왔구나!'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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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어플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 출시로 인해 기존 동남아 배낭여행 글을 전부 수정, 재발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가다듬기 때문에 약간의 분위기는 바뀔 수 있습니다. 07년도 사진과 글이라 많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어플을 위해 대대적으로 수정을 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유저분들은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운(http://durl.kr/2u2u8) 받으시면 쉽게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