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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도 돌아다녀봤고, 마카오도 갔다 왔으니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을 했다. 일단 무작정 나가기로 결심을 하고, 사람이 간신히 서있을 정도로 좁은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나갈 채비를 한 뒤 카운터로 가서 내일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네팔 친구들은 나에게 예약할 필요는 전혀 없다면서 청킹맨션 앞 버스 정류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다. 간단했다. 코앞이 한국인 것처럼 느껴졌다. 벌써 나의 여정이 끝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우선 밖으로 나갔다. 그냥 침사추이 거리를 걷다가 기념품 가게가 보이 길래 구경했다. 평소에 기념품은 전혀 구입하지 않는 나였지만 의외로 홍콩에서 돈이 남아서 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했다. 비싼 물건은 사지 않고 그냥 간단한 기념품 몇 개만 구입했다. 개당 10홍콩달러정도(약 1500원) 수준이었다.

내가 침사추이 거리를 지나다닐 때 놀랍게도 나를 단번에 한국 사람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다만 그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나에게 접근했다.

"로렉스 알아? 이거 진짜 같아. 여기로 와서 한 번 봐~"

한국말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연찮게 이 거리를 두어 번 지났는데 그때마다 계속 만났고, 나는 그때마다 손을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MTR을 타고 홍콩섬으로 건너갔다. 센트럴역의 IFC Mall을 지나 밖으로 나왔는데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홍콩에 있는 동안 비는 자주 왔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야경을 보거나 비 사이를 뚫고 마카오를 건너간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운이 좋았던 편이다.

근데 이날 IFC mall 근처 다리에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고 있었는데 도무지 무슨 광경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도 한 두 사람도 아니었고, 적어도 100명은 넘어 보였다.



비를 살짝 맞으면서 거리를 걸었다. 이미 와 본 거리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전에 가보지 못했던 웨스턴마켓쪽으로 향했다.



홍콩에도 트램이 있다. 호주 멜번에 있었던 트램보다도 훨씬 앙증맞고, 알록달록한 색깔도 무척 귀여웠다. 나중에 할 게 없어지면 트램이나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홍콩섬을 계속해서 걸었다.



빌딩 숲에 와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높은 빌딩들이 늘어서 있었다. 같은 홍콩이어도 구룡반도와 홍콩섬은 이렇게 분위기가 달랐다.


근데 웨스턴마켓을 찾기 전에 너무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아 다녔다. 생각보다 식당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식당을 찾기로 결심한 뒤로 30분을 헤맨 끝에 깔끔해 보이면서도 패스트푸드점 분위기가 느껴졌던 곳을 발견했다. 우연히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한식이 있었다. 완전한 한식은 아니고,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한식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고기 몇 점과 계란, 떡볶이, 그리고 김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김치는 무척 싱거웠고, 다른 반찬들도 썩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다. 그럭저럭 먹을 만한 수준이었다.

허기졌던 배도 채웠으니 이제 웨스턴마켓으로 향했다. 비가 와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엉덩이가 상당히 무거웠지만 말이다.



혹시 이게 웨스턴마켓? 정말 작아 보이던 건물이었는데 웨스턴마켓이 맞았다. 외형상으로는 실망을 할 정도로 규모가 작았던 것이다.



내부를 들어가니 밖에서 봤을 때보다도 더 좁아 보였다. 웨스턴마켓은 예술품이나 공예품, 옷감 등을 파는 곳으로 재미있는 것을 찾고 있었던 나로서는 상당히 심심한 곳이었다.



작은 공예품도 있었다. 거의 소규모 기념품 가게를 연상할 뿐이었고, 손님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2층에 올라가도 딱히 볼만한 것은 없었다. 웨스턴마켓이 정확히 무얼 파는지조차 모르고 오기는 했지만 내가 상상했던 것은 최소한 현대화된 시장이었는데 그런 비슷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웨스턴마켓을 두 번이나 둘러보기는 했지만 크게 볼만한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바로 나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디로 가야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