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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더 일찍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하려고 했지만 내가 일어난 시각은 9시였다. 사실 체크아웃을 하기엔 너무나 이른 시각이었지만 그래도 일찍 나와서 '타페 게이트'로 이동해서 새로운 방을 잡으려 했다. 내가 있었던 미소네 게스트하우스는 치앙마이 중심지와는 너무 멀었다는 지리적인 요인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어차피 꼭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 필요는 없었다. 치앙마이는 방콕에 비해서 방 값도 싼데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10시쯤에 체크아웃을 하고, 보증금이었던 200밧을 돌려받았다. 그리고는 큰 거리로 나갈 때쯤 보였던 썽태우를 잡아타고 그냥 "타페 게이트까지요"라고 하니 곧바로 출발했다. 흥정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나중에 내릴 때 돈을 더 요구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그러니까 은희누나의 말에 의하면 원래 치앙마이 내에서 가까운 곳은 20밧이고, 좀 멀다 싶으면 30밧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일부러 흥정에 돌입을 해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는 것이라고 한다. 근데 이 기사 아저씨는 별 말이 없었던 것이다.


필리핀의 지프니와 유사한 이 교통수단이 치앙마이의 버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하아암~" 하품이 절로 나왔다. 나는 멈추지 않는 하품을 계속하면서 배낭을 내 다리 아래에 내려 놓고 치앙마이의 도로를 구경했다. 썽태우는 정해진 노선이 없어서인지 운전 기사의 마음대로 움직이는게 대부분이었다.

내 생각보다 타페 게이트까지는 오래 걸렸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말 없이 100밧을 내자 80밧을 거슬러줬다. 정확한 요금대로 태워다 주신 것이었다. "컵쿤캅(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한 뒤에 내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거리를 걸었다.

타페 게이트 앞은 확실히 서양인들이 많이 보였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식당에서 뜨거운 태양을 피해 맥주나 음료수 혹은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많이 있었는데 타페 게이트 근처를 비롯해서 작은 골목 사이로 많이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지도도 없이 이리 저리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였다. 한 허름해 보이는 여행사를 지나치고 있었는데 책상 앞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나를 발견하더니 앞으로 달려나와 싼 게스트하우스를 찾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하니까 여기 100밧짜리 방이 있다고 알려줬다. 100밧이면 환율이 아무리 안 좋아도 약 4000원정도였던 가격으로 싼 편에 속했다. 어차피 나에겐 가격이 중요하지 좋은 게스트하우스는 중요치 않았다.

방을 확인해보니 싱글룸으로 좋다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넓은 방이었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다녀봐야 대부분 100밧을 넘길 것으로 생각해서 그냥 체크인 했다. 물론 화장실은 공용이라는 단점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는데 내가 미얀마 비자 때문에 여권이 없다고 하면서 복사본을 건네줬다. 그러자 이 아주머니는 미얀마 비자는 얼마나 들었는지와 같은 간단한 물음을 했다. 여행사이다 보니 미얀마 비자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밖으로 나와 은희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나중에 찾아간다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나서 나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어디가 좋을까 하다가 타페 게이트의 도로쪽에 있었던 어두컴컴한 식당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서양식으로 아침을 먹어볼까?'라는 생각에 오믈렛과 오렌지 쥬스를 시켰다.


오렌지 쥬스를 살짝 마시면서 내가 지나왔던 여행 기록을 잊지 않았다. 자세한 기록은 아니었지만 짤막하게라도 적어 놓으면 나중에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나의 나쁜 기억력을 보완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가만... 어제는 뭐했더라... 콘서트장에서 50밧짜리 술을 마셨지. 그리고 야시장에서 먹은 꼬치는 5밧짜리 2개였지. 그리고 뭐 했더라?' 하루만 지나도 까먹는게 사람의 기억력이었다.


토스트와 함께 나왔던 오믈렛이 70밧이었다. 이거 방 값은 100밧을 내고 아침으로 70밧을 쓰다니 진짜 웃기는 식사로구나! 보통은 30밧이면 해결되는 한 끼였지만 그렇다고 70밧이 그렇게 비싼 음식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밖을 구경하기도 하고 밀린 일기를 마저 쓰면서 천천히 여유있게 아침 식사를 즐겼다.


아침을 먹고 할 일이 없었던 나는 타페 게이트쪽으로 걸었다. 햇빛은 정말 뜨거웠다. 한국은 정말 추울텐데 여기는 너무나도 더웠다.


타페 게이트 앞으로 가니 무언가 북적북적 거렸다.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치앙마이에서는 일요일만 되면 선데이마켓이 열린다고 하는데 바로 그것 때문인것 같았다. 아직 본격적인 장사는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축제가 벌어질 것만 같아서 흥겨웠다.


간이 마사지샵도 있었다.


어째 외국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치앙마이도 외국인들에게 무척이나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인지 선데이 마켓을 돌아다니는 외국인은 정말 쉽게 볼 수 있었다. 나도 가판대를 이제 막 설치하는 상점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해자 앞으로 다가 갔는데 물고기가 비좁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치앙마이는 아직도 예전 성곽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성 앞에는 해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 물고기가 살고 있는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물고기 먹이를 주고 있었다. 먹이를 던지자마자 온몸을 비틀면서 먹이를 먹는 물고기들이 정말 많았다. 너무나 비좁아 보일 정도로 느껴졌는데 내 생각보다 물고기는 정말 많았다. 평온하던 물 위에 먹이를 흩어 뿌리면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난동을 부렸다.


비둘기들도 무언가 먹을게 없는지 사람들 주위에 몰려 들었다.


먹이를 주게 되면 물고기들은 떼로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이 먹이를 어디서 사오는지 몰랐는데 바로 옆에 한 할아버지가 먹이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30밧정도 했던 것 같은데 물고기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라는 글을 써놓고는 음악 감상에 빠진 분이었다. 재미있긴 했지만 내가 먹이를 주지 않아도 이미 이 물고기들은 배가 한참 불렀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평범한 태국의 제 2의 도시 치앙마이지만 이 해자가 도시의 미관을 더 좋게 만들어 줬다.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되지 않았던 선데이 마켓을 다시 구경했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나중에 은희누나에게 들었는데 선데이 마켓의 시작은 저녁부터라고 한다. 그 때가 되면 타페 게이트부터 시작해서 중심지로 향하는 길 위에 수 많은 상점이 늘어선다. 오전 시간대였던 이 때는 타페 게이트 주변에만 시장이 형성되었다.


치앙마이에는 해자에서 솟구친 분수를 볼 수 있었다. 흩날리는 물방울로 인해서 분수 사이에 무지개가 생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