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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는 유난히 시장이 많다고 느껴졌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나이트 바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을 위한 시장들이 곳곳에 있었고, 일요일만 되면 열리는 선데이마켓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지내는 동안 치앙마이의 선데이마켓을 구경할 수 있었다.


도이스텝을 다녀온 뒤에 선데이마켓 구경도 좋지만 우선 저녁부터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은희누나와 누나의 남자 친구분과 함께 출발했다. 작은 오토바이에 3명이나 올라탄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도로 위에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선데이마켓이 열리는 날이라서 그런지 도로는 극심한 정체가 일어나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1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려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한 식당에 들어가 태국의 샤브샤브인 수끼를 먹었다. 고기나 해산물, 야채 등을 넣고 건져먹는 것이 수끼인데 태국에서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돌아왔는데 길은 여전히 막혔다.


이미 지겹도록 선데이마켓을 구경한 두사람과는 달리 나는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을 처음 구경했기 때문에 이 엄청난 인파가 신기했다. 타페 게이트부터 시작되는 선데이마켓은 그 일대의 교통을 통제하고, 현지인들을 비롯해서 수 많은 외국인들의 관광 상품이 된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걷는것 조차도 원할하지 않았다. 게다가 구경하려고 해도 뒤쪽에서 오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밀려서 그것도 쉽지 않았다.


선데이마켓을 천천히 구경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아는체를 했다. 얼굴을 확인하니 놀랍게도 며칠 전에 방콕에서 우연히 만났던 한국인이었는데 나는 이 분의 헤나 하는 것을 구경했었다. 사실 이름도 잘 모르던 사이였다가 헤어졌는데 치앙마이 선데이마켓 한복판에서 만나게된 것이었다.  그 분은 일행이 있어서 이따가 다시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일단 나는 휴대폰도 없었다. 헤어진 뒤에 다시 우연히 마주치지는 못했다.


선데이마켓을 천천히 구경을 하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저절로 지치기만 했다. 그러다가 은희누나는 동물 모양의 화분을 발견하고 이걸 2개 구입했다. 그 외에 우리들은 물건을 사지 않았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지쳤다.


우리는 조금은 한적한 사원으로 향했다. 선데이마켓이 열리는 날에는 사원들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 사원은 그래도 규모가 꽤 있어서 안쪽으로 들어오니 사람도 별로 없어서 좋았다. 사원의 이름은 '왓 체디루앙'으로 치앙마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원이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아까 샀던 과자를 하나씩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바람은 상당히 쌀쌀했는데 치앙마이의 겨울이었던 시기라서 낮과는 달리 밤에는 꽤 추웠다. 잠시 뒤에 은희누나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헤어지고 나 혼자 다시 선데이마켓을 구경하기로 했다.


여전히 선데이마켓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먹을 것들도 많이 보였는데 저녁을 너무 배부르게 먹은 탓에 완전 그림의 떡이었다. 먹고 싶은 간식거리가 정말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먹어보질 못했다.


어라~ 이건 붕어빵이잖아! 놀랍게도 치앙마이에서 붕어빵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맛은 먹어보지 못해서 알 수가 없었지만 모양만큼은 확실한 붕어빵이었다.


선데이마켓은 그래도 좀 싸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서 그런지 생각만큼 싸지도 않았다. 외국인들에게는 최대 성수기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최근 선데이마켓이 비싼건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지만 확실한건 그리 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타페 게이트쪽으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차량들로 가득했다. 나는 구경을 좀 더 하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밤 9시가 넘자 거의 모든 상점들은 정리를 시작했고,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다 빠져나갔는지 썰렁하기만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걷기조차 힘들었던 그 시장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