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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에서 가장 볼만한 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쉐더공 파고다를 고르겠다. 하긴 나뿐만 아니라 미얀마를 여행했던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쉐더공 파고다를 꼽는 것을 주저 하지 않았다. 낮에 가서 봐도 정말 웅장함에 놀라지만, 밤에 가면 황금빛으로 가득 채워진 사원을 바라보면 저절로 아름답다라는 말이 나온다. 

파고다Pagoda는 불탑이라는 영어식 표현인데 퍼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얀마를 여행할 때 파고다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한가지 주의점이라고 한다면 미얀마 내의 모든 사원과 파고다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다녀야 한다. 


멀리서 쉐더공 파고다가 보였다. 멀리서부터 보였던 쉐더공 파고다는 벌써부터 나를 압도할 정도였는데 그 신비로움이나 웅장함을 가까이에서 직접 봐야지 풀릴거 같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했다. 


깐또지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쉐더공 파고다가 워낙 거대하게 보였기 때문에 찾는게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양곤의 골목과 골목을 지나 쉐더공 파고다를 찾을 수 있었다. 


거리를 걷다보면 노점은 정말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종류도 각양 각색이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꽁야(씹는 담배의 종류)와 불법복제 시디를 파는 곳이었는데 특히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보였다. 미얀마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프라임타임 때 정식으로 방영되고 있어서 나같은 여행자도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드디어 쉐더공 파고다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쉐더공 파고다의 앞에는 무슨 시장통인것처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너저분했는데 사원의 물품을 파는 상점과 함께 입구 앞에서 무언가 팔려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꼬마 아이 4~5명이 쪼르르 달려와 참새처럼 비닐봉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거 참 정신이 없었다. 파고다에 들어가려면 맨발로 가야하는데 비닐봉지가 필요할 거라면서 자꾸 달라 붙었다. 나는 필요없다고 계속 거부를 하다가 "이거 공짜야?"라고 물으니 그제서야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아무래도 불교관련된 용품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던 이 곳을 지나 쉐더공 파고다로 향하는 계단 앞까지 도착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계단을 올라가니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일단 쉐더공 파고다는 대리석과 비슷한 바닥으로 걷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대부분의 파고다가 쉐더공 파고다처럼 되어있지 않았고 흙더미 위에 있기도 했다. 


슬리퍼를 손에 들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내 양쪽에도 불교 관련된 용품을 파는 상점들이 가득했다. 


계단 중앙에는 강아지들이 정말 편안하게 누워있거나 올라가는 나를 빤히 쳐다 봤다.


쉐더공 파고다의 거의 마지막 계단에 도착할 무렵 이 두 사람이 나를 제지했다. 슬리퍼를 손으로 들고 갈 수는 없으니 여기에 맡기라는 것이었다. 나는 들고 들어가면 안 되냐고 물으니까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에다가 슬리퍼를 맡기니까 그들은 역시 눈을 반짝이면서 "도네이션 플리즈"라는 말을 했다. 그러니까 이 신발을 맡기는 비용은 아니니 기부를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이미 신발은 그들의 손 안에 있으니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 곳에서도 신발을 맡길 필요는 없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방이나 비닐봉지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 된다)

눈물을 머금고 지갑을 열어 500짯(약 500원)을 꺼내니까 그들은 더 큰 돈을 꺼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들에게 이 돈이 어떤 돈인지 아냐면서 나에겐 너무나 큰 돈이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바구니에다가 돈을 넣으려다가 손을 벌벌 떠는 시늉을 했더니 그들은 완전 빵터졌다. 500짯을 손에 들고는 벌벌 떨면서 이걸 넣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식으로 행동을 하는 내가 웃겼나 보다. 


500짯 기부였지만 서로에게 웃음을 줬던 순간이 아닐 수가 없었다. 여자는 나에게 더 큰 돈을 꺼내 보라고 외치고, 나는 이렇게 큰 돈을 꺼내면서 벌벌 떠는거 안 보이냐고 항의를 했던 것이다. 

물론 500짯이 아무리 배낭여행을 하던 나에게 큰 돈이 아닐 수도 있긴 했지만 미얀마에서는 어느 사원을 가더라도 이렇게 기부를 해달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어 참 난감한 상황이 많았다. 빈곤한 여행자의 손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도네이션 플리즈"는 내가 미얀마 여행을 끝날 때까지 수시로 들었던 말이었다. 

어느 사원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스님이 나에게 "도네이션(Donation)"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깜짝 깜짝 놀랐는데 어쨋든 여기서도 기부는 강요는 아니었지만 무언의 압박이 왔다고나 해야 할까? 

사실 이들의 기부는 미얀마 불심을 엿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부들로 혹은 외국인들에게만 받는 사원 입장료들은 거의 대부분이 다시 파고다를 세우는데 이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