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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의 거리는 시장 그 자체였다. 어디가 거리이고, 어디가 시장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도의 반을 노점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는데 이는 어려운 미얀마 경제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뜨거웠던 거리를 걸어 보타터웅 파고다 방향으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너무 낡은 건물 사이에 형성 되어있는 골목이 너무 으슥해 보여서 좀 두려운 마음을 가졌지만 하루가 지나자 그냥 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냥 이런 골목도 다 사람이 사는 곳이었을 뿐이었다.


골목이 시끌벌적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동네 운동회쯤 되는 것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운동장 하나 없어서인지 이런 골목에서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런 운동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이크를 통해 경기의 상황을 중계하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은 최대한 늘어진 자세로 깔깔거리며 구경했다.


심지어 바로 옆에서는 축구 경기도 하고 있었다.


미얀마 특히 양곤 거리를 걷다 보면 신기한 모습 중 하나가 바로 전화기였는데 이렇게 전화기를 여러 대 놓고 운영하고 있었다. 무척 재미있는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어느 골목을 좀 헤매다가 보니 오락실이 나왔다.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아주 살았던 것이 생각이 나서 슬쩍 들어가봤는데 들어가는데만 해도 입장료로 200짯(약 200원)을 내야했다.


오락실은 그런데로 규모가 있기는 했지만 이미 한참이나 유행이 지난 게임들로 솔직히 할 게임이 거의 없었다.

오락실 구경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와 바로 옆에 있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갔다. 인터넷 카페의 가격은 1시간에 500짯이라 가격이 싸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호텔 안에 있던 곳이라서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오산이었다. 미얀마 인터넷 환경은 가히 최악에 가까웠다. 세상에 이렇게 느린 곳은 처음이었다. 정말 거짓말을 하나도 안 보태고 5분 동안 기다려서야 웹페이지가 1개 떴다.

이런 상태로 인터넷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30분 인터넷을 하는 동안 내가 본 것은 한국에 폭설이 내렸다는 것과(이마저도 기사를 읽지는 못했다), 블로그의 댓글 확인 수준 정도였다. 미얀마를 여행하는 동안 인터넷 카페를 몇 군데 가보긴 했는데 이 정도로 심각하게 느린 경우도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호주의 느린 인터넷 정도로 쓸만한 곳도 있었다. 거의 반반이었다.

30분동안 인터넷을 하면서 기사 하나 보지 못하는 수준이라 그냥 요금 300짯을 내고 나왔다.


다시 보타터웅 파고다의 방향으로 걸었다. 미얀마식 인력거 사이까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 버스도 보이곤 했는데 이는 양곤이니 이 정도 수준의 버스가 있었던 것이다. 미얀마의 차량 수준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의 골동품들이 대부분 이었다.


드디어 보타터웅 파고다에 도착했다. 지도상으로는 분명 가까워 보이지만 걸어서는 꽤 먼 거리였다.


보타터웅 파고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바로 옆의 사무실 안에 있던 아저씨가 손짓을 하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역시나 외국인에게는 입장료를 징수하려고 하는데 가이드북에서는 2달러라고 나왔지만 여기서는 3달러를 받았다. 가난한 여행자인 나에게 자꾸 입장료를 받아가는 이들이 좀 얄밉기까지 했다.


보타터웅 파고다의 입장료는 원래 2달러이지만 내가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1달러가 추가로 붙었다. 이럴수가! 이 입장권을 손에 들고는 보타터웅 파고다의 바로 오른쪽에 있었던 건물로 들어갔다. 슬리퍼는 입장료를 징수했던 사무실에 벗어놓고 왔다.


진짜 황금인지는 모르겠지만 황금색 벽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마 내 예상이지만 분명 미얀마 사람들이라면 벽면에 금딱지를 붙이고도 남았을테니 진짜 금일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벽 자체가 금이 아니라 벽에다가 황금을 붙이는 식이지만 말이다.


파고다에 기부함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미얀마인들의 불심은 여기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타터웅 파고다에 재미있는 기부함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곳이었다. 사람들이 좁은 곳에 몰려 있길래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봤는데 작은 구멍 사이에 돈을 집어 넣고 있었다.


그러니까 돈을 떨어트려 저 통 안에 집어넣어야 하는 건데 똑같은 기부인데도 그 안에 집어 넣어야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셈이다.


보타터웅 파고다의 규모는 꽤 큰 편이었다. 내가 이 황금빛 퍼야(혹은 빼야)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아저씨가 다가 왔다. 대뜸 나보고 "어이~ 친구! 이름이 뭔가?", "일본인인가?" 라고 접근한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역시나 멋쩍은듯 내가 일본인처럼 생겼다고 말하기도 하며, 미얀마 내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계속해서 말을 걸면서 내가 어디로 이동하면 따라와서는 이 곳은 무엇이고, 역사적으로 이러 이러했다는 식으로 가이드를 해줬다. 예전에 북쪽 도시에서 여행사를 했다면서 지금은 양곤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앞으로 북쪽의 도시들을 갈 예정이라고 하니 그 곳에서 볼만한 곳을 이야기 해주기도 했다.


보타터웅 파고다에서 또 다른 재미있는 기부함이었는데 작은 통이 좌우로 계속해서 움직이면 사람들은 돈을 접어서 저 작은 통에다가 집어 넣으려고 애를 썼다. 무슨 놀이공원에서 인형을 얻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저 작은 통 안에 넣으려고 했다.


보리수 아래 깨달음을 얻었던 부처를 표현했던 조각상이었다.


내가 이동할 때마다 쫓아와서 설명을 해주면서 사진도 찍어 줬는데 분명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한참 동안이나 그 아저씨의 설명을 듣다가 혹시나 싶어서 이 아저씨의 목적을 물어봤다. 왜 이렇게 가이드를 해주는거냐고 혹시 돈을 내야 하는거냐고 물었다.

내가 정곡을 찔렀는지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짓더니 자신은 지금 아무 일도 안 하고, 집에 가족이 있다는 둥 친구로써 약간만 도와주면 된다고 얘기했다. 역시나 그랬구나! 이 아저씨는 여기로 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접근을 한 뒤 가이드를 하고 돈을 받는 그런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이 아저씨와 너무 많이 시간을 보내서인지 거부할 수도 없었고, 실제 이 아저씨의 가이드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알았다고 해버렸다.


쉐다공 파고다에 비할 바는 아니긴 했지만 보타터웅 파고다도 꽤 볼만했다.


법당에서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 엄숙한 분위기 탓에 얼른 나왔다.


아저씨는 내가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자세를 잡아보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종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보타터웅 파고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라면 부처의 이빨이 전시 되어 있다는 것인데 정말인지는나도 알 수가 없다. 다만 미얀마에서는 부처의 머리카락, 이빨 등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 파고다가 여럿 있는데 이런 곳들은 더욱 특별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제 보타터웅 파고다를 다 둘러보고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자 아저씨는 이제 약간의 수고비를 달라는 눈치였다. 지갑에서 돈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1000짯을 건네줬다. 아저씨는 1000짯을 받더니 "어이~ 친구 조금 더 줄 수 없는가? 나에겐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다네" 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유로운 돈이 없었다. 미안하다고 이것 밖에 없다고 하니 조금 아쉬워하다가 알겠다고 여행 잘하라는 말을 한 뒤에 돌아서 갔다.


돈을 목적으로 접근했던 아저씨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그들의 어쩔 수 없음도 이해를 한다. 정말 그 아저씨는 집에서 기다리던 가족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했는데 불행하게도 미얀마에서는 그런 일이 많지 않았다. 돈을 더 주면 안 되겠냐는 그 아저씨의 말이 계속 생각났지만 나는 보타터웅 파고다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