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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어두웠던 길을 헤쳐나와 밝은 빛을 볼 수 있었다. 나와 비키는 아난다 파고다 방향으로 걸었다. 


시장쪽으로 들어서니 작은 놀이기구들이 모여 있었는데 규모는 작아도 화려한 불빛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우선 큰 길쪽으로 가야 마차를 탈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걷고 있었는데, 비키가 한 상점에서 멈춰섰다. 이 상점은 천(혹은 원단)을 팔고 있었던 가게였다. 


비키는 뭔가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이것 저것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건을 고르는 것보다 여기에 있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게 더 재미있었다. 상점에 있었던 사람외에도 우리 옆에는 미얀마 3인이 있었는데 그들의 차림새를 보아하니 소위 멋을 부리는 친구들이었다. 나를 살짝 놀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나는 곧바로 맞받아 쳤다. 

"밍글리 뽀대 아로옷 고 짜잇대(여자 꼬시는 일을 좋아합니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서 나와 말을 주고 받았던 남자를 가리키자 상점 안에 있던 여자가 빵터졌다. 내가 사실 확인을 위해 정말 그러냐고 물어보니 여자는 그렇다고 놀렸다. 남자는 자신은 절대 아니라며 부인을 하는데 너무 웃겼다. 이렇게 미얀마어로 대화를 좀 하니 무척 재미있었다. 

비키는 이 곳에서 한참 구경하다가 천을 하나 샀다. 


나와 짧게 이야기를 했지만 서로 친구라고 부르면서 웃을 수 있었다. 


우리는 큰 길로 간 뒤에 마차를 잡아타고 냥우로 돌아왔다. 확실히 밤이되자 무지하게 추워졌다. 

냥우로 돌아오자마자 비키는 지난 밤에 방이 너무 추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보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잉와 게스트하우스였다. 비키는 2층의 발코니가 있었던 방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내일 당장 옮기자고 제안했다. 난 싼 방일수록 좋기는 했지만 솔직히 1달러만 더 추가하면 따뜻한 물이 더 잘나오고,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었다. 그래서 비키는 7달러였던 2층의 방을 예약했고, 나는 6달러였던 1층의 방을 예약했다. 

우리는 핀사루파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직원이 바간 지역입장료에 대한 영수증을 주면서 전 날에 얘기했던 뽀빠산 투어에 대해 새로운 소식을 알려줬다. 이 숙소에 묵고 있었던 이탈리안 커플 2명이 뽀빠산에 가고 싶어 한다면서 우리가 원한다면 같이 갈 수 있을거라 얘기했다. 그러니까 4명이서 함께 가면 저렴해질거라면서 말이다. 

당연히 우리는 좋다고 했고, 즉시 3층으로 올라가서 이탈리안 커플 방에 노크를 했다. 잠시 후 묶은 머리를 하고 이탈리아 남자가 나왔다. 첫인상은 조금 강해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직원이 뽀빠산 가고 싶다면 우리와 함께 가면 될거 같다면서 소개를 해줬다. 비키와 나는 우리는 4명이니까 원래 30달러인 차량 비용을 각각 7.5달러씩 내면 되니까 좀 더 저렴하게 갈 수 있을거라 얘기했다. 아주 좋다고 얘기를 하던 이탈리아 남자는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고 했다. 

나는 우선 씻고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 뒤에 방에 들어왔다. 그 때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아까 전의 이탈리아 남자가 서있었다. 그러더니 "저기...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런데 아까 전에 15달러를 내야 한다는거야?" 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너네 15달러, 우리 15달러니까 각자 7.5달러씩 내면 된다는 이야기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이해를 하면서 다시 웃으면서 내일 보자고 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중국 식당으로 갔다. 식사는 그저 그랬는데 맥주가 너무 맛있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비키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 있던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다. 호주인 가족이었던 3사람은 나보다 조금 어려보였던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 

호주 사람들과 꽤 오랫동안 대화를 했는데 생각해보니 하루 동안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았다. 여행의 즐거움은 단순히 어떤 장소에 가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미얀마 여행이 더욱 기억에 남는가 보다.

맥주가 참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