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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레이에 도착한 나는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숙소를 잡는 것이었다. 택시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도착한 나일론 게스트하우스부터 찾아 가봤다. 가격이 가장 싼 방을 물으니 7달러라고 했는데 방은 그냥 평범했고, 무엇보다 전기 콘센트가 없었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전기 콘센트는 없냐고 물으니 같은층 로비에 있다고 했다.

바로 옆에 있었던 가든 호텔에 들어가봤다. 호텔 프론트에서는 9달러짜리 방과 6달러짜리 방이 있다고 해서 올라가봤는데 9달러짜리는 깔끔해서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6달러짜리는 창고수준이었다. 9달러는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하니 프론트에 있었던 직원은 적당한 가격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난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우선 지도를 보면서 이 곳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잠시 후 100배 즐기기의 지도가 완전 엉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만달레이 지도가 너무 대략적이라 내가 원하는 곳을 찾는데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지도를 보다가 짜증나서 배낭속에 있던 론리플래닛을 꺼내 방향 감각을 찾기 시작했다. 

만달레이에서는 캄보디아 프놈펜처럼 거리 이름이 숫자로 되어 있었는데 나는 방향감각을 찾는 동안 83번 거리에서 계속 왔다갔다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맞은편에서 성큼성큼 걸어오던 아일랜드 사람이 나에게 대략적인 길을 알려줬던 덕분에 로얄 게스트하우스를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이미 방이 다 찬 상태였다. 아마도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숙소라서 그런듯 했다.  다시 돌아와서 ET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봤는데 거긴 더 비싼 10달러짜리였다. 그래서 결국 9달러짜리였던 가든 호텔로 돌아와버렸다. 

내가 다시 돌아오자 프론트에 있던 아저씨는 씨익 웃으면서 '네가 그럼 그렇지. 진작에 내 말을 들었어야지.' 라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돌아보니 다른 숙소는 다 찼거나 비싸서 여기로 왔어요. 그 9달러짜리 방에 체크인 할께요. 그런데 9달러짜리는 여전히 비싸다고 생각한다고요." 라며 내가 알고 있었던 몇 개의 미얀마 중 하나였던 쩨찌대(비싸요)를 연발했다. 

물론 뒤에 있던 서양인 노부부는 웃으면서 이 호텔은 괜찮은 편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바간보다는 만달레이가 더 비싼 것 같다고 하니 노부부는 허허허 웃었다. 사실 9달러면 얼마 되지 않은 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단 돈 1달러도 아껴야 하는 배낭여행자로써는 작은 돈에도 무척 민감하기 마련이다. 내가 기록카드를 작성하면서 "쇼빼바(깎아주세요)" 라고 말을 하니 직원들은 웃기만 했다. 


9달러짜리 방은 4층이라는 높이만 제외한다면 확실히 괜찮은 수준이었다. 짐을 풀고 우선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느닷없이 정전이 되었다. 미얀마에서는 정전이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배가 고파 밖으로 나갔다. 

호텔 로비로 내려가자 한 직원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일본 사람처럼 보였는데 뻘겋게 부식되어있는 이빨을 보니 미얀마 사람은 확실했다. 키는 조금 작아보였지만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보였던 친구가 나에게 내일 투어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자신의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많은 곳을 구경시켜주고 더 싸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하루에 10달러라고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10달러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알겠다고 했다. 

이 친구가 나에게 이름을 물어봐서 내가 '야니'라고 했는데 계속 까먹었다. 내가 너의 이름은 '쏘소'라고 확실하게 기억한다면서 내 이름도 꼭 잊지 말라고 얘기해줬다. 쏘소는 웃으면서 알겠다고 내일 보자고 했다. 


배낭을 메고 거리를 돌아다녀 만달레이를 제대로 못 봤는데 호텔에 나와 만달레이 도로 한복판에 서서 보니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가 뒤엉켜 있었다. 당연히 신호등이나 횡단보도는 없었고, 도로의 경계선인 중앙선도 없어 시끄러운 경적소리만 가득했다. 

이 거리를 보니 내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장소가 있었으니 내가 '혼돈'이라고 표현했던 캄보디아 프놈펜이었다. 복잡했던 도로도 그랬고, 숫자로 이루어진 거리 이름까지 똑같았던 것이다. 


도로는 무지하게 복잡했다. 항상 이런 복잡한 도로를 처음 건널 때는 조심해야 한다. 물론 나중에 적응을 하면 이런 복잡한 도로도 쉽게 건널 수 있기는 하다. 


만달레이도 역시 거리에는 시끄러운 발전기 소리는 가득했다. 


큰 도로쪽으로 나오니 무지하게 큰 궁전Palace의 해자가 나왔는데 지도에 한인 식당인 한국 식당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그쪽 방향으로 걸었다.역시 100배 즐기기의 그림같았던 지도로는 정말 찾기가 힘들었다. 지도를 보고 어디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형편없었다. 무지하게 걸으면서 새삼 만달레이는 정말 큰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참을 헤맨 끝에 한국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던 상태였다.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맛은 그럭저럭 평범한 수준이었고, 대신에 3000짯정도로 가격도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식당에는 한국인 주인도 한국인 관광객도 전혀 보이지 않아 아주 이상한 기분으로 혼자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밖은 자동차 불빛에 의지해서 걸어야 할 정도로 어두웠다. 내가 머물고 있는 83번 거리로 가기 위해 돌아가고 있었는데 거리가 너무 어두웠다. 그나마 상점들의 불빛때문에 걸을 수 있는 수준이었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갈 때면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은 정도였다. 아무리 미얀마의 치안이 좋다고 해도(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얀마인들이 순수하고 착한 심성때문이다) 이렇게 어두운 골목에 혼자 걸으면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골목을 지나고 철로가 놓여져 있는 거리도 지나간 후에 꽤 오랜 시간을 걸어서야 84번 거리 근처로 올 수 있었다. 

장식품인지 내 머리 위에 있던 가로등이 전혀 켜져있지 않은 만달레이의 거리는 그렇게 어두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