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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화려한 무대만 기억한다. 하지만 실제 하나의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뒤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이는 행사를 담당하는 사람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큰 행사일 수록 빠지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이야 말로 뒤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숨은 일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해외자원봉사를 비롯해서 통영국제음악제 자원봉사를 해봤기 대문에 무대에 오르는 사람 못지않게 고생하는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이번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에 갔을 때는 비가 무지하게 쏟아졌는데 관람을 하는 사람들도 무척 힘들었는데 행사를 준비했던 자원봉사자들의 수고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연히 공연장에 혼자 있던 자원봉사자와 잠시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는데 내가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갑자기 쏟아진 폭우탓에 자원봉사자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도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힘들지 않냐는 말에 그저 웃음으로만 대답할 뿐이었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3군데에서 진행이 되었는데 그 중에서 야외 행사의 경우는 비가 와서 매우 악조건 속에 공연이 진행되었다. 특히 이날은 워낙 날씨가 들쑥날쑥해서 멀쩡한 하늘에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아니 그들은 축제를 자신들이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즐기고 있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보다도 더 신이 났고, 더 즐거워했다. 


남의 모습이 아닌 예전에 자원봉사를 하던 내 모습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 사진도 찍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아예 맨발로 다니고 있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진흙범벅이 된 땅 위에서 뛰어다녔다. 아마 이들이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은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준비하고 뛰어다녔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봤던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비에 젖고 땀에 젖어 엉망진창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비에 쫄딱 맞으며 일을 했지만 이런 궂은 날씨 덕분에 2010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을 안내하던 운영본부에 가서 자원봉사자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공연을 보지 못하고 여기에 앉아서 안내만 하는 것이 싫지 않냐고 하니까 "저희도 공연을 보고 싶죠. 근데 어느 파트에 있는 사람은 아예 공연도 볼 수 없거든요. 그나마 저희는 여기에서 음악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랍니다. " 라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커피 사주세요!" 

아직 풋풋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거 같고,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커피를 사다가 돌렸다. 우리가 진짜 사올지 몰랐는데 진짜 커피를 들고 나타나자 무척 좋아했다. 


자원봉사들은 여러 장소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에 대해 스펙을 쌓거나 어떤 점수를 채우기 위한 용도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자원봉사를 해보면 그러한 것들보다 더 의미스러운 일을 자원봉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도 마찬가지다. 짧은 행사기간이지만 그 전에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공연 당일에는 아티스트들과 관객을 마주하면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때로는 비에 흠뻑 젖으면서 동료들과 함께 자신이 준비한 무대를 본다는 것은 대학교에서 알려주는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원봉사를 해보면 소중한 그 땀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에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더 빛났던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큰 행사에서 수고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가장 먼저 격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