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벌어지는 장소는 광주의 풍암생활체육공원, 빛고을 시민문화회관, 금남로 공원, 사직공원 통기타 거리 등에서 벌어졌는데 내가 찾아간 곳은 풍암생활체육공원이었다. 비가 그쳤다고 좋아했지만 막상 풍암생활체육공원에 도착하니 비가 다시 오는게 느낌이 그닥 좋지는 않았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야외 공연이 가능할까? 


그런 내 우려속에도 불구하고 풍암생활체육공원에는 공연 준비로 한창이었고, 광주 시민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서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비가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확실히 공연을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아마도 주최측에서도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터 분명 담당자들도 이런 폭우에 당혹해 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런 빗속에 시민들이 모여있는 것 자체가 조금은 신기할 정도였다. 바닥은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겨버려서 제대로 앉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냥 돌아다니다가 신발이 물에 흠뻑 젖어서 이니그마님으로부터 슬리퍼를 빌려 신고 다녔다. 근데 이 슬리퍼 핑크색 여자용이라 그런지 너무 작아서 살짝 걸쳐서 신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하루종일 이 신발을 신고 다녀서 나중에는 물집도 생기고 아파 죽는줄 알았다. 


비가 주륵주륵 오던 광주의 밤, 드디어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의 야외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비도 너무 많이 오고, 카메라를 제대로 꺼낼 수가 없어서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번들렌즈였던 18-55렌즈를 가지고 있던 나로써는 멀리 있는 무대를 찍기란 힘들었다.

그런들 어떠하리. 그냥 나는 비가 오는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을 즐겼다. 오히려 그 덕분에 무대보다도 관중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비가 무지막지하게 오는데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김덕수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공연이 이어졌다. 물론 김덕수 사물놀이가 유명하기도 했지만 이런 날씨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비는 계속 그쳤다가 쏟아졌다가를 반복했다. 하늘이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을 도와주지 않기는 했지만 열기를 식히는데는 조금 모자라 보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고, 그들은 굵어진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관람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즐거워졌다. 다함께 즐기는 이런게 바로 축제 아닌가! 


어? 외국인이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국제적인 행사인지라 간혹 이런 외국인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겠다고 말만 했지 그냥 헤어져 버렸다. 행사가 어떤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기라도 할걸 뒤늦게 아쉽게 느껴졌다.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들과는 달리 자원봉사자들은 어찌나 신이 났는지 방방 뛰고 있었다. 야외공연 특성상 갑작스러운 폭우에 자원봉사자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들은 공연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가장 흐뭇해 하고 있었을 것이다. 


광주의 밤은 그렇게 뜨거웠다. 


운영본부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공연을 볼 수도 없었는데 그래도 이들은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비가 오는 바람에 원활하게 진행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 있었던 사람이나 공연을 지켜보던 시민들이나 다들 너무 즐거워했다. 그래서인지 다음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