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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열리기 전에도 이미 나윤선을 인터뷰를 한다는 명목으로 만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무대가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나윤선이라는 재즈가수를 실제로 보기는 했어도 음악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래서 실제 공연하는 모습을 더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나윤선의 공연이 다가오자 이전과는 다르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확실히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공연이긴 했나 보다. 전 날 공연장에서 프레스가 아닌 사람들의 플래시 세례에 결국 나윤선 공연에서는 촬영을 일체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된거 나도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냥 공연을 즐기자고만 생각했다. 


어두워진 무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던 나윤선은 인터뷰를 할 때 수줍어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틀렸다. 검은 옷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것만이 특별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함께 했던 스웨덴의 울프 바케니스우스와의 호흡도 정말 환상적이었다.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지만 울프 바케니우스의 연주는 도저히 기타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지만 음은 너무 매끄러웠다. 거기에 나윤선의 목소리에 저절로 녹아드는 기타음은 왜 그가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인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재즈가수 나윤선도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재즈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만들어 줬다. 재즈하면 그저 졸리고 늘어지는 음악이라고만 여겨졌는데 나윤선의 노래는 관객을 압도할 정도로 힘이 있다가 또 어떤 면에서는 관객의 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소통이 있었던 것이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의 사전 인터뷰를 찾아 갔었던 나는 나윤선을 수줍고, 소박한 월드 스타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녀의 무대를 보니 전혀 수줍지도 않았고, 소박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거대한 울림으로 공연장 안을 메아리쳤고, 그녀의 손짓은 관객을 조종하는 듯 했다. 그녀의 노래는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이용해서 악기 연주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실제로 그녀는 노래가 아닌 다양한 소리를 내곤 했다.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곡은 정말 놀라웠다. 처음에는 똑같은 소리만 계속 반복해서 내고 있길래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잠시 후 그녀의 목소리가 녹음되었고, 그 소리가 계속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다른 음이나 소리를 집어 넣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믿기지 않은 듯 입은 다물어지 않았다. 


나윤선의 놀라운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정말 너무 멋졌다!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도 있었는데 역시 높은 인기탓인지 줄이 정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도 나윤선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도 같이 찍으며 인사를 나눴다. 함박 웃음을 지으며 관객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관객과의 소통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보도자료, 이니그마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