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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카누팀이었던 우리는 그저 인레호수에서 카누를 타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물론 그마저도 제대로 탔다고 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카누를 타고 난 후 우리는 양곤행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곧바로 돌아갔다. 


우리가 타고왔던 보트에 다시 올라타고 시끄러운 모터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달렸다. 


신비로움을 간직한 인레호수를 빠르게 지나쳤다. 나는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인레호수를 두번이나 돌아볼 수 있었고, 카누도 타 볼 수 있어서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다른 보트가 옆에 지나가면 작은 물결이 일어나는데 이 물결로 인해 보트는 거대한 파도를 만난 것처럼 크게 요동치곤 했다. 그래서인지 인레호수가 더욱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레호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한다. 

우리는 다시 퀸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우리에게 약간의 시간은 남았던 상황이라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는 동안 낭쉐에서 쉔냥까지 걸어서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택시를 따로 불러줬다. 

"혹시 여기에 샨 카욱쉐 누들이 있나요?"

호기심에 주문했던 요리는 바로 미얀마 샨족의 전통 요리인 샨 카욱쉐 누들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내가 그런 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하게 쳐다봤고, 너무 싱거워서 고추가루를 더 집어 넣으니 이상하게 쳐다봤다. 물론 마마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것을 이미 아는듯 했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샨 카욱쉐 누들과는 많이 달랐다. 국물도 한가득이었고, 맛은 좀 밋밋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퀸 게스트하우스가 너무 친절했기 때문에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넌지시 우리 게스트하우스와는 너무 틀리지 않냐고 물어보니 모두 동의했다. 

점심을 다 먹고 우리의 원래 게스트하우스인 브라이트 호텔로 왔다. 각자 방에 돌아가 짐을 챙겨서 나오기로 했는데 마싯다와 카를로스는 유난히 늦게 왔다. 사실 이 둘은 국적은 다르지만 커플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서둘러서 짐을 대충 싸고 카운터로 나왔는데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다. 우선 내가 먼저 체크아웃을 했는데 아주머니는 14달러 중에 섞여있던 낡은 지폐를 보며 바꿔달라고 했다. 미얀마 내에서는 낡고 훼손된 지폐는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하필 내가 가지고 있던 1달러에 그런 지폐가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크리스챤이 나와 체크아웃을 했다. 우리는 마싯다와 카를로스를 기다리며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미얀마 지도를 보고 있었다. 크리스챤은 원래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었는데 카를로스와 마싯다를 만나서 3명이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도중이었고, 낭쉐에서는 나도 합류해서 4명이 된 상태였다. 

"너는 혼자 여행하는 편이 좋아? 아니면 여럿이서 같이 여행을 하는 편이 좋아?"
크리스챤이 뜬금없이 나에게 물었다. 

"글쎄... 아무래도 각각 장단점이 있지 않겠어? 혼자 여행을 하면 심심하기는 하겠지만 친구 사귀기도 편하잖아."
나의 대답에 크리스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 맞아. 혼자 하는 여행이 심심할 때가 많기는 하지. 하지만 나를 봐. 혼자 다녔으니까 마싯다와 카를로스를 만났고, 어제 밤에는 너도 만났잖아. 아마 여럿이서 여행을 한다면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적을거야."

우리는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마싯다와 카를로스가 나타났다. 유난히도 느린 친구들이었는지 아니면 태평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들도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는 짐을 택시에 싣고 쉔냥으로 향했다. 미얀마에서는 양곤을 제외하고 말로만 택시였지 그냥 일반 차량이나 다름이 없었다. 

쉔냥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는데 각자 2000짯씩 비용을 부담했다. 크리스챤은 돈을 내면서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가는데 일인당 2000짯씩이나 내야 하냐면서 그들의 폭리를 비판했다. 나도 쉔냥에서 냥쉐로 올 때 오토바이 비용이 2000짯이었으니 비슷하게 오고가고 했지만, 사실 택시 비용은 여럿이서 같이 지불하는데도 2000짯이었으니 충분히 비싼편이긴 했다. 인레호수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곳이 쉔냥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어쨋든 주변을 둘러보니 버스정류장처럼 생긴 장소도 없었는데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는 바로 이 도로 위에서 멈춰서는 듯 했다. 도로 바로 옆에 있던 찻집으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유난히 차를 좋아하는데 낮이고 밤이고 찻집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도 그들의 틈바구니에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했던 것인데 테이블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커피는 자신이 직접 타서 먹으라고 뜨거운 물에 커다란 숟가락이 담궈져 나왔다. 


이 더운날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아이스커피가 있을리가 없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외국인들도 이 주변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가 양곤으로 가는 버스가 잠시 정차하는 곳이 맞긴 맞나 보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카를로스와 크리스챤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덕분에 마싯다와 나는 자리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독일 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독일인은 아니었던 마싯다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았다. 특히 자신은 대학교에서 북한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어서 어느정도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눈을 반짝이며 흥미로워하던 마싯다에게 나는 우리나라는 내가 봐도 참 신기한 나라라고 하니 그녀 역시 동의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처럼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나라도 드물다는 것은 그렇다쳐도 같은 민족인 북한과 분단되어 있는 현실은 분명 외국인에게는 이해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거기다가 북한은 선군정치 덕분에 경제가 파탄난 상태이지만 남한은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으니 분명 이상하고 신기한 나라임에는 분명했다. 

잠시 후 카를로스와 크리스챤이 돌아왔는데 이들은 야자수 열매를 어디서 구입했는지 열매 안의 하얀 속살을 가지고 왔다. 야자열매를 먹으면서 지루한 기다림이 지속되었다. 알고보니 내 버스는 3시, 이 친구들의 버스는 2시 반으로 서로 다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2시 반은 커녕 3시가 되어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끼리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으면서 오랜 기다림을 이어갔다. 역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던가? 쉔냥의 어느 찻집에서 배낭을 쌓고 기다리는 여행자의 모습 그대로를 담기 위해 기념 촬영을 했다. 마싯다는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 신이났는지 나에게 꼭 당부했다.  

"이 사진 페이스북에 꼭 올려놔야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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