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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일어났다. 방콕행 비행기가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마하반둘라 게스트하우스는 가족이 운영하는 형태로 여기는 이들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일어사 샤워를 하려고 보니 다들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주변은 어두컴컴했다. 오직 술레 파고다의 황금빛이 주변을 밝혀줄 뿐이었다. 양곤에서 술레 파고다를 보며 감탄을 했던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미얀마를 떠나야 한다니 뭔가 아쉬움이 가득했다. 

생각해보면 미얀마 여행은 두려운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하지만 친절한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마음을 열게 되었고,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었다. 그래서인지 미얀마 배낭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나 보다. 

거리에 있던 택시를 잡고 공항까지 가겠다고 하자 무려 6000짯을 불렀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었던 돈은 4250짯 뿐이었기 때문에 4000짯으로 협상을 했다. 별로 내키지 않은듯 보이더니 이내 손님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4000짯에 가겠다고 했다. 

택시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내 추측으로는 그의 동생인듯 보였다. 형은 운전하고, 동생은 옆자리에 앉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낡디 낡은 택시는 양곤 거리를 힘차게 달렸다. 멀리서 양곤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쉐다공 파고다에 감탄을 하는 것도 잠시 양곤의 중심부를 빠르게 벗어났다. 당연히 이런 새벽에는 달리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양곤 공항에 도착하자 내 남은 미얀마 화폐 4250을 전부 줬는데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실제로 공항에서 술레 파고다까지 5달러 정도였으니 내가 좀 깎아서 온 셈이었다. 

어쨋든 공항으로 들어와 보니 몇몇 사람들은 있었지만 여전히 한산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아침이니 당연한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전광판을 바라보니 출발하는 비행편도 고작해야 3편이었다. 그것도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 뿐이었고, 다른 나라는 보이지도 않았다. 

미얀마 양곤 공항에도 공항세라는 것이 존재했다. 따라서 출국하기 전에는 10달러를 내야 했는데 낡은 1달러짜리 지폐를 보더니 이건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이 낡은 지폐를 쓰려고 여러번 시도를 했는데 결국은 공항에서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아주 쉽게 쓸 수 있었다)


근데 너무 일찍왔나 보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무려 1시간 반이나 남았는데 양곤 공항은 너무 작아서 둘러볼 곳도 없었다. 기념품 가게도 2군데 정도만 있을 뿐 정말 황량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으니 무료함의 극치를 달렸다.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고 겨우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출발하자마자 기내식으로 간단한 빵과 과일을 줬다. 양곤과 방콕은 비행시간이 불과 1시간 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딱 이정도로 나온다. 

빵을 우물우물 먹고 있을 때 내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언듯 보기에도 아버지와 아들이었는데 아저씨는 영어를 할 줄 알았지만 나보다 어려 보이는 이 친구는 전혀 말을 할 줄 몰랐다. 물론 영어를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저씨가 옆에서 대화를 해보라고 부추기는데 생각보다 내성적인지 그냥 웃기만 했다. 


태국까지는 정말 순식간에 도착했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방콕에 도착하니 반갑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