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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일주를 하면서 일본 내에 이렇게 많은 성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물론 우리나라도 성이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침략으로 성의 형태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이렇게 자주 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벽을 쌓아 방어를 하는 용도의 성이라고 한다면 일본의 성은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면이 강한데 그건 아마도 주로 영주들이 머물었던 곳이기 때문에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큐슈 여행을 하면서 처음 만났던 성은 고쿠라성(小倉城)이었다. 키타큐슈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고쿠라에는 고쿠라성을 중심으로 관광지가 몇 군데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고쿠라성만 관람을 하게 되었다. 고쿠라성은 총 5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독특하게도 4층보다 5층이 더 크게 만들어 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쿠라성의 입장료는 성인을 기준으로 350엔이었다. 입장료가 그리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혹시 50엔이라도 할인을 받고 싶다면 키타큐슈의 관광센터에서 웰컴카드를 받아오면 300엔으로도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입장권을 받으면서 내가 한국 사람인줄 바로 알았는지 한글로 적힌 안내 가이드 팜플렛을 건네줬다. 


입구 반대편은 기념품 매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고쿠라성의 옛모습을 축소시켜 놓은 모형을 볼 수 있다. 과거 고쿠라성 주변이 어땠는지 사실적으로 재연해 놓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모형을 전시해 놓은 것만이 아니라 벽면에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낮과 밤이 바뀌는 등의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축소 모형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보기 위해 망원경을 사용할 수 있었다. 망원경을 통해 본다고 아주 자세히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로 재미의 요소는 조금 가질 수 있었다. 망원경 사용방법은 눈을 가져간 후 초점링을 좌우로 돌리면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고쿠라성의 내부에는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내가 가봤던 일본의 성이 대부분 이러했는데 덕분에 남아있는 사진이 몇 장 없어서 어떤 것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고쿠라성 내부에는 커다란 호랑이 그림이 있었는데 옆의 설명을 보면 어느 방향에서 봐도 나를 쳐다보는 호랑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그런지 이리저리 움직여봤는데 호랑이가 나를 쳐다보는건지 멍한건지 조금은 헷갈렸다. 어쨋든 사람을 계속 쳐다본다고 하니 신기한 호랑이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고쿠라성에는 호랑이 그림이 암수로 2점 전시되어 있었다.
 
이 호랑이 그림이 일본에서 가장 잘 그려진 것이라고 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다. 그러니까 과거 일본 사람들은 실제 호랑이를 볼 수 없어 호랑이 가죽을 보며 상상만으로 호랑이와 싸우는 그림을 그리곤 했다고 한다. 물론 이 그림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일본 사람들이 그린 호랑이들은 전부 한국의 호랑이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고쿠라성에 호랑이 그림이 있는 이유는 고쿠라성이 소실된 후 다시 재건하려고 했을 때가 호랑이의 해였다고 한다. 그래서 호랑이 그림이 제작되어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고쿠라성의 영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고, 다른 곳으로 가니 고쿠라 주변의 옛지도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것은 용도가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바로 옆에 영어로 된 설명을 읽어보니 화장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신기하면서 재미있는 형태의 화장실이 아닐 수 없었는데 이는 영주가 용변을 보면 서랍처럼 옆에서 꺼내 상태를 살펴보는 것으로 건강을 체크했다고 한다.


인형과 함께 상영되는 영상(사실 영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그냥 그림자만 나온다)도 있었다.  닫혀있는 문으로 그림자가 보이면서 대화가 오고가는데 일본어로만 들을 수 있어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다만 안내하시는 직원으로부터 저 사람들 중에서 미야모토 무사시의 양자가 있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말에 번쩍해서 관심을 가져서 누가 미야모토 무사시냐고 물어봤던 것인데 이중에는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미야모토 무사시가 여기에서 잠깐 머문적이 있다.
 

바로 옆에는 다소 생뚱맞을 정도로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었다.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이것은 버튼을 누르고 발을 굴리면 불이 밝아지면서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는지 시합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뭔지 모르다가 다시 해보면서 이해를 했는데 혼자 열심히 발을 굴려가면서 하다보니 이게 뭐하는 짓인지 의문이 들어 내려왔다. 절대로 힘들어서 내려온 것이 아니다.


직접 가마에도 올라타 볼 수 있고, 당시의 생활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물이나 영상을 관람할 수도 있었다. 나름 재미있는 체험의 요소를 곳곳에 심어 놓으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고쿠라성의 3층으로 올라갔다. 고쿠라성은 이미 외형을 제외하고는 과거의 모습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재건을 하면서 내부는 전시관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각 층으로 올라가는 곳은 이런 계단을 통해 이어진다.


3층에 올라가면 인형극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앞에서 한국 사람이라고 얘기를 하면 한국어 음성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기기에 대한 대여료는 없었다.
 

사실 인형극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이 화면의 양 옆에서 인형이 가끔씩 등장하기는 하지만 인형들은 그냥 입만 벌리고 화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역할이었다. 그래도 한국어 가이드 덕분에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4층으로 올라가면 독특한 전시물이 보였다. 기념품 매장은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구경하는 사람이 없어서 매우 한산했다.

 

수공예품을 전시한 것일까? 모든 성이 마찬가지지만 고쿠라성도 역시 3층부터 급격하게 내부가 좁아지더니 4층은 이 전시실이 전부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5층으로 향하는 길이 나타났다.


고쿠라 시내를 관람할 수 있는 5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일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관광지에서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심지어는 1회용 카메라도 볼 수 있었으니 조금 신기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카메라 욕심이 많아서인지 요즘은 DSLR의 보급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소니, 캐논, 니콘, 펜탁스 등 제조업체가 있는 일본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멋진 전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쿠라성의 꼭대기에 올라 바람을 쐬는 것으로도 좋았다. 나도 멀리 보이는 고쿠라 시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일본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나에게는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이었는데 정신없이 일본에 와서 고쿠라를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있었다.


고쿠라성 아래에는 낮부터 코스프레 열전을 펼쳤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짐을 챙겨서 철수를 하고 있었다. 


일본을 여행을 하며 느낀 것이지만 일본은 참 기념을 만드는 행위를 좋아한다. 우리처럼 사진을 찍는 것에 불과하지 않고, 기념 스탬프를 찍거나 기념 사탕을 준다든지 별거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고쿠라성에도 마찬가지로 기념 스탬프가 있었는데 그외에도 이렇게 기념 주화를 만들 수도 있었다. 400엔을 집어 넣으면 기념 주화가 나오고, 100엔을 넣으면 열쇠고리까지 나온다.

이런 것을 누가 하냐고 순간 생각했지만 바로 옆에 있던 남자 두 명이 이 자판기를 이용했다. 직접 자신의 이니셜과 날짜를 새겨넣고는 뽑는 것이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잠깐 달라고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어느덧 해는 산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반갑지 않은 어둠이 찾아오기 직전 산으로 넘어가는 해로 인해서 고쿠라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노란빛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