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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모지코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고쿠라를 둘러보다가 야간열차를 타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선택한 곳이 모지코였던 것이다. 그렇게 찾아간 모지코는 생각보다도 더 가까웠다. 보통열차를 타고 고작해야 10분이면 도착했는데 이정도라면 거의 옆동네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었던 모지코역은 무척 한적해 보였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차가워진 공기탓인지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가 풍겼다. 거기에는 낡은 플랫폼도 한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플랫폼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출발하기 직전의 열차는 떠나기전까지 연신 탑승객를 확인했다.


나오자마자 모지코 지도를 집어들었는데 한글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영문도 아니었다. 다른 지도가 있는데 내가 못 본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일어로 된 지도만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대략적인 방향감각을 위해서 지도는 확보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가지고 갔다. 


모지코역은 무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낡은 열차역이다. 1914년에 완공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낡은 역의 내부를 살펴본다면 충분히 짐작할만 하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짓는 철근이나 콘크리트가 아닌 목조로 지어졌는데 그런 역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실제로 모지코역은 큐슈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역이고, 철도역으로는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처음 지정되었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보니 한눈에 봐도 건물의 높이가 낮고,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소규모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지 않았지만 모지코역 주변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간혹 보이곤 했는데 바로 모지코역의 야경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이던 주변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지코역이라는 오래된 건물에 조명을 비추니 은은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야경이 나타났기 때문에 나도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모지코역 바로 앞 광장에는 분수가 있었는데 아마 따뜻한 날 어느 오후라면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지코는 확실히 다른 도시의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쿠라에서 보통열차로 불과 10분만에 도착한 곳인데도 전혀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이른 저녁인데도 도시는 조용해 보였고, 어두웠다. 하지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인해서 거리는 은은한 야경을 뿌려주고 있었다. 마치 모지코역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