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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 일단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인터넷의 여행기를 읽어보거나 가이드북을 구입해 여행지를 파악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이런 준비를 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조금 다르다. 

특히 해외여행이라면 그나라의 역사, 문화와 같은 배경지식을 익히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편하게 쉬면서 즐기자는 것이 여행인데 돈을 쓰면서까지 왜 꼭 그렇게 해야하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물론 어떤 여행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가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여행은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보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여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그러는 편이 훨씬 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기 때문이다. 우리와 다른 것을 먹고, 다르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지 않은가?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항상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여행지에서 제외했던 일본을 지난 12월에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비록 도쿄는 아니었지만 큐슈지역을 일주하면서 그동안 내가 몰랐던 일본의 문화, 역사, 혹은 그들의 삶의 모습을 아주 약간이나마 살펴볼 수 있는 배낭여행을 했다. 항상 우리나라와 가깝고, 비슷한 문화권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다른 것이 너무 많이 보였던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그래서인지 일본 여행을 하는 도중에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곤 했다. 


블로거로 더 잘 알려진 도꾸리님(http://dogguli.net)이 집필한 따끈따끈한 신간 '일생에 한번은 도쿄를 만나라'는 바로 그러한 소소한 재미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여행 가이드북도 아니다. 그렇다고 여행 에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그런데 도쿄를 갈 계획이 있거나 혹은 도쿄가 아니더라도 일본을 간다면 여행 가이드북 만큼 정독을 하며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아마 친분이 있는 블로거라서 좋은 이야기만 늘어 놓는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선 이 책은 도쿄를 소개하는 책인데도 멋들어진 사진보다는 글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더 많다. 게다가 도쿄 여행의 핵심지역이 아닌 항상 어긋나 보이는 지역을 소개하는데 열중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차이를 소개하는 이야기도 꽤 많다. 

비록 멋진 사진이 담겨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류 여행을 소개하는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니라 맛깔스러운 글을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있다. 무작정 이름없는 아무 열차역에 내려서 거리를 걷는 여행법, 일본인들의 지독한 라멘사랑, 낡고 낡은 도쿄타워가 담긴 의미 등은 기존의 책에서는 살펴볼 수 없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큐슈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하면서 먹었던 하카타식의 국물이 진한 돈코츠라멘이 떠올랐고, 다양한 색깔과 외형의 기차는 어른들에게도 낭만을 심어줄 정도였다. 그랬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조각난 퍼즐을 완성시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배낭여행과 같은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책이 될 것이다. 도쿄의 숨겨진 맛집이나 장소를 아는 사람은 도쿄에 살고있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운데 일본인 아내와 결혼을 한 뒤 일본에서 살고있는 도꾸리님으로부터 다 전해들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맛집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떠올라 혼났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갔던 맛집의 경우도 점심시간 전이었는데도 15분을 기다려서야 작은 가게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이 저절로 떠올랐다. 

어쩌면 도꾸리님은 나를 위한 책을 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이나 정보의 엑기스를 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직 도쿄 여행을 해보지 못한 나로써는 얼른 도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역에 내려 골목의 작은 가게의 라멘을 맛보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 앞에서 사람구경도 해보고 싶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은 도쿄 여행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여행책을 고르는 기준은 매우 단순하다. 여행책인데 사진이 얼마나 적은지, 글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어느정도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더 까탈스럽게 말하자면 난 사진으로 도배된 여행책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다. 사진이 가지는 위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여행책에서만큼은 화려한 사진으로 독자의 시선을 뺏는 경우가 많다. 정말 제대로 된 여행책은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글로 감성을 전달한다. 도꾸리님이 소개하는 도쿄는 어쩌면 너무 소소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가장 솔직하고 낭만적인 도쿄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만 없어진다면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 만약 도쿄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솔직한 도쿄 체험기를 통해 가이드북대로의 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의 맛을 느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