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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지옥을 나와 다음 지옥을 찾아나섰다. 간나와 일대에는 총 9개의 지옥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다음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도깨비산 지옥(오니야마지고쿠)이었다. 일단 다른 지옥보다 악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어차피 다른 지옥은 볼 시간이 없었으니 제일 많이 보는 바다지옥을 보고, 악어들을 보러 도깨비산 지옥(한자로 읽으면 괴산지옥이다)을 보러 가기고 결심했다.


벳푸가 일본 최대 온천도시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곳곳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을 전체가 수증기로 가득했던 운젠보다는 조금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벳푸에 도착하기 전에는 수증기로 가득한 도시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그정도는 아니었다.


도깨비산 지옥을 가기 전에 부뚜막 지옥(카마도지고쿠)의 입구를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지옥에서 뿜어 나오는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고 해서 부뚜막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내부에는 색깔이 다른 6개의 온천이 있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목적지는 아니라서 과감하게 지나쳤다.


한글로 된 이정표를 따라 조금만 걸으니 도깨비산 지옥의 입구가 나타났다. 역시 이 지옥도 400엔을 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름은 분명 도깨비산 지옥인데 이 지옥이 유명한 것은 바로 악어때문이다. 그래서 도깨비산 지옥을 악어지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악어들은 온천의 열을 이용해서 사육한다고 한다. 대체 악어들이 어떻게 온천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가장 보고 싶었던 지옥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커다란 온천탕이 보였다. 짙은 흙색의 온천물이라 방금 전에 봤던 바다지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는데 수증기가 너무 많이 올라와 제대로 관찰하기 어려웠다. 일단 이 온천은 대충 둘러보고 악어를 찾으러 나섰다.


도깨비산 지옥에 언제 도깨비가 나오나 했는데 입구 근처에 떡하니 바위 위에 앉아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그런데 도깨비는 딱 한 명뿐, 다른 도깨비는 볼 수 없었다. 도깨비산 지옥의 주인공은 도깨비가 아니라 악어였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악어의 뼈와 박제가 전시된 공간을 지나니 악어 사육장이 나타났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악어 사육장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너무나 순진하게 온천에서 키우는 악어이니까 항상 온천물에 푹 담그고 있는 녀석들을 상상했는데 그냥 평범한 악어 사육장이었다.


대부분 따스한 햇볕에 몸을 내밀고 졸고 있는 악어들이 많았고, 가끔 하품을 하거나 눈만 껌뻑이는 악어도 있었다.


거대한 몸집의 악어들이 꽤 많았음에도 움직임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조금은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온천에서 목욕하는 악어들을 상상했던 나로써는 졸고있는 악어들이 영 못마땅했다. 400엔이나 내고 들어왔는데 졸고 있는 악어만 봐야 한단 말인가!


도깨비산 지옥에는 악어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종의 쇼가 있었는데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춰가야 할 것 같았다. 평일에는 오로지 수요일 10시에만 있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10시, 2시 반에 먹이를 준다고 한다. 직접 보지 않아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으로 보면 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것 같다.


악어 사육장을 한바퀴 둘러보니 입구로 돌아왔다. 바다지옥에 비해서는 조금 작은 규모이고, 악어외에는 온천이 크게 볼만하지는 않은 것 같다. 도깨비산 지옥의 특징을 조금 소개하자면 온천의 수증기 압력이 굉장히 강해서 열차 한칸 반 정도를 당길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하며, 이 온천의 열을 이용해서 악어를 사육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악어는 온천물에 담그고 노는 것이 아니라 열을 이용해서 살기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아마도 악어들이 말레이시아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조금 덥게 해줘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