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토카시키섬에도 해변이 몇 군데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아하렌 비치였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아하렌 비치로 갈 생각이었는데 더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날씨는 흐린 상태였다.


토카시키섬에 도착하긴 했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아하렌 비치로 갈 수 있는지 몰랐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주차장쪽으로 걸어갔다.


예상은 했지만 주차장쪽으로 가니 버스가 있었다. 아하렌 비치로 가는 버스라고 해서 무려 400엔을 내고 버스에 탔다. 확실히 작은 동네라서 이 버스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그렇다고 이 버스도 하루 4편 정도로 자주 있는 편도 아니었다.


관광객을 태운 작은 버스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동했다. 버스에서만 본 토카시키섬이었지만 시골의 여유로움을 넘어 오지의 순박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가까울 줄 알았던 아하렌 비치는 꽤 거리가 멀었다.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달리더니 이제는 아예 큰 고개를 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멀리서 바다가 보였다. 한눈에 봐도 초록빛깔 바다가 아하렌 비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버스는 아하렌 비치 바로 앞에서 멈췄다. 바로 앞에는 돌아가는 버스 시간표가 있었는데 가장 마지막 버스가 4시 30분이었다. 생각보다 시간도 별로 없고, 버스편도 많지 않아 당일치기로 오기에는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초록빛 바다 아하렌 비치가 보였다. 자마미섬에 비해서 토카시키섬이 덜 유명하긴 하지만 아하렌 비치도 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관광객은 별로 없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게다가 날씨는 흐리멍덩하고, 춥기까지 했으니 여러모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하렌 비치는 예쁜 빛깔을 띄고 있었다.


이건 1인용 텐트일까? 아마도 먼 곳에서 온 여행자가 일기를 쓰고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저 커플 심상치 않아 보인다 했더니 예상대로 해변가에서 뛰기 시작했다. 세상에 요즘 시대에도 '나 잡아봐라' 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일본에서 말이다. 해변에 오면 뛰어야 하는 것이 전세계 커플의 심리인지도 모른다.


아하렌 비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근처에 있어 올라가봤다. 작은 언덕 위에 작은 건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전망대였다. 일반적인 바다라면 꼭 위에서 내려다 볼 이유는 없는데 아하렌 비치는 산호가 있는 곳이라 풍경이 남다르다.


산호가 펼쳐진 바다는 엽서의 한 장면으로 사용하기 딱 좋을 정도로 너무 멋졌다. 다만 날씨가 흐려서 사진에서는 선명하게 나오지 않아 그게 불만스럽기만 했다. 좀 아쉬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전망대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주변에 캠핑장도 있는지 텐트도 보였다.


역시 일본이라 그런지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비싸다.


아하렌 비치 바로 앞에 식당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가봤다. 서양식 요리를 주로 팔고 있는 것 같은데 분위기도 괜찮아 보였다. 커다란 메뉴판이 식당 앞에 비치되어 있었는데 영어로도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문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햄버거가 맛있어 보였지만 결국 주문한 것은 프라이드 치킨이었다.


주문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이렇다 할 경치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야외에서 먹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주문했던 치킨도 바삭하면서 부드러워 무척 맛있었다. 무엇보다 일본에서 먹은 음식은 대부분 양이 적은데 여기는 양도 많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먹는 햄버거도 살펴보니 큼지막한게 맛있어 보였다.

밥을 다 먹고 한참을 앉아있다가 나갔다. 우리는 가게 주인 아주머니께 아하렌 비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전망대를 가고 싶다고 했다. 혹시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국제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긴 일본인데 국제운전면허증이 없으면 힘들겠지. 걸어서 갈 수 없냐고 물어보니 옆에 있던 남자 아이가 웃는다.


이래저래 택시를 통한 방법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마침 옆에 있던 밴을 불러 물어봤다. 그러니까 아하렌 비치 전망대와 돌아가는 차비까지 포함해서 얼마냐고 물어본건데 너무 비싼 가격을 불렀다.

"무리예요. 일단 우리는 돈도 없는 걸요."

실제로 그 정도로 비싼 금액을 내면서 이용하기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장난식으로 말을 하니 아주머니와 남자 아이는 마구 웃었다. 여기까지 온 한국인 관광객이 돈이 없다고 하다니 웃기긴 웃긴가 보다. 아주머니는 한국에는 방문한 적이 아직 없다고 하면서 나중에 꼭 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전망대도 오르지 못했으니 다시 아하렌 비치를 걷기로 했다.


여전히 한가해 보이는 풍경이긴 했지만 아까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정말 안 춥나? 보기만 해도 너무 추웠는데 다들 물에서 열심히 놀고 있었다.


힘들게 바다까지 찾아가서 그저 구경만 했다. 스노클링이나 다이빙같은 것을 즐기지도 않았고, 심지어 물에 몸을 담그지도 않았다. 오키나와 해변에 가서 정말 순수하게 바다만 봤다고 하면 이상하려나? 그래서 흐렸던 날씨가 더 아쉽기만 하다. 날씨만 조금 더 좋았더라면 아하렌 비치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예정된 시간이 다가와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좀 허무하다면 허무할 수도 있지만 예약했던 배도 문제였고, 한가했던 해변이라 딱히 즐길 거리가 없어 더이상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일치기는 역시 시간에 쫓겨 여행해야 한다.


항구로 돌아왔다. 터미널 내에 아하렌 비치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전망대에서 보고 싶었던 풍경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도 저런 사진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다 전체를 담은 사진이 너무 예뻤다. 이제는 비까지 오는 날씨라 높은 전망대에 올라가더라도 푸른 바다를 기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나다가다 눈에 띄었던 잼이다. 평상시라면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가격도 무척 저렴하고, 담은 포장도 예뻐서 하나 구입했다. 게다가 다른 곳에서는 구입하기 힘든 기념품이었다. 오키나와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나하에서도 이런 잼을 본 적이 없었다.

이제 페리를 타고 나하로 향했다. 페리에 오르자 비는 무지하게 쏟아졌다.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크게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데 토카시키섬으로 갈 때와는 다르게 나하로 갈 때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당일치기로 이렇게 토카시키섬을 다녀오는 사람은 없고, 섬에서 하루 이상 머물기 때문인 것 같다.


나하로 돌아와서도 비는 여전히 거칠게 쏟아졌다. 정말 하루도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없었던 오키나와였다. 여행자에게 너무한 오키나와 하늘을 탓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게스트하우스까지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호주에서 샀던 비치타올을 우산 대용으로 쓰고 미에바시역까지 갔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숙소에 들어가자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