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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늘상 새로운 인연을 만나곤 한다. 오키나와에서는 청각장애인 친구 유키와 타카시를 만났다. 유키와 타카시는 차를 렌트했는데 덕분에 아주 편하게 만좌모와 츄라우미 수족관을 갈 수 있었다. 만좌모는 나하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점심을 먹지도 못하고 출발한 탓에 너무 배고파서 하나 샀다. 가격은 100엔으로 다른 곳에서 파는 사타 안다기보다 비싼 편이었다. 원래도 맛있었지만 배고파서 그런지 완전 꿀맛이었다. 허겁지겁 입에 밀어넣고 만좌모 입구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만좌모는 입장료가 없었다.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일명 코끼리 절벽으로 유명한 만좌모가 모습을 드러낸다. 코끼리와 조금 닮긴 했다. 날씨가 흐려서 무척 아쉬웠지만 침식으로 독특한 모양새를 갖춘 절벽이 흡사 호주의 그레이트오션로드를 연상케 했다. 왜 이름이 만좌모일까? 과거 18세기에 류큐왕이 만좌모를 보고 만인이 앉아도 될 정도로 넓은 벌판이라고 부른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타카시와 유키는 만좌모부터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뻗은 바다와 기괴한 절벽을 본 것은 좋았는데 어째 이게 전부인 것 같았다. 코끼리 바위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관광지 만좌모는 고작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그러나 만좌모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호주 그레이트오션로드처럼 넓은 지역에 펼쳐진 절벽과 끝내주는 경치를 기대했지만 만좌모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ANA 인터콘티넨탈 만자 비치 리조트쪽으로 독특한 모양의 바위가 보이긴 했다. 인터넷에서 보니 어떤 분은 오키나와에서 만좌모가 가장 좋았다고 하던데 여기가 그정도인가? 뭐랄까. 만좌모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조금 기대 이하라고나 할까?


오키나와의 유명한 관광지답게 기념품 가게는 꽤 많았다. 그냥 좀 구경을 해보긴 했는데 나하 국제거리에 파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기념품은 잘 안 사는 편이라 아주머니와 대화 몇 마디를 하다가 만좌모를 나왔다.

우리는 너무 배고팠다. 일단 만좌모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얼른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때마다 유키와 타카시는 잠깐만 기다려 보라며 인터넷으로 뭔가 열심히 검색했다. 그들은 정말 맛집을 찾는데 투철했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검색한 끝에 그들이 찾아낸 곳은 만좌모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키나와 소바를 파는 가게였다.


확실히 유명한 집이긴 한가 보다. 일본에서야 줄서서 먹는 것은 흔한 일이긴 한데 이렇게 배고픈 상황에서도 맛을 위해 기다림도 감수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했다.


여기도 주문을 하려면 자판기를 이용해야 했다. 일단 자판기 사용하는 방법은 그렇다쳐도 까막눈이니 주문을 하기란 불가능했다. 유키가 대충 설명을 해줬고, 나는 오키나와 소바를 골랐다.


오키나와에 왔으니 당연히 오키나와 소바를 먹어야 한다는 심리였는데 나만 골랐다. 오키나와 소바 중간 사이즈는 550엔이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마음에 들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도 정말 많았고, 벽에는 사인도 걸려있는게 정말 맛집처럼 보였다.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치다보니 드디어 오키나와 소바가 나왔다. 맑은 국물에 하얀 면발 그리고 고기가 올려져 있었다. 면은 살짝 덜익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쫄깃한 편이었는데 반대로 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었다. 나는 맛있다고 말하면서 국물 한방울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일본어를 모르니 여기가 어딘지는 모른다. 아무튼 줄서서 먹던 곳이 바로 이 가게였다.


소바를 먹고 나와 바로 앞에 있던 바다를 구경했다. 저 멀리까지 흐린 바다를 보면서 또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