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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은 여행지에서 겪게 되는 당황스러움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이드북 중에는 그런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저스트고 시리즈도 마찬가지고, 다른 가이드북도 크게 차이가 없다. 아무리 오키나와지만 책의 절반이 먹는 것과 리조트 이야기 뿐이니 여행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스트고에서는 나고에서 나하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언급은 커녕 나고버스터미널도 나와있지도 않았다. 배낭여행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교통인데도 책에서는 알아낼 수도 없었고, 전화를 통해서도 확답을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츄라우미 수족관을 가기 전에 직접 나고버스터미널에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데 설마 돌아가는 버스편도 없을까?


나고 버스터미널이다. 시골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한적하면서도 상당히 낡은 버스터미널이었다. 다행히 여기에서 돌아가는 버스 시간표를 직접 얻을 수 있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었지만 6시 30분에 막차였고, 다른 하나는 일반 버스를 타는 것인데 이는 8시에 막차였다.

나중에 츄라우미 수족관을 구경하고 다시 나고버스터미널로 돌아오니 7시를 조금 넘겼다. 이미 고속버스는 놓친 상태였으니 일반 버스를 타야했다. 그것도 막차인 8시 버스였다.


일반 버스는 3번 정류장에서 타야 한다.


정류장 앞에 붙어 있던 나고행 버스 시간표인데 첫차가 5시 30분이고, 막차는 8시였다. 이 버스를 놓치면 나하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버스는 대부분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데 이 버스는 특이하게 앞으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일본이니까 탈 때 정리권을 꼭 뽑아서 내릴 때 요금과 같이 내야 한다. 역시 승객은 많지 않았으며 고속도로로 달리는 버스가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사람이 내리거나 탄다. 당연히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정말 오래 걸리긴 오래 걸렸다. 약 2시간 후 나하 국제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요금표를 보니 1980엔이었다.

만약 렌터카가 없다면 아무래도 나하 버스터미널에서 운영하는 관광버스를 타는 것이 여행자에겐 여러모로 유리하다. 츄라우미 수족관만 갈 경우 왕복 3600엔이었고, 만좌모와 파인애플 파크 등을 포함하는 경우는 왕복 5400엔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자는 어떤 일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른다. 배낭여행으로 오키나와를 갈 수도 있고, 돌아갈 때는 일반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사실 이런 버스편을 수록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은데 가이드북에는 전혀 나와있지 않으니 그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