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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Yogyakrta)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자를 보자마자 심하게 손을 흔들면서 반가워 해주는 사람은 역시 삐끼 아저씨들뿐이었다. 너도나도 택시 팻말을 들고,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드라이버라는 소리를 한다.

“가격은요?” 그랬다. 정식 라이센스든 뭐든 배낭여행자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이었다.
“말리오보로 거리까지는 8만 루피아야.”

가격이 떨어져봐야 1만 루피아 정도라서 그냥 공항 밖으로 나갔다. 너무 늦은 시각이라 주변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그 어둠을 헤치면서 큰 길로 나가보는데 역시 예상대로 주변에서 “택시!”, “택시!” 말하면서 접근한다.

“가격은?”
“5만.”
“비싼데 4만은 어때?”

너무 쉽게 응하는 바람에 4만이 적당한 가격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따라오라는 아저씨 뒤로 걸어갔다. 택시는 마당에 있었던 승용차였는데 척하고 봐도 정식적인 택시는 아니었다. 배낭을 싣고, 차에 올라 탔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주변을 바라보니 도로의 모습이 태국의 치앙마이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어디로 가냐는 물음에 소스로위자얀이라고 했더니 뭔가 신이 났는지 “오우~ 소스로위자얀! 무척 유명하지.”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족자카르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족자카르타에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인구가 반반이라고 했다. 아주 평화로운 도시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깜깜한 밤이었지만 자카르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자카르타가 복잡하고, 거대한 도시였다면 족자카르타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느껴지고, 생기가 돋는 그런 도시 같았다. 물론 족자카르타도 상당히 큰 도시라서 공항에서 출발한지 거의 30분이 넘어서야 말리오보로 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달리면서 도시가 무척 크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저씨는 소스로위자얀 거리까지 태워다 줬는데 이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기존의 거리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약간은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여행자로 보이는 서양인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게스트하우스가 가득했다. 오늘 어디서 잠을 잘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택시에 내리자마자 또 삐끼 아저씨가 접근했다. 당연히 게스트하우스를 안내하겠다는 것인데 일단 따라가 보기로 했다. 골목을 구석구석 들어가는 아저씨 뒤에서 나는 이 여행자 거리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비교 대상은 전혀 아니지만 첫 느낌은 태국 카오산로드에 온 것 같았다. 나중에 조금 지내면서 알게 되었지만 카오산로드 수준은 아니긴 했다.

아무튼 아저씨가 안내한 첫 번째 게스트하우스의 가격은 20만 루피아, 두 번째 게스트하우스는 15만 루피아였다. 첫 번째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게스트하우스는 많이 별로였다. 어차피 게스트하우스는 많으니 더 돌아보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유명하고,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는 전부 방이 다 찬 상태였다. 어쩌다가 놀랄 만큼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는데 하루만이라도 머물고자 했는데 알고 보니 가격을 착각했던 것이다.


이쪽, 저쪽 골목을 뒤지다가 나오니 다시 삐끼 아저씨의 안내에 이끌려 갔다. 이번에는 더 심한 골목에 있었는데 이름은 사쿠라 게스트하우스였다. 에어컨은 있었지만 여기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가격은 더블룸에 22만 루피아였다. 더 돌아다니기엔 너무 피곤했다. 짐을 풀지 않은 채로 이틀을 가득 채우고,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일단 여기에서 체크인을 하고, 내일 괜찮은 곳을 알아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근데 여기 사쿠라 게스트하우스인데 일본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배고프다. 대충 가방만 놓고, 밥부터 먹으러 나갔다. 아까 지나오면서 봤던 1만 루피아짜리 식당이 기억이 나서 그쪽으로 갔다. 내부는 좀 허술해 보일 정도로 마루 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메뉴판을 받아 보니 가격은 거의 대부분 1만 루피아로 저렴해서 마음에 들었다.


잠시 후 나왔던 스테이크는 맛있긴 맛있었는데 양이 적었다. 다른 메뉴를 하나 더 시켜서 먹어야 할 정도였다. 결국 밥을 주문해서 먹었다.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난 후 천천히 거리를 걸었는데 거리 분위기가 괜찮았다. 적당히 시끄러운 동네에 그렇게 넓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족자카르타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말리오보로 거리로 나갔다.


거리에 나가자마자 말이 먼저 보인다. 여기에 왜 말이 있는 건지 의아하게 생각할 때 주변을 둘러 보니 차가 다리는 도로 옆에 손님을 태우려는 마차가 가득했던 것이다. 어디 마차만 있으면 다행이지. 지나갈 때마다 어디로 가냐는 베짝(인력거) 아저씨가 무지하게 많았다.


거리는 조금 지저분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너무 늦은 밤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게 보이지 않았다.

여행지에서는 역시 맥주로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소스로위자얀 거리로 돌아와 적당한 술집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술을 파는 곳이 거의 없었다. 이슬람교의 영향 때문일까? 소스로위자얀 중심 거리에서 맥주를 파는 곳은 딱 두 곳뿐이었다.


아무튼 인도네시아산 맥주, 빈땅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밤에 마시는 맥주도 좋고, 바로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인니 사람도 좋았다.